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서
베이클 집에서 나온 한정판 초코 베이클.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돌고, 입에서 달콤한 향이 느껴지는 듯 했다. 처음엔 그냥 궁금했다. 왜 다들 그걸 그렇게 원하는지. 사실 난 초코 빵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는데, SNS에서 우리 동네 초코 베이글이 떠돌고 있어, 나도 모르게 끌려갔다. 어차피 몇 시간 줄 서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이 초코 베이글집 앞에는 항상 7시부터 사람들이 굶주린 사자마냥 고개를 들고 오픈을 기다린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런이 아니면 이 초코 베이글을 맛볼 수 없었다. 초코 베이클 집에서의 오픈런을 기다리면서 처음에는 그저 맛있는 빵을 먹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이었을 뿐이었다. 줄을 서고, 대기 시간 동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다림 속에서 나도 모르게 불편한 감정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즐거움으로 시작했던 일이 어느 순간 심리적 압박으로 변하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는 동안, 나는 점차 내가 이 빵을 정말 원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빵에 대한 단순한 욕망을 넘어서 이것을 얻으면 내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욕망이 나를 자극했다. 그 줄에서 사람들이 서로 자리를 지키고, 번호를 불러 기다리며 나는 내 안에서 느껴지는 경쟁 본능에 휩쓸렸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빵을 얻는 것보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 무엇인가를 증명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줄 서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그들 간의 거리감을 본 순간, 나는 어느새 내가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 오픈런이라는 현상에 단순히 빵을 얻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나는 이 시대의 한 부분이 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품고 있었다. 나도 그 무리 속에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 기다림 자체가 내 존재감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빵을 손에 쥐었을 때, 내 감정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맛은 기대했던 만큼 달콤하고 풍부했지만, 그 맛 이상으로 내가 이 빵을 위해 쏟아낸 시간과 에너지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빵을 먹으면서, 나는 문득 이 빵을 원했던 진짜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그 빵 자체의 맛은 예상보다 평범했지만 그 빵을 ‘얻었다’는 사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특별하다고 느꼈다는 사실이 나를 더 크게 만족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비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팔고 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내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임을 깨달았다. 나는 빵을 통해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고,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할 자격이 있다”는 무의식적인 자아 확립이 그 기다림과 경쟁의 진짜 이유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경험을 되돌아보며, 소비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소비는 단순히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길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행위이다. 초코 베이클을 기다리는 줄 속에서 심리적 소속감과 경쟁에서의 승리, 그리고 자아 확인이라는 깊은 갈망을 느꼈다.
나는 그때부터 소비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내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내 사회적 위치, 자아의 성격, 나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소비가 그저 물건을 소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소비를 좀 더 신중하게 대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줄 서는 곳에 나도 서야 한다는 압박감에 휘둘려 소비를 했다면, 이제는 내가 무엇을 소비할 때 진정으로 나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소비가 나에게 심리적 만족과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제 내가 소비하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욕구가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로서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표현이 되기를 원한다.
초코 베이클 집에서의 오픈런은 소비가 단순히 물건을 얻는 것 이상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나에게 그 빵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자아를 증명하려는 욕망, 경쟁에서의 승리, 소속감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빵을 얻고 나서 느낀 감정은, 결국 내가 얼마나 ‘소유’를 통해 내 존재를 정의하려 했는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물론 내가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한 마음속의 욕구는 참을 수 없다. 막아도 막아도 그 욕구의 항아리의 물은 흐를 것이다. 하지만 그 항아리를 열기 전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항아리를 열어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맞는지, 단지 '부러움'이라는 감정 때문이 아닌지를.
무소유. 소유하지 않으면 오히려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걸 가지면 저게 가지고 싶고, 저걸 가지면 또 다른 것을 가지고 싶고. '모르는게 약" 이라는 말이 있듯이차라리 소비를 멈추는 것이 나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까? 물건을 사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그 소비가 나에게 주는 감정이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결국 소비는 물질을 쌓아가는 일이 아니라, 내 존재를 세상에 새기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위한 심리적 탐색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그 빵 한 조각이 말없이 일깨워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