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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ith Sep 03. 2024

미국에서 살아남기 1:
여유와 혼돈 그 사이 어딘가

미국 한 달 후기, 이게 맞나 아직도 물음표

 한때(지금도 유행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 했던 적이 있다. 그걸 들었을 땐 한국도 아니고 국외에서 사는 거면 매우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다. 한 지역에서 일주일 여행하는 것도 길다고 생각하는데, 그 시간의 4배라니.


하지만 나는 '미국에서 한 달 살기'를 정신 차려보니 완수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 동안 대립점에 있는 두 단어, '혼돈'과 '여유'를 동시에 느꼈다. 오늘은 시간순으로 이벤트와 내 감정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June 27, 2024. : 미국살이 첫 스타트, 엄청난 불안은 감사함을 더 빛나게 한다.

 나의 도착점인 샌디에고는 한국에서 직항이 없어 무조건 경유 1회를 해야 했다. 그런데 하필 경유지 환승시간이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고, 인천 출발부터 30분 넘게 지연되어 거의 토할 것 같은 심정으로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집문제에 비하면 비교도 못할 소소한 문제였다.

 샌디에고는 물가가 매우 높은 지역인 데다 UCSD 학생들도 집이 없어 심지어 차에서 잔다는 뉴스기사까지 접한 뒤로, 집 구하는 기간 동안 정말 매일 스트레스받아 미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최종 결정된 집에서 미리 집값과 보증금을 보내야 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송금했지만, 사기면 어떡하지, 미국 도착했는데 집이 없으면 어떡하지 오만 걱정을 하며 밥도 못 먹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내 몸이 전부 스트레스, 불안으로 꽉 채워진 것 같은 상태로 미국에 도착해서 마중 나오신 교수님과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자, 저세상 행복과 감사함이 밀려왔다. 진짜 교수님 앞이라 반응을 못했지, 나 혼자 있었으면 소리 지르고 난리 났을 거다. 인생에서 너무 오랜만에 '감사'라는 단어가 너무 와닿는 순간이었다.


June 28, 2024. ~ : 교수님과 단둘이 장보고 이케아 가본사람 나야 나.

 대한민국 수많은 대학원생들 중, 과연 누가 교수님과 단둘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이케아쇼룸 구경을 해본 사람이 있을까.

 면허도 없이, 심지어 자전거도 못 타는, 순수 대중교통 이용 뚜벅이인 나를 위해 종종 장보기 라이드를 해주시는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교수님,, 제가 면허 없다고 했을 때 지으신 그 표정과, 타겟에서 베개 쿠션감을 테스트해보시겠다고 꼭 껴안고 서게신 그 모습.. 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July 01, 2024. ~ : 나는 충분히 여유로울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수업도, 연구실 잡일도, 과외도, 내가 한국에서 얼마나 수많은 일을 했었는지 한방에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하는 척' 했던 시간이 대부분이었음도.

 이때까지 나는 '멀티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수많은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로 인해 하루 To do list는 매일 빼곡했었다. 매일 여유 없이 바빴고 잠을 줄여도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루 일을 다 끝냈는데도 저녁 6시도 안 된 경우가 많았고, 아무리 늦게 끝나봤자 10시 전이었다. 덕분에 잠도 하루에 최소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고 있다.

 처음엔 모든 잡일이 없어져서 여유가 많아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간 지금도 바뀌지 않은 걸 보면, 아마도 이전까지 실제 acting 보다 그 일에 대해 쓸데없이 과하게 생각하는 시간들로 허비하지 않았나 싶다. 쉼은 필요 없고, 여유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곳에 와서 바뀌었다. 날씨도 평화롭고 사람들도 여유가 넘치는 이곳 환경 때문인 걸까?


July 05, 2024. ~ : 스릴 넘치는 현관문 is open door.

 미국 하면 걱정됐던 것 중 하나인 치안문제. 특히 집구 할 때 몇 아파트 후기에서 차를 훔쳤다는 글과, 연구실 물건 도난 사건을 말씀하시며 모든 전자기기를 퇴근 시 가져가는 게 좋다는 랩실 동료분의 말씀에, 더욱이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룸메보다 내가 먼저 퇴근한 날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현관문이 안 잠긴 채로 있었던 것.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다음 날 아침에 출근할 때에도 문이 안 잠겼단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걸까 이해해보려 해도.. 이게 한두 번이 아니었단 사실에, 정말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덕분에 밤에 자기 전 문단속 습관이 생겼어 룸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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