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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an 09. 2024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

홍지호


 최근에 대한민국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하는 법안이 드디어 실행되었다. 커피숍에 가면 흐물흐물한 종이빨대를 준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빨대를 고수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플라스틱은 나쁜 것이라서 앞으로 사용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어서 하는 말은 늘 어김 없이 ‘아파하는 지구를 위해서 종이빨대를 씁시다”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나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보며 눈물을 흘리며 플라스틱 빨대를 손에 꼬옥 쥐었다.


 지구의 적정 인구는 10억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과는 무관하게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인구는 총 75억 명이고 곧 80억 명을 찍을 기세이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한 것이 하버보슈의 인공비료이다. 하버보슈의 평가는 첨해하게 갈리는데 산소를 빵으로 바꾼 남자라는 말도 있지만 이와 대비되는 역대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고도 평가 받는다. 이는 하버보슈가 개발한 기술이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 할 때 쓰는 가스이자 현재 군인들의 훈련에도 들어가는 화생방 훈련과 비슷한 기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사람들은 기술이 할 수 있는 범용성을 보기 보다는 기술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이 때 기술이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 이는 좋은 기술이라고 명명하고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 이를 나쁜 기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틀렸다. 옳고 그름,즉 선과 악의 평가 기준은 기술이 아닌 인간이다. 기술은 단지 과학적 사실 증명에 불과하다. 오펜하이머가 개발한 원자력 기술또한 원자력 발전같은 상황에도 쓰지만 우리들은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을 기억하고 팻맨을 개발한 오펜하이머를 악역이라고 기억한다.


 기술은 마치 예술 같은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견해가 다르고 이 중 화가나 전문가가 와서 해석을 해주면 붓을 들고 직접 그린 사람의 진짜 의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그리고 대중들은 임팩는 있는 전문가의 해석만을 바라보며 그를 진짜라고 믿어 버린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진행된다. 플라스틱을 만든 데이브 하컨스는 지금 많은 질타를 받는다. 플라스틱이 지구에 해롭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악화 시키는 기술을 만든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플라스틱을 만든 목적은 나무가 베여 종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즉 환경을 보호 하기 위해서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이런 플라스틱 패러독스는 우리들의 삶 속에 은연 중에 묻어 있다. 과학에는 가치따위 없다. 가치는 그 기술이 탐나는 사람들에게서 주입되는 것일 뿐이다. 과학기술의 가치 중립성은 기술에는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이다. 내가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말했을 때 그에 대해서 고양이라는 것을 알려줬을 때 어떤 선,악영향이 있는지를 토론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인 것처럼 과학적인 사실을 말할 뿐 어떤 개인적인 견해도 과학기술을 개발할 때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바라 보지 못하고 반짝이는 별을 아름다운 여행의 동반자로써 보지 않는다. 사업가에게 있어서 그저 수 많은 돈벌이 중에 하나인 것이다. 의미는 있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치가 산소로 빵 대신 독가스를 만든 것이고 트루먼(미국)이 원자력을 리틀보이와 팻맨을 만든 것이다. 우리들은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을 욕보여야 하지 원자력과 암모니아 합성을 제시한 사람에게 그 화살이 돌아가면 안된다.


 ‘제우스는 인간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인간이 바치는 제물뿐이었다. 그는 제물이 맘에 안 들면 인정사정없이 인간을 벌했다. 인간이 제물로 바친 것은 황소였다. 황소는 하나도 남 김없이 신들의 제단에 바쳐야 했다. 먹을 고기가 없었던 인간은 날로 쇠약해졌고 보다 못한 프로메테우스 는 제우스를 찾아가 인간에게도 고기를 나누어 주자고 제안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끈질긴 설득에 제우스도 결국 손을 들었다. 프로메테우스는 황소고기를 미리 두 개로 나누어 제우스에게 내밀었다. 한 쪽은 살과 내장을 가죽으로 싸고, 다른 한 쪽은 살을 발라 낸 뼈를 흰 기름으로 쌌다. 제우스는 자신의 몫으로 겉보 기에 번지르르한 기름으로 싼 쪽을 골랐지만 이내 속은 것을 알았다. 화가 치밀어 오른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 사용을 금지시켰고 인간은 고기를 날것으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는 마음이 아팠다. 고민하던 프로메테우스는 하늘에서 불을 훔쳐와 인간에게 갖다 주었다. 인간은 프로메테우스 덕분 에 음식을 익혀 먹고,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목숨을 건지며 문명을 이룩했다. 하지만 인간은 불을 사용해 무기를 만들어 서로를 공격하고 죽이는 어리석은 짓도 일삼았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분노했다. 하 찮은 인간을 위해 자신을 속이고 그것도 모자라 불까지 훔쳐다 주었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신의 권위에 도전하게 만들고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세상 끝 절벽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 을 쪼이는 벌을 받게 된다. 독수리는 밤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났다. 밤 사이 다시 돋아난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기 위해서였다.’


 우리에게 기술이란 결코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신께 바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도축기술과 좋은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여 나쁜 것만 제우스에게 바치는 제물로 드리자고 하는 것은 불을 빼앗길 합당한 원인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깜깜한 밤에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가져왔고 프로메테우스는 간이 배밖에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최루탄을 쏳아 댄다. 그리고 밖에 있는 간은 결국 프로메테우스의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 누구에게도 기술은 주어질 수 있는 기회이지만 그 기회를 쓰는 것. 그것이 인간의 선과 악이다. 그렇지만 그 기술로 선을 자처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 플라스틱이 촛불이 아닌 최루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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