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양식은 절대왕정 시대에 꽃피고 루이 14세가 죽자 그 꽃이 저물기 시작한다.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듯이 이때서야 귀족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루이 14세의 잦은 전쟁과, 높은 세금에 시달렸다. 귀족들은 해방감에 베르사유 궁을 떠나 이제 눈치 안 보고 대저택을 짓고 살기 시작한다.
화사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고 우아한 것을 선호한다. 앙증맞다는 뜻을 가진 ‘로코코’ 귀족들의 시대가 드디어 열린다. 하지만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그들이 생활은 1789 프랑스혁명이 터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와토의 <키테라 섬의 순례> 작품을 보면 그 당시 귀족들의 연회를 다룬 것이다. 청춘 남녀가 전부 짝을 짓고 환상의 섬을 순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그리스의 민주정치가 노예제의 기반을 두고 발전한 것과 같이 이러한 귀족들의 화려한 삶은 대다수 민중들의 고통 속에서 꽃을 핀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나라 90년대에 “오렌지 족”을 떠오르면 된다.
고도성장기에 부모 잘 만나 미제 옷과 수입차를 타면서 최신 패션을 뽐냈던 그 시절 아재들의 향기를 뿜게 한다.
로코코 미술이 사치스럽고 화려한 취향의 로맨스 생활을 반영한 그림이 많았지만, 영국의 한 화가는 좀 다른 그림을 그린다. 당대의 귀족들의 속물근성을 꼬집은 풍자 그림을 그린다. 본인 스스로 “나는 드라마 작가이고 나의 그림은 연극무대이다”라고 말했던 호가스는 다사다난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성장과 몰락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유행 결혼> 18c 영국은 몰락하는 귀족과 떠오르는 부르주아 집안의 정략결혼이 유행했다. 돈이 부족한 귀족 집안과 명예가 필요한 부르주아 집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에피소드 1은 양가 집안이 만나 결혼을 의논하는 장면이다.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남자는 귀족이다. 태연한 척 하지만 그도 사실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 맞은편의 남자는 지참금 계약서를 읽고 있다. 왼쪽의 남녀는 애초에 사랑하지 않는 사이라 등을 마주대고 각자 할 것을 하고 있다.
에피소드 2를 보면 신부는 행복해 보이는데 신랑은 무관심해 보인다. 바닥에는 트럼프 카드가 떨어져 있고 신랑의 주머니에는 여자 스카프가 보인다. 이를 개가 냄새를 맡고 있고 왼쪽의 집사는 한 손엔 성경책과 돈 주머니를 들고 있다.
위 그림은 실제 모델인 백작 가문과 상인 가문이 있었는데 정략결혼부터 비극적인 결혼 파탄까지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당시 상류층의 도덕적인 위선과 물질주의를 풍자하는 작품이다.
이처럼 호가스는 단순히 귀족들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그림에 머문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위선과 가식을 꼬집은 스토리 텔링으로 서사적인 재미를 추가했다. 마치 조선 후기 서민 문학에서 양반층의 허례와 위선을 꼬집는 작품을 보는 듯하다. 단순히 형식과 대상을 그린 그림을 넘어서 지금으로 보면 만화나 웹툰 드라마를 보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