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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ul 02. 2024

 오늘도 여름입니다

김민하


 

아침을 안 먹은 걸로도 모자라 가장 가벼운 돌핀 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걸치고, 잘 떄도 뺴지 않던 팔찌들을 뺴고 간다. 아침부터 쾌변을 할려고 화장실에 박혀 끙끙대다가 결국 지각 10분전이라는 걸 알고 뛰어나간다. 이렇게 해서라도 운동이 조금 되라고. 손목 시계도 뺴고, 물 마신 뒤 화장실 가는 것을 매 쉬는 시간마다 반복한다. 그리고 가장 바라면서 증오하는 시간이 오면 실내화를 벗고, 양말도 벗고, 체중계에 올라가 몰래 까치발을 들려다가 야단을 맞는다. 결국 일주일 뒤 종이를 받고, 누군가는 기뻐하며 누군가는 세게 현타를 받는다. 분명 꽁꽁 잘 숨겨놨는데, 누가 봤는지 누구 몸무게는 49kg이래. 거리는 소문이 들려오는 듯 하다. 짝이 보았는지 뒷 친구가 보았는지, 시작을 모르는 소문들이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오는 잔잔한 파도처럼 서서히 밀려온다. 그러다 어디서부턴가 속력을 내 서핑하기 좋은 파도, 와이키키 해변의 파도, 캐리비안 해적의 날씨 안 좋을 떄 몰아치는 폭풍우 같은 파도, 영화 해운대의 해일이 되어 빠르게 전파된다. 처음엔 바다 위의 서핑하는 몇명 사람들만 알았던 것이 결국 비교라는 강풍과 소문이라는 파도를 타고 결합해 커다란 소문이 되어 나를 덮친다.  신체검사. 언제든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는 성적을 떠나 원래부터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 외모와 신체 부분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비교로 인해 나아지기 보다 비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기뻐하고 현타를 느끼고 있다. 태어날 떄 부터가 운에서 부터 결정되는 것이지만 그것 마저 비교를 한다. 우리의 삶에 또 한 가지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면 비교가 아닐까? 비교는 흔히 내가 아무리 못해도 쟤보단 낫겠다. 라는 부류와 너희 반 평균 점수가 90인데 왜 너는 85야?!! 라는 부류로 나뉜다. 쟤보단 낫겠다. 라는 비교는 소나기부터 시작해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씩 호응을 하면 점차 빗줄기가 굵어지다가, 안전빵으로 적당한 인원을 모아둔 뒤 ''마피아 하실 분!!!'' 이라고 외칠 때 충분히 재밌는 놀이라고 판결이 되면 팡 터져 태풍이 되어버린다. 그럼 비교와 소문 속 그 아이는 결국 태풍에 휩쓸려 고통과 어지럼증을 극도로 심하게 느끼다가 점차 태풍의 눈에 가까워지며 안정을 취한다. 대신 기억 속에는 태풍 속에 휘말렸을 때의 두려움과 공포가 존재한다. 이런 경우는 거의 매일 일어남으로 우리의 학교가 항상 여름이라고 보면 된다. 매일 여름 찌들어가듯이 더움 여름. 운동장에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이 되어버린 것만 같아 짜증 지수가 높아지는 여름. 에어컨이라는 것이 간신히 우리의 비교를 잠재워주지만 그 마저도 32도가 넘어버리고 폭염 주의보가 내려져버리면 소용이 없어진다. 이미 짜증이 날 떄로 난 아이들은 원인 모르는 짜증을 잠재우기 위해 재밌는 비교 거리를 찾아 마녀사냥을 시작한다. 잘 못하면 자기가 파 논 굴에 자신이 걸려 비교의 대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마침내 더위에 찌든 학교 뿐만 아니라 더위에 찌든 에어컨 리모컨 잃어버린 집을  만나게 되면 ...한 마디로 망하는 것이다. 매미가 우리나라를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계속되는 더위에 짜증이 난 집들은 열기를 내뿜으며 학교에서 에어컨을 쨰고 함정을 만든 뒤 손목이 시원해진 채로 약간 투덜투덜 거리는 학생 중 한 명을 낚아채 집에 돌아간다. 여기서 모든 게 완벽한 학생 말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먼저 수학 평균점수를 물었을 때 100점이면 약간 당황한 듯 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떄려부실 만한 드럼통을 하나 발견하고, 매미스럽게 다가간다. 그리고 과학 종이가 나불나불 거리는 드럼통을 한 번 발로 차 본다. 그러나 여전히 단단하면 물통을 찾아 헤매고, 물 병을 찾다가... 결국 나뭇잎에 붙은 개미 한 마리 까지 찾아낸다. 그리고 개미가 완벽하지 않으면 머리 끝까지 화를 내며 했던 말을 50번 정도 반복 재생하다가 멈추고 한숨을 쉰뒤, 보내준다. 그러고 나면 이미 화가 날 떄로 난 개미는 무당벌레를 찾아가 화 풀이를 하고 무당벌레는 진드기를 찾아가 화 풀이를 한다. 물론 그냥 하면 이상해보이니 그럴 만할 구실로 비교라는 단어를 은근슬쩍 갖다 붙여. 비교는 진드기, 개미, 무당벌레를 활성화 시켜 더 강하게 만들어주지만 한편으로는 대담한 부작용으로 인생을 수레바퀴에 깔리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조심해서 잘 써야한다. 사람의 불행과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비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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