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서
칼 포퍼는 "자유 사회는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그 존재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더 이상 논쟁이 아니라 폭풍우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두 강처럼 달려가고 있다. 두 강이 서로를 향해 물살을 몰아친다. 하나는 자기 편의 목소리만을 반향하고, 다른 하나는 다시 다른 목소리를 외친다. 이 두 강은 결코 만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물살만을 믿고,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서 소리치며 부딪힌다. 강물의 속도는 점점 더 빠르고, 물은 점점 더 탁해진다.
이 혼탁한 물살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지고, 흩어져간다. 우리는 점점 더 편을 가르고, 자기 편이 아닌 이를 적으로 규정하는데 익숙해진다. 반대의 목소리는 배척하고, 다른 의견은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를 분리하고, 서로를 격렬하게 공격하는 이 강물 속에서 누구도 진실을 찾을 수 없다. 진리라는 것은 자기만의 강물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절대 만나지 못하는, 흩어진 조각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대화는 더 이상 논의나 토론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혐오와 분노의 강물 속에서 대화는 서로를 가두는 벽이 되고,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지, 누가 더 강하게 상대를 무너뜨리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상대의 의견을 배척하고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만 존재하는 세상. 이 세상에서 진정한 대화와 이해는 사라지고,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거대한 물길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알고 싶은 정보만을 쫓아가며 진실을 잃어가고 있다. 대화가 없는 세상은 AI세상과 다를 것이 없다. 정보의 필터링 속에서 편향된 생각만이 증폭되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는 더 이상 없다.
알고리즘, 정보, 미디어는 이제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 거대한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자극적인 알고리즘을 사람들은 원하다보니 오늘은 더, 내일은 더, 더욱 자극적인 모습을 취해가며 극이라는 한게에 도달해버린다. 즉 '극' 이라는 것에 사람들은 적응해버렸다. 모두가 같은 강을 타고 있지만, 그 강물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내가 원하는 물살만 따라가게 된 우리는, 강물을 떠나갈 수 없고, 점점 더 깊고 위험한 물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이 물속에서 자유로운 논쟁과 소통을 할 수 없고, 그저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대화와 타인을 향한 이해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소중한 것을 버리고, 우리 편만을 주장하는 무리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또한 정치 속에서, 두 당파는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한쪽은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다른 쪽은 사회적 공정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며 대화의 문을 닫고, 각자의 편만을 옳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한쪽은 사회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른 쪽은 세금 인상 없이 복지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서로의 의견을 들으려는 시도 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양측은 서로의 의견을 배척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이해 없이 단지 승리만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 갈등이 계속되면, 사회는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고, 결국은 더 큰 분열만을 남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폭풍의 강물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 우리는 물살을 바꿔야 한다. 물결을 향해 싸우는 대신,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감정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옳다는 믿음만을 고수하는 대신, 모두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찾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강물을 헤쳐 나갈 유일한 방법은, 상호 이해와 대화의 다리를 놓는 것이다.
우리는 갈등만을 쌓아가고 있다. 이 사회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고, 결국 강물이 서로를 밀어내며 갈라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 갈라짐 속에서도 한 줄기 흐르는 물길은 있다. 서로를 향한 이해와 대화의 용기만이 우리를 그 강을 건널 수 있게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강물 속에서 서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이 물살 속에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그 물길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것인가는 바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