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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an 24. 2024

시선흡수가 곧 밥

비스킷 서평

백지원


-시선흡수가 곧 밥


처음 학생자치회에 지원했을 때 문서에 “더 나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 라고 적었다. 그게 과연 나 바램이었을까? 사실 적지 못한 사실들이 있다. 내년에 학생회장에 지원하기 위해 스팩을 쌓기 위함이었으며,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어서도 있었지만 그 사실은 내면에 숨기기로 했다.


‘비스킷은 어디에든 있고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불현듯이 생각났다. 그 누구나 중에 내가 들어가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 비스킷은 과자이름처럼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존재감을 잃은 사람들이 쉽게 부서지는 것처럼 이름을 비스킷이라고 지었다. 예쁜 친구는 항상 뭘 굳이 나서서 하지 않아도 다들 그녀를 회장으로 추천한다던가, 잘생긴 친구도 항상 교실에 앉아있기만 해도 다들 그에게 축구를 권한다. 그들은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먼저 생각해주는 친구들, 즉 존재감이 뛰어난 친구들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다르다. 공부를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한다던가, 논리가 뛰어난 이들은 분명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지만 남들에게는 그 능력이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기 때문에 비스킷이라는 존재가 되기 쉽다. 그들은 눈에 밟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가하더라도 오히려 자신의 자존감만 떨어질 뿐이다.

화장의 기초도 모르는 내가 클리오 쿠션을 무작정 사버렸고, 호 수도 몰랐기에 가장 어두운 4호를 샀다가 또 가장 밝은 2호를 다시 사는 착오가 생길 정도로 화장에 대한 기본이 없었다. 이런 내가 쿠션으로 얼굴의 잡티와 볼 위 끄트머리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뾰루지들을 가리고, 틴트로 입을 마무리 했을 때, 모두들 그 변화가 눈에 띄었는지 듣기 좋은 말들을 해주었다. “화장했어? 티 안나게 잘 했다.” “훨씬 예쁘네.” 물론 이 말들은 며칠이면 더이상 돌아오지 않았고, 쿠션과 틴트만 바를 뿐이었지만 그것마저도 더이상 내 민낯을 보여줄 수 없게 만든 원인이 되어있었다. 여드름이 자글자글하게 나있는 내 얼굴과 창백하기 따로없는 내 입술, 판다같은 다크서클은 보고싶지 않았다.


학생자치회에 지원한 이유는 결국 관심이었다. 애초에 이 허름하기 짝이없는 학교를 살리겠다는 나의 공약도, 인재양성에 힘을 보태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도 전부 실행 불가한 것에 불가하다. 떨리는 손과 다리를 정신력으로 붙잡고,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질문에 긴장하다가도 이 자리에서 주인공은 나다 라는 마인드를 계속해서 되새기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려 인간힘을 썼던 것도 다 사실은 학생자치회에 들어가서 그 누구보다 멋있고 책임감 있어보이게 행동하여 관심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게 과연 선생님이시든, 선배님이시든지 말이다. 학교를 바꾸고 싶다는 말도 진실이지만 우리 학교는 그게 쉽게 실현될 만큼 대단한 학교는 아니다.


‘착하고 별 문제 없는 아이인데 그렇게 비스킷이 되어간다.’

수업에서 한 친구가 말한 답변이 떠오른다. ”비스킷을 도와야 하는 이유는 우리들도 하루에 몇 번씩 비스킷이 되기 때문“ 이것이 바로 비스킷을 도와야 하는 진정한 이유인 것 같다. 우리도 사실 착하고 별 문제 없는 아이지만 관심을 필요로 해서 문제있는 아이처럼 굴곤 한다. 사실 원래 사람 자체가 장난치고 싶어하고, 눈에 띄는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도 사람들이 관심을 줬을 때의 자신의 행동이 눈에 띄는 행동이었기에 사람 자체가 그렇게 변한 것은 아닐까.

나도 아마 그렇게 변한 것 같다. 정적이 싫어서 무작정 말만 하고, 그렇게 억지의 친밀감를 쌓는 것. 이 글을 적는 나도 무관심에 살기 버겁고, 차라리 종이봉지라도 머리에 씌어서 시선을 흡수하고 싶다.

그게 관심 때문에 아이들이 우는 것처럼 내가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그렇게 내가 만드는 울음에 누군가가 답해주기를 오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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