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개구리 Sep 07. 2019

결혼식 당일 출고 대기 중 : 신부 1+1 신랑

저도 결혼은 처음입니다만.

결혼식 당일 새벽. 

잠이 오지 않았다. 플래너는 무조건 8시간 이상 자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내 생활패턴도 그렇지 않았고, 또 이런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은 기본 2~3시간은 뒤척이다 잠이 든다.


전날 밤 11시부터 얼굴에 팩을 붙이고 누웠지만. 이미 12시 30분이 지나버렸다.

오늘 하루 종일 줄지어 전화가 울렸고, 카카오톡 메시지도 불이 났다. 보통 내용은 이렇다.


"아 꼭 가고 싶었는데 중요한 일정이 생겨버렸어... 그래서 결혼식은 못 가게 되었다..." 


이유는 다 달라고 결국, 결혼식에 못 가게 되어 미안하다는 내용이다. 

대략 10건 넘게 이런 메시지를 받게 되면, 점점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식장은 과연 채워질 수 있을까... 보증 식사인원은 채워질까...  식장이 텅텅 비어 보이면 어쩌나...

"내세울 것도 없는데 친구도 없어 보이면 큰일인데...." 하는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기 시작한다. 

이런 기분 속에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 7시에 기상했다. 결혼식은 3시, 하지만, 9시까지 신부 메이크업 숍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안 후 얼굴에 팩을 붙였다. 플래너가 말해준 대로 갈아입기 편안 옷을 입고, 내 턱시도와 구두, 신부 2부 원피스, 구두 등을 챙겨 집을 나섰다. 


신부 메이크업을 하는 곳에 도착했다. 파킹을 맡기고 숍에 입장하자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드레스를 입은 신부 12명이 돌아다녔고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잘 나가는 강남 클럽처럼 무전기를 차고 있는 스텝들은, "OOO신부님 올라가십니다~" 라며 서로에게 통신을 하며 안내하고 있었고 신랑들은 대부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보거나 "OOO신부님의 신랑님~ 2층으로 오세요" 라며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려 다니고 있었다. 


나도 가운을 입고 '헤헤'와 헤어졌다. 그때부터 나는 하염없이 기다린다. 수많은 예비신부가 진짜 신부로 완성이 되면 스텝의 안내를 받아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야말로 신부 공장이었다. 

그러게 신부 3명 정도가 완성됐을 때쯤 스텝이 나를 불렀다. 


"OOO신부님 신랑분 이쪽으로 오세요~" 


나도 메이크업을 받는다. 그냥 봐도 이제 막 이 바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신 앳된 얼굴이었다. 

약 5~7분 정도 메이크업을 해준 후 나에게 물었다. 


"이래서 이렇게 했고 저래서 이렇게 했습니다. 괜찮으신가요?" 

"네"


그렇게 나의 메이크업은 끝이 났다. 

헤헤는 아직도 메이크업 중이었다. 뭔가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 후로도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나는 그사이에 처제와 장모님이 사다주신 김밥과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숍 안에서는 먹으면 안 된다길래, 주차장에서 쪼그려 앉아서...


그렇게 신부가 완성되었다. 신랑도 완성되었다. 

우리는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이제 식장으로 향했다. 




<2019년 6월 22일 토요일 유부남 되기 4시간 전>




매거진의 이전글 청첩장 주기 미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