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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의 법칙

by 제이티

유지민



21세기 kpop 시장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 음악산업을 화제성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돌들이 너도나도 매 컴백마다 의무마냥 찍어서 올리는 챌린지는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이후로 확산해왔다. 대중과 아티스트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런 챌린지는 유행으로 이어진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엑소의 첫눈 챌린지는 어김없이 알고리즘을 장악하고 우리는 각종 캐롤음원으로 챌린지를 하며 연휴 분위기를 낸다. 이런 홍보 마켓팅 전략은 몇십억을 투자한 고퀄 무비나 곡, 음악방송 등보다도 더욱 더 튼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유행이 먼저, 그리고 순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따라하고 공유한다. 그러나 이런 '열풍' 은 야속하게도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낮설지만 괜히 한번 더 찾아보게 되는, 대중은 그런 창착품에 열광하고 매혹당한다. 그저 이지리스닝 노래만 프로듀싱하는 현시장, 로제의 b급 감성의 아파트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자아냈다. '이게 뭐지' 싶은 반응을 보이다가도 나도 모르게 차안에서 흥얼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세이의 법칙은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저 시대의 결에 맞게 따라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고유한 잠재력과 창의성을 마켓팅화 하여 소비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 라는 두 단계를 먼저 실행해야 한다. 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 '원하게 될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색다름이란 반복되게 리플레이 되다보면 그저 평범함이 되어버리고 만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인기 검색어, 전국 곳곳에서 터지는 사건들을 제치고 화제성을 얻는 것은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진정한 자아실현을 이루며 살아가기 보다는 리스크를 회피 하며 단지 단기적 성과 에만 연연 한다. 확일화, 즉 모두 같은 목적지를 두고 달리는 우리는 학생이고, 회사원이고, 공무원이고 상관없이 모두 자연스레 '속도' 에 목메이게 된다. 이런 속도에 대한 집착은 플렛폼 가속화와 고도 경쟁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소속감, 안정감, 연대 등등 조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리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결국 비자발적 창업은 미래의 우리가 마주해야 되는 일이 될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 데미안에서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라고 말한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의 홀로서기를 위한 성장을 돕는 멘토로써의 역할을 한다. 책은 데미안이 떠난 후 싱클레어가 경험하는 방황과 고통 어려움 등을 담고 있다. 개인이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의 인생을 찾아오는 데미안들의 알을 여러 차례 깨는 일명 빌드업의 과정 끝에야 도달 할 수 있는 것이다.


40-50대, 약 20년의 직장 생활 후 '더는 지체할 수 없겠다' 라는 집념 만으로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며 응원하나 이는 결코 무모한 짓이라며 뜯어말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과연, 창의활동을 통해 성공하리라는 꿈에 대한 성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나의 아레테와 사회적 기대가 충돌하는 것이다. 나는 가끔씩 떠올려 본다. 어떻게 살아가 될까, 나는 내곁의 데미안들이 떠난 후, 어느 곳으로 발을 돌려야 할까, 말이다. 그저 주변 사람들의 치열함에 휩쓸려 살아갔을 나의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가 된 내게 말해주고 싶다. 만약 알을 깨고 새가 되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날아 보라고, 약 25년 전 네가 보았던 신선한 꿈을 가슴에 안은 제빵사 아저씨를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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