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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an 12. 2024

상품과 인간의 한끝 차이

<상품과 인간의 한끝 차이>


채윤아


연예인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환상 같은 존재여야 한다. 그래서 연습생 시절부터, 같이 공기를 나누고, 간식을 나눈,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잔인한 경쟁을 당하고, 데뷔조에 뽑힌 애들은 그때부터, 상품 취급을 당하기 시작한다. 냉면을 좋아하면, 특징이 도드라져 보이기 않기 때문에 메로나 우유를 좋아해야 한다고 취향을 바꾸고, enfp는 뻔한 엠비티아이이기 때문에 istj 같이 연예인 중에선, 흔하지 않은 엠비티아이로 나의 성격과 마인드까지 뜯어고쳐 버린다. 이렇게, 연예인들은 데뷔한 그 순간부터 화면 밖의 나와 화면 속의 나를 완벽하게 구분하며 생활한다.


혹시라도, 방송에서 대본대로 안하고, 나의 진짜 생각을 말해버리면, 소속사에서 말도 안 되는 징계를 당하고, 그렇다고 예쁜 척을 해야 되는 직업인데 방송에서 딸기를 한 손으로 먹고, 맨날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띄고 있으면, 시청자들한테 '가식 쩐다느니', '뵈기 싫다느니' 독설을 당한다. 아니, 자기들이 허벅지 두껍고, 볼살 올라서 보기 싫다 그래서 죽도록 다이어트했는데, 이제는 말랐다고 뵈기 싫다고 하는 현실이다. 연예인은 연예인이 된 이상 죽을 때까지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갖다 버리고, 시청자들과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내 본모습에 적용시키고, 그런 가면을 영원히 쓰고 생활한다.


물론,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힘든 시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나만 바라보고 있는 팬들에게는 희망과 쾌락을 선사한다. 문제는, 그런 널리고 널린 칭찬보다, 몇몇 악플러들의 독설이 더 큰 충격과 화살로 날아온다는 것이다. 연예인으로 살지 않으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 평생 모르고 살 수 있지만, 연예계의 길을 택한 이상, 나는 여러 악플러들과 악연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다. 실제로는 내가 힘들고, 죽을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힘을 얻는 것,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당사자도 행복하고 팬도 행복해야지 그게 진정한 행복이지... 사실 라이브 하면서는 중간중간 달리는 악플에만 신경이 가있는데, 영혼 없이 말하는 '사랑해'가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나의 미래, 아니 연예계의 널리고 널린 상품 중 하나의 미래는 이미 시청자들과 대표, 그리고 피디에 의해 정해져 있는데. 아무리 이럴려고 만든 직업이라고 해도, 적어도 화면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이 30% 이상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인간이라면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본능적으로 드는데, 그걸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태도와 시선 또한 뜯어고쳐야 하지 않을까?


결론: 나는 칸트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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