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by 제이티

김진주


“나나 자네나 시계에서 해방되는 건 불가능해. 둘 다 사회라는 시계의 톱니바퀴로 전락했기 때문이지. 톱니바퀴가 없어지면 시계는 작동하지 않게 돼. 그리고 아무리 톱니바퀴 하나가 제 마음대로 움직이려 해도 주위에서 그걸 허락하지 않지. 그래서 톱니바퀴가 되면 안정을 얻는 대신 자유를 잃게 돼. 그런 이유로 노숙자 가운데에는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는 모양이야.”


인간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아무 힘도 없고, 그다지 대단한 의미도 가지지 않은, 그저 한 개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그 개인을 어떻게 부를지에 대한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놓았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태어난 순간 이후부터 이미 사회 시스템 속으로 던져지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은 주어지게 된다. 내가 여자라면, 나는 얌전하고 차분한 성격을 유지해야하고, 경찰이나 군인같은 직업보다는 교사같은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여학생들이라면 이런 말을 들어봤을 수도 있다. “여자가 하기에 제일 좋은 직업이 교사야.”, “유리천장은 무시못해. 여자가 그런 직업을 해봤자 남자들한테 밀려.”

그저 남성과 여성으로 태어났을 뿐이지만, 어느새부턴가 사회가 만든 고정관념과 편견에 의해서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 남자가 하기 좋은 직업, 남자가 좋아하는 색과 여자가 좋아하는 색이 정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여자와 남자 뿐만이 아니다.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개인을 사회 안의 어떤 형태로 규정하게 된다. 우리는 그곳에서 벗어날수도, 몸부림치기도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자면, 흑인은 아무런 해를 끼치지도 않지만 차별을 당하고, 낮은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이란 프레임이 씌워지게 된다.명문대에 가지 않은 사람은 공부를 못한 사람, 놀기만 한 사람이라는 의미지가 생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명문대에 가지 않은 길을 일부러 택했을 수도 있지만, 사회는 그다지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또한 흔하지 않은 것, 얘를 들면 '조현병'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정신 이상자같은 형태로 규정하고는 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개인의 개성이나 특성,차이 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유지를 우선시한다.그러나 과연 서로에게 놓인 역할의 차이와 그 차이에 따른 대우를 무조건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옳을까? 과연 그것이 부당하다고 해도? 지문 (가)에 따르면 이 역할이 부당하다고 해도 언젠가는 메꿔지고 해결될 흠이며, 이 사회 시스템은 붕괴하지 않은 채 존재하고, 그 안에서 다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는 메꿔지기보다는 덮어지고 은폐되기 마련이다. 파리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했다. 다양성과 소수성, 그리고 여성들을 존중하는 의미를 가득 담은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게이, 레즈는 물론 트렌스 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들이 많이 출연했다.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남성의 역할, 여성의 역할을 완전히 갈아엎어버린 사람들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역대급으로 망한 개막식이라며 아니면 개막식 자체를 불편해하고 쉬쉬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나도 껄끄러웠다. 아마 사람들 대부분이 자주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회 시스템은 이렇듯 흔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개성을 무작정 숨기려고 하는 편이다.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메꿔지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천장에서 물이 새면 물이새는 구멍을 어찌저찌 잘 막아서 해결되었다는 생각도 잠시, 곧 다른 부분에서 물이 계속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운좋게 구멍이 하나밖에 없어서 막더라도, 원래 결함이 있었기때문에 완벽하게 보수공사를 하지 않는 한 또다시 물을 새어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글 (가)의 주장대로 차이, 개성을 덮어두고, 은폐하고, 이상한 것으로 취급하며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과연 옳을까? 분명히 옳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고, 문제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유리천장과 사회적 시스템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성이 사라지고, 개인이 사라지고, 하나같이 사회적 역할에 의해서만 움직여야 하는 이 세상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의 톱니바퀴로 전락하여 무기력하게 움직일 뿐이다. 사회 시스템이 자기를 막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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