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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an 09. 2024

시간의 바람

시간의 바람


이지안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걸 느끼기는 힘들다. 흐른다는 것은 손으로 만질수도 눈으로 보기에도 애매한 개념이다.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보이는 순간도 있다.


’시간이란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 보았다. 한숨을 푹 쉬며 의자를 빙그르 돌렸다. 순간적으로 의자 밑부분을 잡고 눈을 감으니 내가 만들어낸 바람이 나를 감쌌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숨을 쉬었다. 바람이 분다는건 시간이 흘렀다는 거라 생각하고 시간을 느끼고 있었다. 요즘들어 바빠지면서 시간이 내 목을 조르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정해진 숫자에 일분 일초라도 아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 사람이 ‘시간’ 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이젠 시간이 사람을 만들것 같았다. 딱 하루라도 시간을 무시한 체 살아보고 싶다. 그저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밝으면 아침 어두우면 밤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며 살아보고 싶다. 아무의 관심도 의식도 받지 않은체. 나는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고있었다. 왠지 이 행동을 하면 생각이 질됀다. 뺨을 때리는 강한바람에 앞머리가 망가졌지만 앞머리를 고치려 난 핸드폰을 들지 않았다. 오직 거울 용도로만 쓸거였지만 핸드폰을 들어올리면 화면이 켜지면서 시간이 보일거란 확신이 들었다. 오늘 이 순간 만큼은 그냥 보이는 대로 느끼고 싶다. 저 멀리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엄마가 5시까지는 들어오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난 여전히 시계를 보지 않고 사라져가는 저 해를 보며 집으로 빌걸음을 옮겼다. 저 앞에 펄럭거리는 현수막이 보인다. 그런데 움직이는 모양새가 조금 달랐다. 느리게 하지만 엇갈리게. 뭔가 음악에 엇박자로 노래하는 사람같았다. 슬로우모션 처럼 비람을 무시한 체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난 그 순간 온몸을 감싸는 묘한 느낌을 느꼈다. 그럼과 동시에 난 저 현수막을 존경하게 되었다. ‘언젠간 나도 저 바람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되리’ 라고 생각하며 다시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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