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하는 이유를 Why, What, How 관점에서 생각하자!
HR 부서는 구성원들이 조금 더 재밌는 직장생활을,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일을 통해 성과를 내서 함께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정작 구성원들에게 직장은 한 없이 재미없고, 지겹고, 즐겁지 않은 공간이다.
업무에 대한 압박, 직장 상사와의 관계, 그리고 성과에 대해 우리는 늘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그래서일까?
직장은 구성원들에게 언제나 '퇴직하고 싶은 곳'으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일을 하며 살아간다. HR 부서는 구성원들에게 보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즐겁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부터 인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람'이 일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그 이유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성과관리가 이뤄지고, 동기부여 방안(임금, 보상체계)이 수립되며, 회사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단순하게 답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은 우리의 생계유지 수단이다. 즉,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벌 수 없으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할 수 없고, 극단적으로 나아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을 한다. 일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생존' 때문이다.
생존과 연결된 것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직장생활과 연관된 생존으로 추려본다면 3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1. 안정성 (=생활에 필요한 돈)
2. 지속 가능성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3. 성장 가능성 (=나의 노력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
위의 3가지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직장 생활을 할 이유가 없다. 왜일까? 나의 '생존'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이자 뮤지컬로 유명한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 빵을 훔친 배경을 통해 알아보자. 장발장이 빵을 훔친 배경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과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고, 유럽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펼쳤던 국가였다. 하지만 미국의 독립전쟁이 일어나면서, 라이벌이었던 영국에게 타격을 주기위해 막대한 물자를 투입해 미국의 독립전쟁을 도왔다. 그 결과, 프랑스의 국고가 바닥나기 시작했고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졌다.
장발장이 아무리 일을 해도, 빵 한조각 살 수 있는 돈 마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경제파탄과 비슷하다.) 자연스럽게 업주들은 임금체불이 생기기 시작했을테고, 연쇄적인 파산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살 걱정에 허덕이며, 성장 가능성을 꿈꾸기 보다는 앞선 생존을 위한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과정을 회사와 비교해보자.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임금을 주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충분히 자신의 삶을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의 임금을 주고 있는가? 우리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을까?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일거리를 제공해주거나, 좋은 리더를 매칭시키는 일. 회사에서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평가제도를 개선하거나 신뢰를 쌓는 일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앞의 2가지가 충족된다면, 구성원들은 성장 가능성을 고민할 것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우리 회사가 성장해서 내 명함 앞의 '00회사 000'이라는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말이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도 그러했을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돈이 없어 쫄쫄 굶게 생겼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도 없으니 앞이 막막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해도, 빵 한조각 살 수 없는게 현실인데 아무리 전쟁에서 승리하고 "대 프랑스 제국의 영광을 위해!" 라고 주변에서 외쳐봐야 귀에 들어올리 있을까?
마찬가지로, 장발장이 다른 일을 구하러 가거나, 빵을 훔쳤 듯이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불만족을 느끼고 다른 살 길을 찾게될 것이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존"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은 얼마 안가 자연스럽게 떠날 것이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소기업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당장에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임금의 액수는 작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액수를 책정할 때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들의 '생존'에 적합한 금액인가 아닌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회사의 존속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떠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견, 대기업은 '생존'에서도 2번과 3번에 대해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요즘 시대는 '1번'은 어디서든 충족할 수 있는 시대이다. 과거 80~9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육체적 노동=임금' 이었고, 제조업/건설업 기반의 대규모 투자자본을 토대로 기업이 형성되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 브런치를 통해 창작활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사진을 찍고 그것을 작품으로 내걸어 돈을 버는 사람들, IT 개발자들이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기업을 꾸리는 것 등 다양한 활동으로 돈을 버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물질적 풍요로 인해, 물질산업이 아닌 지식산업이 중요해지는 시대다. 플랫폼 산업 중에서도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스타일, 탈잉, 클래스101, 솜씨당 등 개인 지식을 통해 시장을 이루는 것들 또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지식, 경험을 통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조금만 누군가에게 지식과 경험이 뒤쳐진다고 생각하면 곧 바로 '생존의 위험'에 직결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그것 또한 '생존의 위험'을 느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보다 더 연결된 사회, 실시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로서 흔히 '눈칫밥'을 매일매일 먹고살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의 젊은 구성원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견, 대기업은 회사에서의 심리적 안정감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리더들의 교육은 점차 구성원들의 멘탈케어, 감정조절, 수시 피드백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춰,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업은 구성원 교육과 자기개발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젊은 이들에게 회사의 비전, 목표를 공감시키고 성과에 따른 철저한 보상과 빠른 승진, 역할, 책임을 주어 성장 기여감과 가능성을 동시에 부여하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이것과 같다.
명확한 비유를 위해, 얼마 전 직장 동료에게 들었던 탈북민 학생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직장 동료는 취업 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부방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탈북민 학생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공부하는게 북한에 있을 때보다 더 스트레스 받아요."
그 이유를 묻자, 탈북민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거기선 먹고 살기 급급해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 하루 매 끼니만 걱정하면서 살면 되거든요." 나는 이 소리를 듣고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 같았다. 우리는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조금 더 빛이 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지만, 정작 그들은 그런 고민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으로 탈북함으로써, 더 이상 생활유지를 위한 '생존'의 고민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동시에 더 잘 살아야 한다는 '공부의 스트레스'로 인한 '생존'이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이것은 내게 사람들이 각기 처한 '생존'의 기준이 다른 극단적인 예시였다. 기업도 똑같다. 기업의 규모, 업종, 상황 등에 따라 구성원들이 느끼는 '생존'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성원들에게 어떤 '생존'의 문제들에 집중해서 해소시켜야 하는가? HR 부서의 담당자들은 이것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생존' 때문이다.
2. 생존은 안정성, 지속가능성, 성장가능성의 3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3. 사람, 기업, 환경에 따라 생존을 느끼는 기준이 다르다.
HR 담당자는 위의 3가지를 기준으로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 이유를 고민하고, 각종 HR제도 기획/운영을 고민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단순히 구성원들이 떠나가는 이유를 '임금문제', '기업환경 문제', '리더 문제', '조직문제'로 돌린다면 적합한 수술이 아닌 땜빵용 수술로 이어져 기업 운영에 더욱 극심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다음 [HR고민]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일 할까?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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