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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개구리 Jul 09. 2019

청첩장 주기 미션

애매함 속에 망설임

D-1

내일은 내가 결혼하는 날이다. (이글이 발행될 시점엔 이미 유부남) 

헤헤와 나는 비교적 결혼 준비는 어렵지 않게 했다. 최대한 간소화하고 생략했고 그야말로 우리끼리 모두 결정하여 결혼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찌어찌하다 보니 벌써 내일이 결혼식날이 되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청첩장 주기 미션”이었다.


“청첩장 주기 미션”



이 미션은 굉장히 난도가 높았고 쉴틈 없이 몰아쳐서 영업을 했는데도 역부족이었다.

만약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만 명심하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다 애매하고 욕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애매하다고 망설이다가 시간 보내지 말고 미리미리 빨리빨리 결혼 소식을 알리고 청첩장을 주는 게 낫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것에 실패했다. 아니 실패라기보다는 많은 빈틈을 만들어냈다.

청첩장이란 무엇인가? 나의 결혼식을 주변에게 알리고 축하를 받고자 초대를 하는 서신이 아닌가. 이렇게 뻔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내가 청첩장을 주려고 하니 누구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망설임이 동반되었다. 그래서 내가 느꼈던 이 애매함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청첩장을 줄 때 크게 두 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A 그룹: 주기에 부담이 없는 사람.

1. 먼저 달라고 하는 사람(제일 편하고 고맙다)

2. 친한 사람. 나도 알고 그들도 아는 당연히 줄지 알고, 그래서 안 줘도 올 사람


위 A그룹의 유형은 친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고맙게도 내가 미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섭섭해하지도 않는 사람들이라서 청첩장을 준다며 갑자기 연락을 해서 술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 물론 친한 사람들은 더 먼저 연락해서 식사를 하게 된다, 약속을 잡는 행위 자체가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위 그룹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B그룹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B 그룹: 주기에 부담이 되는 사람. (덜 친한 적당한 거리의 사람들 중에서)

1. 기혼자 (축의금을 되돌려줄 수 없기 때문에)

2. 기혼이고 돌 지난 아이가 있는 사람 (돌잔치도 이미 지났기 때문에)

3. 안면은 있고 인사만 하는 사이(별로 진하지도 않은데 나한테까지 청첩장을 주나?라고 생각할까 봐)

4. 나보다 지휘나 나이가 많은데 인사만 하는 사이 (아랫사람으로써 당연히 드려야 예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나한테 청첩장을 주지?"라고 생각할까 봐)

5. 돌아온 분들 (돌아온 싱글들에게는 조금 조심스럽다.)


아... 다시 생각해도 복잡해진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자주 왕래가 없었던 그룹이다. 그래서 그 접근 자체가 조금 부담스럽고, 첫마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부터 애매하다. 나는 원래 전화통화는 어려워하는 타입이라 더 힘들었다. 친했던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문자나 메신저로 이야기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았다.


또 당분간 축의금을 다시 돌려줄 만한 일이 없는 사람들인 것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그래서 정말 어렵다. 사람에 따라서 청첩장을 받는 것을 좋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결혼 소식을 알고도 나에게 청첩장이 오지 않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런 관계가 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청첩장은 철저하게 주는 사람이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100% 완벽한 매칭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

차라리 청첩장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면 정말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오시라 하면 될 텐데 이거 괜히 폭탄 던지기 같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왜 나는 안 줘? 라며 섭섭해할 수 있으니까.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나도 결혼 전에는 이런저런 계산을 하지 않고, 심플하게 지인들에게만 청첩장을 주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내 결혼식이 되니, 축의금을 떠나서 한분 한분 모시고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런 마음이 강해질수록 청첩장을 드려야 하는 명단은 늘어만 갔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드려야 하나.


청첩장을 전달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1. 종이 청첩장(직접 준다.)

2. 종이 청첩장(우편 발송한다.)

3. 모바일 청첩장(카톡이나 문자로 보낸다.)

4. 다단계 방식 전달 (친구 1에게 소식을 알리면 친구 1이 나머지 2,3,4,5에게 전달한다.)


자! 이제부터 또 복잡해진다. 

보통은 어른들은 종이 청첩장을 선호하고 조금 더 격식이 있기 때문에 종이로 발송해드리는 편이 좋다고 들어서 나도 일부 친지 어른들에게는 종이 청첩장을 발송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른들도 카카오톡으로 받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유는 식장 확인이나 시간 등을 모바일에서 언제나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이 청첩장으로 발송해드려도 카카오톡으로 한 번 더 발송하는 게 좋다. 




위에서 언급된 "A그룹:주기에 부담이 없는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청첩장을 전달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B그룹:주기에 부담이 되는 사람"은 갑자기 연락해서 청첩장을 카톡으로 보내기도 미안해진다. 그래서 약속을 잡는다. 식사를 하거나 술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청첩장을 드리고, 더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초대를 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그동안 소홀했던 인맥에게 더 많은 공을 드리게 된다. 

그러면 정말 고맙게도 꼭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약간의 귀여운 갑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사실 조금 위축되기도 한다. 워낙 민감한 시기이고 많은 사람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농담에도 상처 받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 연약하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작은 펀치들을 얻어맞으며 술과 고기로 배를 채우다 보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너덜너덜해진다. 그리고 더 많은 고민을 하다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서 정작 챙겨야 할 사람을 못 챙기거나 연락을 너무 늦게 드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그럼 또 상대방이 섭섭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뒤늦게 전화드려서 정말 죄송하게 청첩장을 모바일로 전달드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그분은 식장에서 볼 수 없었다. 내가 당연히 챙겼어야 했는데 챙기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어떤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조언과 위로를 했다.


“야 그냥 다 주고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어떻게 해도 욕할 놈은 욕해!"

"호텔식으로 비싼 스테이크 먹여도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욕하니까 밥도 그냥 싼 거 하는 게 제일이야!"

"청첩장 줄 때만 연락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 줘!"

"자기들도 결혼할 때 다 그랬으면서 하는 소리야” 



우리 인생이 경사만 있는 게 아니다. 조사도 있다. 이제 내 나이도 점점 결혼식보다 장례식이 많아지게 되니까 말이다. 작년과 올해로 축하와 위로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흔히 그런 이야기 들을 한다. 결혼식 전후로 인맥이 정리가 된다고...

생각해보면, '정리'라기보다는 '더 견고해진다'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이럴 때 축하와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을 이제부터 내가 더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커지기 때문에...


아무튼 힘들었다. 이래서 결혼식은 두 번 하기 정말 힘들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어차피 완벽할 수는 없을 테니... 

일단 스피드로 승부하자. 




<2019년 6월 21일 결혼식 하루 전날 메모>

<2019년 7월 9일 발행 유부남 금개구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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