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 월드컵 특집으로 진행된 tvN <유퀴즤 온더 블록>에 손흥민 선수 아버지인 손웅정 유소년 축구 지도자가 나왔다. 그 중, 손정웅 씨의 독특한 육성 철학이 눈에 띄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무원려 필유근우, 인무원려 난성대업'이었다. 직장생활도, 우리의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다. 어쩌면 모든 것이 그럴지도 모른다. 오늘 필자는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 멀리 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생긴다. 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 : 멀리 보지 않으면, 대업을 이루기 어렵다.
첫 번째는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다. 두 번째는 안중근 의사가 사형집행을 앞두고 쓴 글로 유명하다. 손웅정 씨는 유퀴즈에 출연해 자신의 축구선수 육성 철학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어렸을 적에 기본기를 가르쳐야할 적에 경기를 뛰게 해 성적을 내게 한다. 이는 누구를 위한 성적인가?" 이후 열여덟, 열아홉에 프로 입단을 앞두고 몸이 망가지거나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들이 허다하다 말한다. 멀리 보지 않으면, 단기 성과에 연연해 문제가 생기고 장기 성과 달성은 더욱 요원해지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단 축구 선수 뿐 아니라, 공부를 하는 중 · 고등학생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학창시절,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생각과 고민 없이, 부모의 의지대로 공부만 하며 꿈이 없이 대학에 간 친구들이 많다. 결국 20대가 되어서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는 법을 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직장생활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퇴사하고 창업 혹은 스스로의 미래를 다시 찾아가는 친구들도 허다하다.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젊은 이들에게 기본기란 유연한 사고, 창의적 발상, 새로운 도전을 통한 색다른 경험, 깊이 있는 사고, 도의적 가치관 등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수학, 과학, 국어, 영어 성적에 연연해 이런 것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막상 사회로 나아갔을 때 뒤 늦은 배움으로 이미 성장은 끝나버렸을 것이다. 인생에서 지식은 찰나이지만, 경험은 영원하다. 인무원려 필유근우, 인무원려 난성대업. 인생을 멀리 보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 반드시 위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손웅정 지도자가 말한 '멀리 본다'라는 것의 핵심은 '멋진 축구선수가 되기' 라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손정웅 지도자가 손흥민 선수를 단순히 '축구를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여느 부모처럼 기본기보다 다양한 축구 시합을 통해 경험을 쌓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워야할 것들을 놓치고, 본인의 몸을 혹사시켜 정작 멋진 축구선수가 되어야 할 나이에 축구선수가 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직장생활, 인생, 삶을 나아감에 있어 장기적 비전과 단기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장기적 비전 설정은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갖게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더라도,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한 마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인내를 배우고 비전 달성을 위해 사람을 꾸준히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단기적 목표는 장기적 비전 달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표다. 목표 달성이 실패하더라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생에서 자꾸 단기적 목표 달성에 집착하며, 점점 장기적 비전은 잃어버리게 된다. 예를 들어, 취업을 목표로 설정한 취준생이 취업에 실패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의 인생 목표가 취업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좀 더 나은 삶'이거나, '안정적인 삶'이었을 확률이 높다. 취업이 아니더라도 내 삶에 있어 이런 비전은 언제든지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지금 당장의 목표달성에 실패했을 때 무엇이 문제였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재방향 설정이 필요할 뿐이다.
물론 오늘을, 단기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단기 목표 달성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 동기부여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이에 집착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했던 장기적 비전은 사라지고 눈 앞의 단기 성과에 집중하게 되어 멀리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아지게 된다. 삶에서는 친구, 동료, 가족, 건강이 될 수 있으며, 손웅정 지도자는 축구 선수로서의 기회, 건강을 예시로 들었다.
직장생활에서 흔히 '현타'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 유퀴즈 직장인편에 출연한 이상엽씨가 이런 말을 했다. "신입사원 때는 열정을 다해 열심히 했다면, 7년 차인 지금은 제 이름이 안불렸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아마 이상엽씨는 직장에서 자신의 자아실현과 성장을 꿈꾸며 젊음을 열심히 불태웠을 것이다. 그러나 3~5년차가 되는 순간, 점차 직장에서의 현실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직장은 나를 위한 자아실현의 공간보다, 회사가 가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공간으로서의 현실 말이다. 특히 저연차일 수록, 주니어일 수록 권한과 책임을 갖기 어려우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게된다. 즉, 자기주도성을 뺏긴 것이다. 그리고 이때 직장인들은 굉장히 많은 '현타'를 느끼게 된다.
직장에서 현타를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아직 직장 내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임원이나 리더가 아님에도, 자꾸 그 모습을 그리며 '자기 주도성'을 갖기를 바란다는 괴리에서 온다. 손웅정 지도자가 말한 것처럼, 아직 기본기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 축구 경기 시합을 많이 뛰게 하여 혹사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먼 이상을 꿈꾸며 직장 내에서 스스로를 혹사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인무원려 필유근우'라 했다. 멀리 보지 않으니, 가까운 곳에 근심이 생긴 것이다. 내 인생의 장기적 비전이 <회사 생활 열심히 해서 임원달기>라면, 어떻게든 지금의 현타를 이겨내고 직장에서 책임과 권한을 받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내 인생의 장기적 비전이 <50대가 되어서 멋진 사람으로서 사는 삶>이라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나를 멋지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 내게 권한은 없더라도 나를 멋지게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책을 펼 수도 있고, 유투브 채널을 운영할 수도 있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실행하는 것이다.
사실 직장은 과거와 달리, 인생을 잘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직장에서 성공한 셀러리맨의 신화로 자신을 알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유투브, SNS, 창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을 알리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그렇기에 우리의 인생을 더욱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인무원려 필유근우, 인무원려 난성대업. 분명 내 인생에 무언가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일수록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내가 그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자세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괴롭고 힘들 때, 다시 한번 내 인생을 멀리 볼 필요가 있다. 멀리 바라본다면 지금의 조급함, 근심보다 무엇을 해야할 지.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에 대한 방향을 수립하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