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술을 마시는 이유-
얼마전 소주를 한 모금 마셔봤다. 아빠와 고기를 먹을 때 아빠가 주는 소주를 한 모금 마셔봤는데, 그 맛은 매우 썼다. 그리고 맛도 없었고, 증류수처럼 보이는 것에 알콜 주정을 섞은 것을 왜 먹는지 나는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인생을 5/1 정도 산 나로써는 그 맛을 즐기지 않고, 왜 그런지 이유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이제서는 왜 소주 한 잔, 아니 여러잔을 연거푸 들이키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의 꿈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성까지 진급하는 것이다. 그 꿈은 9살 갈매동으로 이사왔을 때, 상대적으로 집에서 가까운 육군사관학교를 자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군인이라면 주말에 육사를 방문해도 되기 때문에 아빠와 가서 수영장 건물 뒤편에서 캐치볼도 했고, 육군사관학교 박물관도 둘러보았다. 그때부터 군인이라는 꿈이 내 진로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아빠, 아니 이런 글에서는 아버지라도 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빠는 육군사관학교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바로 ‘등록금이 무료’ 라는 것이었다. 큰고모는 교대로, 작은고모는 의대로 갈 예정인데 아빠는 할아버지가 혼자 벌어오시는 돈으로 세 자녀의 등록금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육사라는 적당히 괜찮고, 당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출범으로 군대에 대한 인기도 또한 많이 떨어져 경쟁률 역시 적고, 품위 유지비라는 일종의 월급 역시 주어지는 육사를 선택했다.
“여기 대령 이하 잘 들어라. 느그들 서울대 갈 만큼 공부 잘했잖아, 그쟈? 근데 집구석에 돈 없고 빽 없어서 맥여주고 재워주는 육사 왔잖아.”
-서울의 봄-
사실 아빠도 도전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일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가족을 위해서 포기했고, 그렇기에 현재 40대 후반이 되었을 때,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한 후회를 하며 술을 마시는 것일지 모르겠다.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가 파티마를 선택하고, 피라미드라는 그가 해보지 못한 목표를 동경하며 살아갔다는 만약의 세계를 그린다면, 그것은 우리 부모님의 일상이고,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도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전이 두려워서? 아니면 실패했을 때 그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나는 육각형 인간이 아니라서? 현실과 부딫혀서?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종합된 것이 우리가 도전하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2019년 유벤투스 FC의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그리고는 대한민국 방한 당시 벤치에서 경기를 뛰지 않고 그대로 ‘노쇼’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호날두의 팬이다. 사실 그런 사실을 공공연하게 말하면 ‘호구’ ‘호날두가 너한테 뭘 해주었냐’라고 비웃음 당하기도 하지만, 나는 호날두가 정확한 은퇴날짜를 밝히지 않는 다는 것이 좋고, 그런 호날두의 자기관리가 좋았다. 은퇴를 할 날짜를 발표한다는 것은 한계치를 정해두고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메시는 그 한계치를 정해두었다. 자신이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이번 코파 아메리카 2024가 마지막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호날두는 유로 2024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은퇴를 결심하지 않았다. 어쩌면 2026 월드컵까지 남겨 둘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한계치를 남겨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여전히 호날두의 팬으로 남은 가장 큰 계기 인 것 같다,
나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만, 또 한편에서는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우리 아빠, 아니 아버지는 ‘진포대’다. 진급을 포기한 대령, 사실 아빠 입장에서는 진급을 하지 않는 것이 연금이나 수익 상으로 더 이득이다. 장성 진급 시 51세 은퇴지만, 장성으로 진급하지 않을 시 56세 은퇴니까 말이다. 나도 그런 군인의 길을 밟고 싶지만, 도전하고 싶다. 장성이라는 길에 말이다. 스스로의 한계치를 정해두는 것은 나에게 그렇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이제 말이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나의 한계치를 정해두는, 그런 인간에 불과했다. 중간고사 끝나고, 나는 그냥 평균이 89점이니까, 그냥 포기해야지, 라는 마인드로 살아가다가, 기말에서 87점으로 떨어지고 나서, 나는 이제 목표는 80점대 후반 유지가 아니라 90점대 후반으로 상승, 아니 올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60점, 70점때로 몰락해도, 결국에는 도전한 자가 도전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은 자 보다 낫다는 사실을 깨닫은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육사라는 것은, 아버지처럼 가정을 위해서 가야하는 일종의 수단이 아니라 나의 꿈을 이뤄줄 도전의 기틀이기에, 나는 실패하더라도 육사를 준비한다.
과거를 추억하고 살아오지 않은 길을 생각하며 번뇌하고, 또 그로인해 쓰디쓴 소주를 연거푸 들이키는 것 보다, 패배의 쓴 맛을 기억하며 독한 고량주를 스트레이트로 들이키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미래에 들어서 다 늙은 후, 술을 마시는 것이 그저 과거를 번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패해서 반지하 방에서, 전기세가 무서워 여름에 선풍기도 틀지 않고 부채질을 해도,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않아도, 한잔은 나를 위해, 한잔은 떠나간 나의 청춘을 위해, 다른 한잔은 나의 찬란한 도전을 위해, 3잔의 술을 마시는 것이 술을 마시는 이유 중에서는 차선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