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하는 이유를 Why, What, How 관점에서 생각하자!
▶ 이전편 보기 : [HR고민]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일 할까? ① (https://brunch.co.kr/@jty9480/5)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뻔한 이야기를 고민하면서 HR 제도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기업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단언컨데, 기업의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정작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고민하고 기획하는 곳은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HR 조직도 기능 중심적 조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HR 조직은 제품을 생산하는 곳도,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아니다. 오히려 마케팅/브랜딩의 관점에서 고객을 생각하고, 들여다보며 인사철학(=브랜딩), 인사제도(=마케팅전략), 조직문화(=프로모션, CRM 등)를 기획해야 한다.
-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할까?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Why 와 What for 을 명확히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다. Why 는 이유이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를 의미한다. 앞서 말한 생존을 위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을 버는 것이 일을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What 은 ? 정확히 말하자면, What for 에 가깝다. What 은 일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일을 하지만,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 일을 한다면 굳이 대기업, 창업과 조금 더 나은 자기계발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는 일을 동해서 '행복'을 얻고 싶어한다.
What 은 Why 보다는 조금 더 가치중심적인 것에 있다. '생존'은 본능이라면 '행복'은 지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을 하면서 과연 행복한가?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No! 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 때, 떠들썩하게 언급되었던 YOLO족은 지금 당장의 행복이 중요하다며 등장했다. 그들은 오늘 하루 돈을 벌고, 하루를 멋지게 보내는 것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이야기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워라밸을 이야기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바로 일을 통해 얻는 행복보다, 여가 시간에 얻는 행복이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다. 과연 일로써 얻는 행복과 여가시간을 통해 얻는 행복, 어떠한 것이 내게 더 크게 느껴질까?
최근 지인의 추천을 받아 보기 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가다>에서 나온 내용은 '행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젊은 마케터 에밀리는 시카고 출신으로 자유분방하고, 누구보다 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워커홀릭이다. SNS마케팅을 즐겨하며, SNS 파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미국인이다. 그녀는 꿈꾸던 파리 지사의 SNS 마케터로 파견근무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프랑스 문화를 접하게 된다. 프랑스 문화는 그야말로 '여유' 그 자체였다. 성적인 말을 서슴없이 하고, 모든 행위를 예술로 생각한다. 심지어 광고에서 야외 노출을 향해, 에밀리는 "저건 성차별적인 것인데요?"라고 말하자 프랑스 마케터들은 "향기로 온 몸을 두르고 있는데요." 라고 맞받아친다.
미국 문화도 개방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드라마에서 본 프랑스 문화는 더욱 개방적이다. 에밀리와 프랑스 상사인 실비의 대화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을 통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실비는 에밀리에게
"정말 일을 할 때 행복해요?"라고 물었고, 에밀리는 "네, 그러기 위해서 파리에 왔는걸요?" 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SNS 마케팅이 파리의 브랜드들에게 먹힐 수 있다는 자신감있고 당찬 모습. 그리고 자신이 해내야 하는 일에 대해서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집념으로 끝맺음을 맺을 때의 행복한 표정들은 에밀리가 진정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모습으로 포착된다.
드라마에서 프랑스인들이 보기에 미국인들은 '일에 미친 워커홀릭'으로 묘사된다. 반대로 미국인들의 눈에 프랑스인들은 '겉 멋만 잔뜩 든 이상한 사람들'로 표시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일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동일하다. 바로 '행복' 때문이었다. 프랑스인 실비는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화려한 파티와 본인의 라이프를 즐기며 행복을 추구한다. 미국인 에밀리는 퇴근 후에도 끊임 없이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함께 업무의 연장선인 브랜드 제품 홍보에 열심히다. 팔로워수가 늘어나고, 파리의 인플루언서가 되어가면서 그녀는 '행복'을 느낀다. 완벽한 커리어우먼으로서의 모습으로서 자신을 바라보며 만족해한다.
어떠한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지는가를 물었지만,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이다. 우리가 일을 위해 얻고자 하는 것은, 내 삶에서 행복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들고자 함이고 그것이 'Work' 자체에서 느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다. 요즘 세대에게 묻는다면 '실비 같은 삶이 좋지!'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때 트렌드로 묘사되었던 YOLO족이라는 말이 지금은 거의 들어볼 수 없는 것처럼, 마냥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복은 한계효용체감적이다. 흔히 <전망이론> 이라고도 많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첫 순간의 기쁨은 크게 느끼지만, 똑같은 기쁨은 동일한 첫 순간만큼의 기쁨을 주지 못하며 더 큰 기쁨을 얻기를 원한다. 나는 어렸을 적, 탕수육을 굉장히 좋아했다. 탕수육은 짜장면과 짬뽕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요리였다. 그러던 중, 우리 집이 중국집을 차리게 되었고 아버지는 내게 매일 탕수육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매일 탕수육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매일 먹으니 탕수육도 질리게 되었다. 365일 중, 200일 정도는 탕수육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1년 간 탕수육은 거의 먹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매일 먹지 않기 때문에, 중국집을 가면 무조건 시킨다.)
이를 YOLO족인 실비와 워커홀릭인 에밀리로 비유해보자. 실비의 취미생활은 퇴근 후 파티를 즐기고, 일에서는 해방감을 느끼며 자신의 섹스파트너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실비는 365일 파티를 즐기고,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하며 '행복'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을까? 아마 같은 사람들과의 파티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파티를 즐기거나, 새로운 사람을 초대하거나, 더 큰 파티를 열겠다는 새로운 자극들을 부여할 것이다. 혹은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을 수도 있다. 워커홀릭인 에밀리도 마찬가지다. 에밀리는 SNS 마케팅을 통해 일을 하는 것을 즐겨하지만, 단순히 SNS 마케팅을 일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을 즐거워하고, 파리의 각계각층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높여가며 매번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간다. 단순히 SNS 마케팅을 통해 팔로워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서, 더 큰 행복의 자극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HR 부서 혹은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만족감, 그리고 일을 통해 '행복'을 얻고 있는가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보아야 한다. 우리들의 구성원이 지금의 일에 만족하고 있을까? 조금 더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런 고민이 전제되지 않은 조직개편, 인사발령, 역할과 권한의 위임은 결코 구성원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역할 부여'와 '직무 변경'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구성원이 과연 그것을 통해 진심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는 고민해보아야 한다.
만약 구성원이 지금의 직무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직무변경을 시켰다면 HR부서와 기업은 구성원의 행복을 강제로 뺏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조직이 'SNS 마케팅'을 하는 조직인데, 갑자기 '대외 프로모션 행사팀'으로 변경했을 때, SNS 마케팅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있던 조직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한 순간에 회사의 성장은 정체될 것이다.
또한 지금 'SNS 마케팅'을 통해 행복을 얻는 구성원들이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자극들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SNS 마케팅'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하던지, 조금 더 비용 집행의 범위를 넓혀준다던지, 할 수 있는 권한을 조금 더 주는 방식으로 '일을 통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기부여는 단순히 '돈', '역할부여'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BEST 한 동기부여는 '더 큰 자극'을 느낄 수 있도록 반드는 'WHAT'이다.
최근 우리 팀으로 이직해 온 팀원은 매우 유능한 사람이다. 은 대학을 나와 스타트업에서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HRD 컨설턴트로 게이미피케이션을 가미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대기업 교육팀에게 납품까지 이뤄냈다. 능력을 알아본 대표는 다양한 역할과 기회를 제공하며 성장을 도왔다. 이후 좋은 기회로 대기업으로 이직했으나, 기업문화가 맞지 않아 퇴직하고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회사로 이직했다. 팀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으며 유능한 인재로서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았지만 결국 퇴직하고 우리회사로 이직했다. 그때 나는 물었다.
"왜 퇴사하셨어요? 우리회사보다 급여도 높고, 인정받고 있으셨을텐데요." 그러자 그분이, "하는 일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기쁘지도 않았고 행복하지도 않아서 퇴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넌 유능한 인재니까 기회가 있었겠지' 생각했겠지만 정작 본인은 유능한 인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기회가 닿아서 이직에 성공했을 뿐이라고 말했고, 자신도 경력 면접에서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행복하지 않아서' 였다.
그 분이 마지막으로 간 브랜드 마케팅 회사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고, 기회도 많이 줬다. 대표에게 본인의 의견을 말하면, 대부분이 수용되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영역'이어서였다. 팀원으로서 이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꼈던 것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더욱 잘해내면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동기부여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것이 '일'을 통해 얻는 행복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의 새로운 직무는 아무리 대표에게 인정을 받아도 스스로에게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감이 채워지지 않으니 '행복'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이 분은 퇴사를 결심했다.
HR 담당자로서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그렇다고 회사가, 인력이 필요한 곳에 보낼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 100% 다 맞춰주나?" 특히, 인사기획 혹은 조직발령을 담당하는 과장급 이상의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관점은 지극히 '회사' 중심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HR 부서는 제품을 출시하거나 부품을 조립하는 부서가 아니다. 우리의 고객은 '구성원'이고, 구성원의 행복과 만족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성과가 더욱 잘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성과는 '경영진'에게 자연스러운 만족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사기획/조직문화에서 매번 진행하는 직무만족도 조사, 기업문화 만족도 조사를 통해서 면밀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이 사람이 '행복한가?' 이다.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경영진에게 현재 상태를 점검받는 형식의 조사가 아니라, 진짜 조치를 위한 행동으로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일을 하지만, 이왕 하는 일을 통해 조금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하고, 가치를 얻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업들이 쏟아내는 각종 제도와 가치관들은 구성원들의 '행복'이 충족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직책위임, 권한부여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회사에서 느끼는 행복의 정도를 확인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극들을 줄 수 있도록 단계적 설계가 필요하다. 경영진이 생각하는 구성원의 모습과 행복이 아니라, 구성원이 생각하는 회사의 모습과 행복을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앞으로는 기능 중심적인 조직에서 탈피해, 진정한 HR 부서로서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본질중심적인 조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기업은 도태되거나 훌륭하고 우수한 인재를 놓치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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