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출간한 책으로 인스타 피드에 많이 소개된 책 표지가 있다.
표지에 적힌 한 줄의 책 제목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았던 책.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나 역시 상당히 공감이 가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한 줄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많은 관계들로 인해 피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문자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는 우리들의 물리적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나의 서버에 우리 모든 인맥을 몰아넣고 심심할 때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한 상태...
아주 편리하면서도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모두에게 연락을 할 수 있고 심지어 내가 상대의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조차 확인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읽씹'이라도 하면 그것 역시 용납되지 않는 세상.
어찌 보면, 대화를 신청할 권리는 있지만, 응답하지 않을 권리는 없어진 상태인 것 같다. 속도에 따라 문제가 있겠지만, 무조건 답신을 줘야 하는 거니까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관계로부터 자유롭자는 취지, 혹은 모든 관계에 연연하지 말고 좋은 사람과 관계를 하고 나쁜 관계에 힘을 쏟지 말자는 내용이 주된 골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과는 다른 방향으로 관계를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갑작스러운 감정에 휘둘려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사람들을 숙청 대상으로 여긴다거나 누군가를 따돌린다거나, "나는 지금 관계를 정리하는 중이야" 라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서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들이 그렇다.
관계를 정리하는 것 자체가 가능할까. 차츰차츰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할 텐데... 관계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관계는 정리되는 게 아닐까?
아무리 좋은 사람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차츰 정리가 되기도 하고, 별로 공통점이 없더라도 가까운 동네에 사는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금방 가까워질 수 있는 게 바로 관계이다.
우리의 관계는 칼로 무 자르듯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너무 부자연스럽다.
정말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면 "나는 지금 관계를 정리하는 중이다"라고 대문짝만 하게 글을 쓸게 아니라 창밖의 고요한 풍경을 보며 커피 한잔을 하는 게, 어쩌면 내 내면으로부터 더 깨끗한 정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관계는 어떻게든 정리가 될 테니까.
자연스럽게 나에게 집중하면 되는 거니까.
굳이 힘쓸 필요도, 애쓸 필요도, 없다.
<관계가 피곤한 40대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