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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약약강

by 제이티

박재영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송선생도 살아나기 어려울 게요.”

1994. 3/16 제8차 남북 특사교환 당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해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

2023. 12/31 김정은


현 시점에도 북한의 NLL 인근 해안포대는 포문이 열려있다. 또한 전방의 부대들 역시 지속적으로 신규 군수장비를 보급받고 있고, 이제는 일부 러시아제 최신 장비 역시 보급되고 있다. 휴전선 인근의 포병부대는 서울이나 군부대를 겨냥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늘 하던 것이었지만 북한은 미사일 도발 역시 빼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내부상황이 어지러워서 관심도가 떨어졌겠지만, 여전히 주기적으로 김씨 일가와 조선인민군 수괴들은 대한민국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우리가 서울 불바다 발언이나 남조선 대항 전쟁준비, 와 같은 발언에 적응해서 그렇지, 외교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발언은 매우 공격적인 발언이며, 보통 다른 국가의 경우 저 정도 수위의 발언이면 거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내부 상황이 어떻든, 북한에서는 꾸준히 그에 맞는 도발을 하고 있다. 대만 역시 우리와 비슷한 처지다. 주적인 중국이 앞에서 버티고 있고,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막대한 대양해군으로 해양을 봉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보다 상황은 더 안 좋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에게 전쟁 위협이나, 타이베이 불바다 발안과 같은 공격적 발안을 잘 하지 않는다. 대만이 중국이 정한 커트라인을 넘지 않는다면 말이다. 대만에게는 독점적 입지를 자랑하는 TSMC가 있고, 기타 미국의 자본 역시 들어와 있다. 그렇기에 중국은 대만을 쉽게 위협할 수 없다. 대만에 대한 위협은 곧 미국 주가에 위협을 끼치고,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한 도발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독보적 위치를 가진 자원이 없다. 그렇기에, 북한은 마음 놓고 해안포문을 개방하고 미사일 도발을 하며,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경제는 여러 국가들의 경제제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제제 당시 주요한 포인트로 보았던 러시아에서의 자본 철수는 오히려 러시아가 루블화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였던 첨단산업의 내수화를 불러왔다. 그 까닭은 바로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천연가스에 있다. 유럽에서는 점차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유럽의 겨울은 지역에 따라 매우 혹독한 편이다. 특히 동유럽에서 겨울을 나려면,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제제로 노르드스트림과 같은 송유관 벨브를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차단하면서, 핀란드나 스웨덴, 독일, 발트 3국 등 겨울이 매우 추운 국가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그렇기에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교착상황에 빠졌고, 겨울을 견디지 못한 국가들이 대러시아 경제제제에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상승세를 보이고 내수시장 발전 및 루블화 경쟁력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결국 자원이 있으면, 위협적으로 보이는 서방의 경제제제도 그다지 큰 일은 아니다. 이렇게 카드가 있는 러시아는, 국제 무대에서 강자에게도 강하고, 약자에게도 강한 ‘막가파’의 스탠스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군의 문제점이 세계 각국에 들어났다고 해도, 러시아가 여전히 강대국으로 취급 받는 것 역시 이러한 자원에 있다.


대만은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바로 반도체 대기업 TSMC 때문이다. TSMC는 첨단 기술인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보다 더 큰 규모로 독점적 입지를 차지 하고 있다. 그리고 생산공장과 본사 모두 대만에 위치하고 있어서, 미국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설령 대만이 국가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더라도, 미국에게 있어서 대만은 전략적 요충지이며 꼭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대척점에 서있는 국가들이 독자적인 반도체 및 정밀공학 부품 조달 루트 등을 제작하고 있으므로, 대만의 방패라고 할 수 있는 TSMC의 입지 역시 현재 위협을 받고 있다. TSMC가 경쟁력을 잃으면 트럼프는 당연히 대만에서 모든 자본을 한꺼번에 철수 시킬 것이고, 중국 대양해군이 대만을 포위하고, 중국 공군이 대만 상공으로 들어가는 모든 항공기를 차단해 대만을 서서히 말려죽이면, 대만이 백기를 들 것이고 중국군은 그 때 상륙을 하기만 하면 된다. 결국 현재 비교우위가 무너지면서, 대한민국과 비슷한 약소국 대만의 입지 역시 위협 받고 있다. 이는 한국 역시 남 일이 아니다. 한국은 삼성과 같은 기업이 이제 엔비디아의 하청역시 못할 경우, 미국 자본이 철수될 것이고 미군 역시 일본으로 철수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 불바다는 불보듯 뻔한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자원을 특화시켜야 한다. 그 자원에서는 우리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후에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 외교적 위기를 겪을 때도 러시아처럼 강하게 대처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방산업이 될 수 있다. 방산업은 자원에 따라서 갈등과 협력이 일어나는 현대 사회에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나토권 국가들 중 중소국가, 즉 구소련권 국가였던 회원국은 나토와 무기체계를 통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소련제 장비들은 이미 사용연한을 넘긴지 20년가까이 되었고, 대부분 장비들이 80년대 초에 제작된 것인데 40년 된 탱크는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새로 도입하는 장비는, 서방권과 탄약 구경등을 맞춰야 하는데, 서방 장비들은 너무 비싸다. 미국의 M1A2 전차는 우방국을 가려서 수출하기로 유명하며 기타 비용 역시 악명높다. 독일 레오파르트는 정밀공학의 국가 답게 정확도는 높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프랑스는 그냥 모든게 애매하다. 그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K1전차나 K2전차를 서방 전차보다 싼 값에 제공하면, 우리나라 방산업의 입지는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군수공업 특화국이 될 것이고 미국 역시 우리나라를 필요로 할 것이다. 비교우위가 맞춰저야 하는 것이다. 방산업은 대만과 같이 민간 산업에만 국한되는 산업이 아니라, 대만과 같이 군사적 위협을 받을 일도 적어지며 미래의 자원에도 적합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기초가 탄탄한 사업이기도 하다. 굳이 방산업이 아니더라도, 식량 및 무역, 외교와 같이 특정 한 분야에 특화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는한 세계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대한민국과 같은 약소국에게 필요한 자원은 뭐가 되었든지 ‘특화’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강약약강, 즉 전형적인 중견국의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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