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을 만드는 중이다. 엄마와 함께 살던 곳 쌍문동에서 말이다. 이곳 쌍문동은 주택가로 이루어져 조용히 살기 좋은 곳이다. 신도시처럼 시원스럽게 도로정비가 잘 된 곳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곳곳에 숨어있는 감각적인 카페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또 요즘은 과거 경리단이 발전했던 것처럼 젊은 사업자들이 밀려 밀려 이곳 쌍문동까지 넘어와서 새로운 상권을 만들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이곳까지 휩쓸어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오래된 가구들을 버렸다. 중학교 때 처음 내방이 만들어지면서 구입했던 책장, 엄마가 쓰시던 자개장, 거실 장식장 등. 2.5톤 트럭 2대 분량이었다. 가구 수거하는 업체 사장님은 역시 현장에 와서는 단가를 높였고 한동안 실랑이 끝에 절충해서 큰 가구들만 버렸다. 업체 사장은 조선족인 것 같았는데, 혼잣말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돈 주고 사서 돈 주고 버리는 세상이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아무튼 오래된 낡은 가구들을 버리니 집이 조금은 넓어졌다. 형광등에서 LED 조명등을 새로 달고 저렴한 소파와 테이블을 새로 구입했다. 도배도 할 예정인데 헤헤는 또 셀프 도배를 하자고 한다.(헤헤는 뭐든 너무 쉽게 생각하고, 나는 뭐든 어렵게 생각한다)
내가 살던 집이니까 준비할 것도 없을 것 같고 쉬울 것 같았는데, 하나하나 하다 보니 깨달았다.
차라리 이사가 편하겠다.
<2019년 6월 중순, 결혼 전 메모장 기록>
유부남 3주 차 금개구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