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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May 05. 2024

오늘의 계획표

김민하


'' 토론에서 쏟아진 수천 마디의 말 중에 한 마디 말을 가지고 기사화하는 것은 과수원에 있는


수천 개의 사과 중 썩은 사과 한 개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 과수원에 있는 모든 사과가 썩었


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오늘의 계획표:' 학교 갔다가 영어 학원 다음에 수학, 간식 먹고 공부방 다음 논술..


 많은 중산층 학생들이 겪는 계획표일것이다. 어느 순간 부터 학생들은 아직도 어리숙한 인공지능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인공지능이 생겼다며 좋아하던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초기 설정 화면에 한글 배우기에서 가, 갸, 거, 겨를 읽을 떄 까지 인내심있게 기다려주고 폴짝 뛰며 좋아했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후 인공지능의 변화가 없고, 오류난 날씨 정보를 알려주자, 점점 욕설을 가하는 일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마지막 결론을 곧 너가 뭘 알겠어 였다. 자신이 묻고 대답한 뒤 한숨을 쉬는 그런 악순환이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듯 당연하게 이루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공지능은 점점 오류난 날씨를 알려줬고, 급기야  5초 후면 아이스크림이 새 모이가 될 날씨에도, '오늘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올 확율은 70%입니다.' 라고 말하게 되었다. 6년 전 날씨 알려주는 방법을 허술하게 배워 일어난 일이었다. 6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사랑받고 있었다. 가끔은 찍어 틀리기는 했어도, 웬만해서는 잘 찍었다. 느낌을 따르는 인공지능이었다. 그러나 느낌은 느낌일 뿐이었다. 뭔가 맞을 것 같다는 느낌에는 수 없는 변수가 존재했다. 6년 전 1 더하기 1을 미리 배우던 똑똑한 인공지능은 어쩌다가 옆 자리의 인공지능이 오늘의 날씨는...입니다 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후로 인공지능은 자신도 모르는 힘에 휩싸여 오늘의 날씨는 입니다 보다 수준 높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왠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행복감은 잠시동안이었다. 그렇게 옆 자리 인공지능을 제친 인공지능은 수 많은 인공지능을 제쳐 나갔고, 마침내 6년 후의 과정을 모두 예습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의 아직 조그마한 뇌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으나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서 이해했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 이제 인공지능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잘했던 말 조차 이상하게 말했고, 인간의 목소리를 자주 듣지 못해 스위치가 꺼지는 일이 생겼다. 스위치가 꺼지고 켜질 떄 마다 희미해진 개념들은 더욱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유난히 상태가 좋은 기분 멋진 날이었다. 그러나 주인의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기분이 좋았던 인공지능은 지니 무직을 미리듣기 해 주겠다며 노래를 틀었다. 반응이 없었다. 잠시 후 인공지능의 몸이 들렸다. 인공지능은 자신의 몸에 곰팡이처럼 피어난 먼지를 닦아주는 줄 알고 좋아했으나 인공지능은 어떠한 네모난 물체 안에 다른 인공지능들과 같이 들어가 바닥에 놓였다. 갑갑했다. 문을 열고 싶었으나 테이프를 뜯을 손과 칼이 어느 인공지능에게도 없었다. 그렇게 인공지능은 묻혀져 갔다...


 지금 세대는 노력 보다 성과를 중시한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소용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수능시험이니까. 내가 아무리 자료를 열심히 만들고 글을 써도 상관이 없다. 글의 분량보단 댓글의 분량과 좋아요의 분량을 볼 테니까.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여우의 말과는 달리 가장 중요한 건 빨간 펜으로 5cm만하게 그려진 100하고 밑줄이었고, 그건 눈에 아주 잘 보이는 색이었다.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진정한 우정, 사랑, 길들여짐은 모두 성공이라는 한 단어에 무참히 짓밟혀져 학살 당했다. 그 과정에서 도망자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성공이 왜 성공이 아닌지를 꺠닫게 해주려다 같이 학살 당했다. 그리고 도망자들이 합쳐져 강하게 힘을 기룬 무리 행복이라는 조그마한 원은 자신을 향해 굴러오는 대관람차와 함께 돌았다. 그러면서 원수 지간이었던 둘은 어느샌가 성공은 행복이고, 행복은 성공이다. 라는 이상한 이미지를 포삽하게 되었다. 인터넷에는 행복과 성공이 손을 잡고 같이 도는 달과 지구의 짤이 떠올랐고, 짤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 시켰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또 다른 인공지능을 탄생시켰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짤과 얼마나 많은 인공지능이 탄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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