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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Apr 29. 2024

구경거리


이지안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힐끗 힐끗 그들을 본다. 무슨 재미있는 일인지 자기들 끼리 꺄르르 웃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수군대기도 한다. 그러면 그 일을 해결하려는 사람이 크게 호루라기를 불며 소리친다. 저기로 가라고 멀어지라고, 떨어지라고.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난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신나고, 설레는 구경거리이다. 친구들과 하나 둘 손을 잡고 구경 온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옆에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어한다. 결국 그 안에 구경거리가 된 사람은 동물원 원숭이 같다. 재미있는 일이자, 재미있는 사람이고, 재미있는 존재이다.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고 서로 공감하게 해준다. 사람이 너무 몰리면 동물원 관계자가 우리를 제지한다. 멀리 떨어지라고 한 명씩 보라고 얘기한다. 학교에는 그런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아이들이 혼나고 부딪히고 부순다. 우리들은 그곳을 구경간다. 그리고 제지 받고 아쉬운 표정으로 반에 들어간다. 동물원 원숭이는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다. 소외 받는다. 그 아이들은 소외당한다. 놀림 받고 도망침을 당한다. 그것은 관심이 아니다 소외이다. 그 아이들은 소외 받는다. 자기들의 무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같은 존재로 취급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의 소외이다.


아침부터 떠들석했다. 기분 좋은 떠들석함 아니여서 나는 오늘도 여전히 곧장 반으로 갔다. 우리들은 항상 그렇다. 학교는 심심할 틈이 없다. 언제나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하지만 이곳이 아니면 어디가 가장 시끄러울까. 우리는 특별히도 학교에 온다. 학교에 즐거운 일들은 전부다 금지된 일들이다. 우리는 그런 일들을 재미있어 하고, 웃어버린다. 동물원에 원숭이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꽤 관심이 있었다. 세상과의 단절은 체 하나도 못 느낀 체로.


사람에게는 문제가 하나씩은 꼭 있다. 그것이 어디에서 왔든 사람들은 불평하고 추락한다. 남들에게는 즐거운 구경거리 일지라도 당하는 사람은 엄청난 소외감을 느낀다. 재미있는 것은 가까이서 보면 무섭기 나름이니깐. 우리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탓을 하지는 않는다. 소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감정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든 불평을 갖는다. 나에게 사람들의 문제는 노력하지 않은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노력하고 있는지 없는지. 숨기려 할 수록 더 드러나고 더 눈에 띈다. 탓을 돌리는 사람들은 변명 섞인 말들을 늘어놓는다.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노력을 했든 안했든 문제는 개인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하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사회이지만 소외 당하는 것은 개인이다. 우리는 그것을 개인 모형이라 부르기로 했다. 안에서 일어난 일은 안에서 처리해야 한다. 사회에 신경에도, 그 사회에 신경 쓰임 속 우울, 소외, 단절, 차별과 같은 말들도 결국 우리를 거쳐간다. 우리는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사회가 그런 단어들을 지워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사람들의 마음은 생각하려 노력 할 태니.


결국 기억을 찾으러 과거로 돌아갔다. 할머니의 문제는 그곳에 있었나 보다. 어쩌면 이수는 항상 그 기억 속에 머무르지 않았을까? 이수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진실 직전에 항상 머무르지 않았을까? 할머니는 과거로, 이수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안에서 일어난 문제는 안에서 풀었다. 과거에서 일어난 문제는 과거에서 풀었다. 다음에서 일어날 문제는 다음이 풀어줬다. 할머니도, 이수도, 스즈메도 모두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었다. 문제는 시작부터 풀어야 한다. 엉킨 실도, 머리카락도, 마음도. 하나하나 풀어야 한다. 그것은 후회도, 고통도 아니였다. 바닷바람에 스치는 상쾌함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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