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왜 망할까?
나라는 왜 망할까요? 그리고 망한다는 뜻은 무슨 의미일까요? 외적이 쳐들어왔다? 혹은 영화에서처럼 땅이 갈라지고 불타는 것을 의미할까요?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할까요? 아니면 왕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할까요? 흔히 역사를 배울 때 어떤 나라도 왕조도 기운이 다하면 망하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라가 망했다고 해서 거기 사는 사람들이 전부 다 없어진 것은 아니죠. 그렇다면 나라가 망했다는 의미는 우두머리 즉 지배층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지배층이 할 수 있는 왕조는 어쩌다가 운이 다하게 됐을까요?
아무래도 힘이 약해서 무능해서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왕이 힘이 약해졌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누군가가 힘이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죠. 왕보다 힘이 세진 누군가? 그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귀족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세력이 되겠습니다. 역사는 결국 왕과 귀족의 힘겨루기라고 말할 만큼 아직은 일반 평민들의 시대가 아니었죠. 그렇다면 왕이 약해지고 귀족이 강해지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역사교과서에 그렇게 나온 ‘왕권강화’는 대체 일반 평민들의 삶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농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간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 ‘땅’ 토지입니다. 삼국시대 한강을 놓고 고구려 백제 신라가 대립했었던 것도 결국 기름진 땅을 누가 차지하나에 따라서 한나라의 국력이 좌지우지되고는 했으니깐 요. 그렇다면 왕조시대의 땅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농사짓는 사람의 땅일까요? 아니면 먼저 본 사람의 차지일까요? 아쉽게도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듯이, 모든 땅의 주인은 바로 왕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사상이 바로 ‘왕토 사상’입니다. 땅뿐만 아니라 그 땅 위에서 태어난 사람들, 모든 것들까지 전부 왕의 것이었답니다. 그러니 왕에게 세금을 내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순순히 따랐고 어느 누구도 자기의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땅은 넓고 넓은데 한 사람이 ‘소유’ 가질 할 수는 있어도 그 땅 안에 누가 살고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 왕이 일일이 알 수는 없는 법이죠. 어쩔 수 없이 왕은 믿을 만한 신하나 친척에게 관리를 파견하는데, 이들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되는데 어떻게 지급했을까요? 지금처럼 카카오페이나 계좌이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쌀로 지급해야 되는데 문제가 생깁니다. 가령, 전라도에서 일하는 관리가 그 지역의 세금인 쌀을 서울로 옮겼다가 다시 월급으로 내려주다 보면 아마 상하거나 도적을 만나기 일쑤겠죠. 그래서 한 가지 묘책을 떠오릅니다. 바로 ‘수조 권’이라는 개념인데요. 관리에게 직접 땅을 주는 게 아니라 그 땅에서 나는 농작물을 10프로를 걷을 수 있는 권리는 주는 거죠. 왕토 사상의 이념과 현실적인 한계를 적절히 혼합한 이 개념은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이지만 금세 문제점이 나타납니다. 관리가 죽거나 은퇴하면 당연 수조권을 돌려줘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이죠. 자연스럽게 토지가 세습이 되면서 수조권이 어느새 소유권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흉년이나 자연재해가 오면 세금을 낼 수 없는 농민들은 자기 땅을 주변의 권력자에게 팔고 노비로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왕의 땅보다 특정 가문 귀족의 땅이 더 커지는 순간이 오게 되고, 왕의 힘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해서 힘을 키운 귀족이 바로 고려 말의 ‘권문세족’입니다. 말이 어렵지 권력 있고 글 좀 알고 세력 있는 귀족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들은 당연히 압도적인 대토지의 힘으로 막강한 권력을 누리게 됩니다. 자 그렇다면 뭐가 문제가 될까요? 왕보다 힘이 센 귀족들이 있으면 농민 입장에서는 세금을 두 배로 뜯기게 되겠죠. 거기에 나라의 세금이 걷히지 않으면 진짜 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세금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어딜까요? 여러분이 조금만 있으면 가게 될 곳!!! 바로 ‘군대’죠!! 그렇습니다. 세금이 걷히지 않으면 군대가 약해지고, 약해진 군대는 곧 주변 나라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죠. 자 이제 정리해 봅시다.
나라는 왜 망할까요? 결국 ‘땅’ 문제죠. 왕토 사상의 모순이 결국 세금 문제를 일으키고, 자연스럽게 토지가 세습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죠. 지금 시대와 묘하게 닮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제 고려 말로 가봅시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라는 이제 들판 위의 양 신세가 되었습니다. 각종 도적떼들이 호시탐탐 우리나라를 노리게 되는 것이죠. 혼란한 시기에 영웅이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바로 히어로가 등장합니다. ‘이성계’와 ‘최영’으로 대표되는 신흥 무인들이 등장합니다.
홍건적과 왜구를 무찌르고 일약 스타덤에 떠오릅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외적이 쳐들어오는데 고려의 군대가 아니라 이성계와 최영의 개인 병사들이 나라를 지키고 있으니깐 말이죠.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권력은 넘어가게 됩니다.
나라를 세울 때는 당연 힘도 필요하지만 머리도 필요한 법이죠. 이때 머리를 맡게 된 사람들이 바로 ‘신진사대부’입니다. 사대부의 (사)는 선비를 의미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무엇을 공부할까요? 유교사상의 일종인 성리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합니다. 나라는 혼란한 가운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세력이 등장한 것이죠.
신흥 무인과 신진사대부는 새로운 세상을 썩어빠진 고려를 개혁에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그들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어떤 세상일까요? 그리고 바뀌어야 할 대상은 누구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