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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스정 Aug 29. 2022

아이스크림을 통해 느낀 지혜 : 지나보면 '작은 것'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우리 회사 개발팀이 네이버 클라우드에 신청한 특정 프로그램에 당첨되어 아이스크림을 받게 되었다. 한 여름의 꿀 같은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쥔 채로 맛있게 먹으며 동료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크림이 왜 이렇게 작아졌지?'





물론 요즘 아이스크림이 과거와 달리 작아진게 맞는 것 같다. 물가는 상승하고 웰빙족들로 인해 소비량은 적어지니 제과회사에서는 크기를 줄여 가격을 맞춘 것이겠거니 한다. (그래도 요즘 아이스크림은 너무 작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문득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내 손에 시선이 꽂혔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 손이 커진 것은 아닐까?'


아이스크림의 크기도 줄었지만, 그것을 들고 있는 내 손이 커졌다는 생각은 한 순간도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는 아이스크림을 한창 좋아했을 어렸을 적 초등학교 때 내 손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우연히 지나가는 판교 근처 유치원 생들의 아기자기한 손을 보면서, '저들의 손에 들려있을 아이스크림은 내가 느꼈던 것만큼 크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타스정이 다녔던 서울옥수초등학교 운동장>


1. 당시에는 커보였던 것들이, 성장한 사람들에게는 작게 느껴진다.

옛날에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본 적이 있는가? 스물 네살이 되던 해,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방문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얼마나 작게 느껴졌던지. 서로를 보며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는 10년 주기로 방문해서 사진을 찍자고 약속했다.) 그 당시에는 커보였던 것들이 지나고나서는 정말 작아보인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아니, 지나고 나서라기 보다는 '성장' 하고 나서 작아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일, 삶에서도 그런 것 같다. 신입사원 1년 차, 잘 보이기 위해 머리를 꽁꽁 싸매며 고민했던 것들이 지금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어느 날, 매월 초 직원들에게 복지성으로 나가는 기념일 상품권을 잘못 내보낸 일이 발생했다. 전전긍긍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내게, 옆에 있던 선배가 "그거 처리하면 되지 뭐~" 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아니 어떻게 저렇게 남일 처럼 이야기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야속하게 느껴졌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고보니 선배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갔다. 처음 해당 문제를 직면하면 그 문제가 굉장히 커보이지만, 한번 그 문제를 넘으면 다음은 어렵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해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 즉 '성장'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사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뻔 했던 일, 신임 임원 소개를 실수해서 CEO에게 눈총 받은 일, 고용노동부 신고를 제 때 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었던 일, 블라인드에서 내가 했던 행동에 대해 엄청난 질타를 받았던 일 등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던 일들이 이제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흘러갔다.


생각해보면 우여곡절이 많은 사람이 더욱 성장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직면한 문제는 인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 그리고 기존의 문제들이 작게 보인다면 나는 '성장'한 사람이다. 만약 내가 직면한 문제들이 최근 1~2년동안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문제들이라면, 아직 그 기간동안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시 그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작은 해프닝'으로 느껴질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신입사원 시절, 우당탕탕 타스정의 모습>


2. 지금의 문제를 넘는 사람과 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

아이스크림을 보며, '내 손이 커진건 아닐까?' 라고 고민하는 경우. 초등학교 운동장을 보며, '진짜 작았구나'라고 느끼는 경우는 결국 성장했기에 작아보이는 것들이다.


최근 업무를 진행하면서, 나보다 뒤늦게 입사해 다양한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마치 몇 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반면, 누군가는 선배의 도움 없이 비효율적으로 혼자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 업무'가 되는 순간 둘 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문제들이 크게 보일꺼라는거다.


이 상황에서 놀라운 것은 누군가는 해당 업무를 멋지게 해결하여 '성장'하고 업무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면, 누군가는 문제를 그저 남에게 떠넘기는 형식으로 해결한다. 전자의 경우 추후 비슷한 문제와 직면했을 때 손 쉽게 해결하는 '작은 문제'로 느껴지는 반면, 후자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또 다른 '큰 문제'로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문제 없는 성장을 이루겠지만, 후자는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후자를 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대부분 일을 떠넘기며 "그건 네가 나보다 더 잘하잖아~", "네가 하는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니까" 라고 말한다. 그 당시에는 그럴 듯 해보이지만, 곰곰히 들어보면 결국 본인은 능력이 없으니 '내 대신 네가 해줘'가 된다. 그런 작은 문제들이 내게 하나, 둘 쌓이면 정작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주변에 이런 사람들을 잘 걸러내자)




지금 당장 큰 문제로 보이는 것을 남에게 넘긴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문제해결능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직장생활 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TV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한 하이브의 CBO 민희진 님은 이런 말을 했다. 


"몇 개를 잘하면 자기증명이 끝날 줄 알았다. 근데 자기증명은 끝없이 이어진다. 성장할 수록 장벽이 더 커진다. 내가 나를 이기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필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 하이브 CBO 민희진


지금의 문제를 뛰어넘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 남에게 그것을 떠넘기는 것은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큰 문제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흐르고나면 그저 작은 문제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비단 업무 뿐만 아니라 일, 삶에서는 정말 많은 문제들에 직면한다. 부동산 침체로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공인중개사 친구, 오늘 매출이 저조해 내일을 걱정하는 자영업자 친구, 직장생활에서 상사에게 찍혀 연봉이 몇 년째 동결인 친구 등 매번 대화를 통해 우리는 각기 다른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또한 지나가는, 성장하는 과정이겠지."




3. 두려움, 귀찮음을 극복하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은 축복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장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직장생활에서 유능한 인재의 특징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그들에게는 끊임없이 더 큰 과업이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작은 문제를 성공시키면 그 다음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작은 문제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못한다. 우리가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문제에 머무르기만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스스로의 인생에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없게 된다.


단순히 직장생활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내 인생에서 풀지 못한 숙제가 무엇인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아직 마음 속에 케케묵도록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작년 추석, 그간 끊임없이 나를 괴롭혀왔던 부모님과의 여행을 성공했다. 7살 이후로 단 한번도 가족여행을 가보지 못했던 우리 가족에게 가족여행을 선물한 것이다. 그 때 부모님의 기뻐하시는 표정은 내게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아직도 아버지가 별빛이 가득했던 제주도 범섬 앞에서 내게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60년을 살아오면서, 오늘 만큼 기쁜 날이 없다."


어색하다는 이유로, 좋아하실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실행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자 그 다음은 한결 편해졌다. 이제는 여행도, 노래방도 함께 하는 가족이 되었다. 지나고보면 참 쉬운 일인데, 그 당시에는 왜이렇게 큰 문제로 느껴졌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또 다시 생각해본다. 만약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으면, 나는 평생 가족과 함께 이 기쁨을 누리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우리 부모님도 함께 기쁨을 누리지 못하지 않았을까? 아마 평생 후회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인생의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어렵고 두려워한다.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을 떠넘기면 결국 남는 것은 유사한 문제에 또 다시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 사람은 그 정도 수준의 문제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려움, 귀찮음을 극복하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은 기회이자 축복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하는가는 온전히 내 몫이다.


지나가면 작게 보이는 것들을 기억하자. 눈 앞에 있는, 현실에 지쳐 있는 지금 그 문제가 아무리 커보일지라도 지나고보면 아주 작은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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