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우리는 얼마나 변화했으며 얼마나 시대에 맞춰 흐르고 있는가?
HR ; Human Resource, 인적자원
우리는 인사 담당자로서, 얼마나 사람에 집중했을까? 우리는 HR에서 'H(Human)'보다는 'R(Resource)'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다. 당장에 기업들의 인사 총책임자만 봐도 HRM 출신이 대부분이며, 인사기획/평가/채용/보상/노무가 HR 담당자들의 메인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에서 HR이 필요했던 시기는 언제부터였을까? 진짜 HR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업주 혹은 스타트업의 대표들은 알 것이다. 어느 순간 자신이 구성원을 개인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날, 인사업무를 하던 내게 대학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18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표였다. 그 친구와 술자리를 가지던 중, 최근 인사팀장을 채용했다고 내게 말했다. 18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인사팀장이 필요한지 묻자 후배는 내게 말했다.
업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모든 직원들을 케어할 수 없기 때문에 뽑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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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원은 평균적으로,
가장 친한 친구 5명과 자신의 취미 생활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15명 정도라고 한다. 이는 자신의 감정적 교류와 문제, 일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의 숫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창업 초기, 혹은 CEO들은 HR 부서를 두고자 했을 때 가장 염두해두었던 것은 아마도 '사람과의 정서적 관계'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구성원이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과 잘 적응하고, 좋은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며, CEO 혹은 대표가 케어할 수 없는 범위에서 HR 담당자가 잘 케어해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렇다. HR 조직의 존재 이유는 대표나 CEO가 하지 못하는 범위에 있는 구성원들과의 정서적 공감, 회사에서의 케어를 위한 것이 1순위이다. 그 이후에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근로기준법에 적합한 절차에 맞는 각종 업무들이 늘어나고, 인원 수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위해 평가 방식이 생겨났을 것이다. 부수적으로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위한 직원복지와 교육도 생겨났을 것이다. 그렇게 점점 거대하게 커져가는 기업의 규모와 함께 HR 조직의 담당자들은 본연의 업무보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부수적인 업무들을 수행해나가게 되었을 것이다.
인사기획 담당자는 매년 성과관리와 보상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다른 회사의 자료를 찾아보거나 인사임원 혹은 경영진과 함께 보고에 들어간다. 인원현황과 퇴직사유, 핵심인재 관리에 목을 멘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어느 덧 회사는 사람이 퇴사를 하는 것보다 어떤 인재를 더 잘 채용했는지를 고민한다. 퇴사를 하는 이유보다는, 우리 회사에 나간 그 사람을 탓한다. HR 조직은 퇴사자와의 면담에서 개선점을 찾기보다는 그 사람의 잘못된 모습을 찾고 보고서에 올리기 급급하다. 이것이 정말 HR 조직이 해야하는 일일까?
여기서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회사에 HR 조직이 맨 처음 생겨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맨 처음 HR 조직을 구성했던 이유인 '사람과의 정서적 관계'이다. 조금 더 우리 구성원들이 서로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 구성원들이 회사를 애정해줬으면 하는 바람, 대표와 웃으며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 즉, 우리 회사에 입사한 구성원. '사람(Human)' 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HR 부서를 인적자원(Human Resource)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라고 말한다. 여기서 집중해야하는 것은 바로 '사람(Human)' 보다는 '자원(Resource)'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믿었던 구성원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입은 대표, 회사의 자본금 부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건비 관리가 시급한 상황, 급성장으로 인해 모든 구성원의 정서적 관리가 어려운 상황 등 다양한 상황이 처음의 HR 적 요소를 잃어버리고 사람을 자원으로 취급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HR 부서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회사는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회사에 남아 있는 구성원 혹은 회사와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회사에 대한 실망, 팀원들에 대한 아쉬움, 경영진들에 대한 서운함 등이 가장 큰 이유이다. HR 조직은 구성원들이 어떤 부분에서 회사에 대해 실망했는지 면밀하게 파악하고, 구성원들이 현재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조사해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만족도 조사, 기업문화 조사로 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부검메일'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회사가 구성원들을 하나의 사람(Human)으로서, 정서적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1970~1980년대 급성장하던 시기, 근로자들은 노동자라 불렸다. 19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서 노동자들은 근로자들의 권익을 위해 지속해서 싸웠고 점차 노동자들은 단순히 자원(Resource)가 아닌, 사람(Human)으로서 대우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IMF로 인해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극심한 취업난이 일었고, 현재까지도 청년 실업률은 10% 내외를 웃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시대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IT 산업의 발달로, 과거에는 제조업과 유통업 등의 거대 자본이 있어야만 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반면, 현재는 누구나 창업이 가능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오로지 기업에서 노동을 하는 것만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수단이었던 시대는 끝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신입들을 자원(Resource)로만 생각하며, 퇴사하는 구성원들을 자원손실이라고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점점 모든 기업들의 구조적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 특히 최근 판교발 인재확보전쟁이라고 일컬어진 IT 개발자들의 경력채용과 연봉 상승, 임금인상 등의 모습을 통해 극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자원으로 취급받기 싫어하는 80~90년대 중간계층들이 과거의 기업들의 행태와 HR 조직의 잘못된 인사평가제도, 모순된 조직문화 등에 반기를 들고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으로 취급받지 못하던 IT 기업(네카라쿠배당토 등)들이 이제는 청년들의 꿈의 직장이 된 것이다. 돈을 많이줘서일까? 그렇지 않다. 이들은 IT 기업들에게서 외국의 문화를 엿보고 있고,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기대하며 '사람(Human)'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지만... 전통적인 제조업/건설업/유통업 등에 비해 아직도 환상은 있다.)
"그건 네이버니까", "그건 카카오니까" 라고 말하는 HR 담당자라면 과감히 본인 스스로를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인은 어느 순간 HR 조직의 담당자로서, 우리 기업의 구성원이 '사람(Huamn)'이라기 보다는 '자원(Resource)'으로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의 구성원들이 우리 회사를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중심의 HR'은 다른 것에 있지 않다.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사람으로서 정서적 관계와 회사와의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믿음을 줄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비록 그 사람이 자신의 경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회사에 들어올 지라도, 한 데서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구성원들을 신뢰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HR 의 근본적인 역할인 셈이다.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HR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가 그렇지 못한 회사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나는 단언컨데, 한 가지만으로도 그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지난 3~5년 간 가장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MZ세대)'와의 세대갈등으로 말이다.
아마도 많은 인사 담당자들이 최근 고민하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MZ)세대와 기존 세대의 갈등을
알고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MZ세대와 기존 세대의 갈등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을 '사람'으로서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가에 따라 달렸다. 단순히 우리 회사에 왔으니, 우리의 문화를 따라야지! 라는 이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그 '사람'의 환경과 성향/심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MZ세대는 겉보기에는 '안정'만을 추구하고, 워라밸 좋은 회사에서 평범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누구보다 '성장'과 '인정'이라는 욕구를 갈망하는 세대이다.
단지, IMF 이후 기업에서 사람을 '일의 도구, 즉 Resource이자 사(事)'의 개념으로 생각하며
막다루고 내쳤던 그들의 부모를 보고 '언제 잘릴지 모른다', '평생 해도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보다 자신의 영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면, '안정'보다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하다.
실제 2020년 2030세대 청년 창업률은 2019년 대비 18.7%나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에
장기 취업난에도 창업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직장인들은 직장에서의 월급과 승진보다는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에 집중하며 사회에서 자신의 성장과 가치를 입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즉, MZ세대들은 '성장'과 '가치입증(인정)'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기꺼이 감수한다는 특징을
지녔다.
기업과 시장의 환경도 변했다. 시장의 고객은 MZ세대가 되었고, 그러한 고객들이 기업의 구성원으로 함께 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구성원이 된 MZ세대가 원하는 가치는 더 이상 자신들이 기업의 부품인 'Resource(자원)'이 아니라, 하나의 'Human(사람)'으로서 함께 하기를 원한다. 단순히 1인의 맨파워에 기대 생산성을 중시하던 과거가 아닌, 한 사람의 고차원적인 '창의성'과 '경험'을 펼치기를 원한다. 그들이 '구글'과 '애플'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제는 구성원들이 단순히 자원으로서,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하는 것으로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연봉체계와 인사제도를 변경해서 임금 인상으로 돈을 많이 준다고해도, 자신과 맞지 않거나 심리적 안정감을 찾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떠나는게 현실이다. 회사에서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지만, 정작 구성원들에게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교육프로그램이라면 과감히 질타하는 것이 현실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토익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승진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구식이라고 폄하하며, 회사에 대한 애정마저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과거와는 달리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살아가고 있는 환경이 다르며, 기업이 경영하고 있는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럴 수록, 상황을 탓하기 보다는 기업의 HR 조직이 원래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만족할 수 있는 제도를 기획하는 것? 복지를 더욱 생성하는 것? 과연 그것이 HR 조직이 해야 하는 본질일까? 제도는 100% 만족할 수 없고, 연봉인상으로 구성원들을 붙잡아둘 수 없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많이 만족할 수 있는 제도와 평가, 복지, 교육을 위해서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할 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해야하고,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사람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을까? 부끄럽게도, 내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서 '사람'에 대한 심오한 토론과 토의, 학습을 하지 않았다면 나 조차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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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 좀 볼 줄 아는데 말이야"
"내가 인사 경력 10년인데, 내가 딱 보면 알아"
물론 사람의 감각과 다양한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사람을 채용하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편향과 편견으로 가득찬 일인가? 과연 인사제도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인사제도를 기획하는가? MBO의 본질은 제대로 알고 기획하는 것일까? OKR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기획하는 것일까? 이런 것들을 트렌드라고 듣고와서 HR 조직에 적용해보라고 이야기하는 대표들은 과연 얼마나 본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탐구하고 노력하려고 하는가?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제도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성과주의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탐구하고 실험해서 제도를 고도화시켜나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복지제도 또한 사람이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복지를 누려야 조금 더 효과적으로 좋아하는지를 파악하고 기획/운영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HR 담당자로서 노무관리사와 같은 기능적 자격증을 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HR 조직에서 근무하기 이전에, HR 조직이 언제 생겼고 어떤 이유에서 필요하며, 왜 생겼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표가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순 환경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달라졌고, 생각의 범위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누대에 쌓아온 수 많은 지식들이 점점 더 사람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요구하고 있고, 학계의 다양한 실험과 학문을 통해서 그것들이 증명되고 있다.
AI, 빅데이터는 이런 것들을 학습해 사람을 이해하고 있다. 미세한 입꼬리의 움직임, 눈떨림, 표정 등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인지하기도 한다. HR 조직이 해야하는 일까지 서서히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HR 조직의 담당자로서 정말 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AI와 빅데이터가 하지 못하는 것, 즉 사람(Human)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연구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것들을 만들어내고, 다시 데이터화 하여 또 다른 결과값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어떤 방식을 활용해야, 사람이 좀 더 나은 성과를 창출시킬 수 있도록 생각하게 만드는가? 어떤 식으로 조직을 구성해야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적응하고, 즐겁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회사의 조직구성이 가장 안정적인 모형으로서, 구성원 모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HR 담당자가 해야할 것은 '사람'에 대한 고민과 탐구다. 애자일 조직이, OKR이, 네카라쿠배당토의 성과관리제도가 과연 현대의 '사람(Human)'에게 적합한지 아닌지를 검토하고, 우리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 속에서 심리적인 것들을 파악하는 것. 그 속에서 회사와의 정서적 유대관계, 구성원과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 임원진과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일어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노력하는 것이 HR 조직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