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성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인사팀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잦게 대화를 나눕니다. 그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커리어적 상담과 회사 내에서 자신의 역할, 목표를 잘 이루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저도 이제 연차가 올라가다보니, 제 주변 동료들은 자신의 친구, 지인이 각자 다니는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며 자신과 비교하기도 하고. 이제 막 입사해서 성장기를 이루고 있는 3~4년차 동료들은 익숙해진 환경, 업무보다 좀 더 확장된 상황에서의 성장에 목말라 있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대게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1. 나름 해당 조직에서 다양한 성공경험을 하며 빠르게 성장해온 사람들이다. (자신감, 자부심도 높다)
2. 자신만의 성장, 기대 수준이 높아 스스로를 계속해서 채찍질 한다.
3. 항상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주변인들로부터 점검 받고 싶어 한다.
4. 리더, 동료들의 인정이 있음에도,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 더 큰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이것이 때론 본인을 더욱 혹독하게 몰아붙인다.
5. 그만큼 성장과 인정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이런 분들은 대게 회사에서 인정도 잘 받고, 대인관계 역량도 뛰어난 분들이십니다. 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자신이 회사나 조직에 기여하며 잘 하고 있다는 것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늘 저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제가 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 제가 커리어적 성장을 하고 있는걸까요?" 등과 같은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늘 성장에 대한 고민, 현재 조직에서 나의 위치와 역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나의 평판. 직장인이라면, 그리고 조금 욕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질문인 것이죠. 제게 찾아와 커리어적 고민,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과거 어려웠던 업무 난이도는 익숙해져서 반복된 업무 만을 하다보니 일이 쉬워져있다. 그러나 새로운 일(또는 더 큰 난이도)의 기회는 생각보다 없다. (업무, 조직의 환경 차이 때문)
2. 처음에는 큰 성취로 느껴진 성공 경험이 이제는 작은 경험, 어쩌면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면서 더 큰 성공에 대한 자극제가 필요하다.
3. 다른 회사에 다니는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성공과 자신의 성공을 비교한다. 그리고 나보다 더 큰 업무적 경험을 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경험을 낮게 판단한다.
4. 어느 순간 일은 쉬워지고, 성공경험의 성취감도 작아지고, 다른 회사의 지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커리어가 '물경력'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하고 의심하며 자신감이 떨어진다.
동료들과 상담을 이어나가면서, 어떤 식으로 해결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저런 상황을 겪어봤기에, 저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갔는지도 다시 한번 되짚어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이렇게 해보시고, 저건 저렇게 해보세요." 라는 말은 그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제 3자가 나서서 해결해줄 수 없는 고민이라는 것까지도요. 다만, 저는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기반으로 동료들에게 이런 고민의 해결방법은 바로 '자기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계단식 성장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 세대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학습하는 내용보다, 학원에서 선제적으로 학습하여 고1 때 고2, 고3 의 영역까지 소화하는데 익숙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좀 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학원 등을 다니며 정보, 지식을 습득하고 선제적으로 행동하는데 익숙합니다. 요즘에는 유투브, SNS 등으로 간접경험을 통해 미리 견문을 넓히는 일에도 익숙하죠.
그러나 자신의 인생, 즉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 대인관계 능력과 같은 것들은 사람마다의 경험, 환경 차이가 워낙 다르고 복잡하다보니 우리가 기존처럼 배워왔던 선제적 학습이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경험과 경험이 쌓여 자신만의 해결책을 만들어가고 스스로의 인생에 '인사이트(=가치관)'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장이 매우 더딥니다.
그러므로 지금 자신의 성장이 '계단식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장이 없을 지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분명 어느 순간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 타인과의 비교, 타 환경과의 비교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또 어떤 경험으로 쌓이게 되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해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계단식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 '지금'을 살되,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동료들에게 야구에 비유하며 말합니다.
"야구에서 타자가 타석에 올라 매번 홈런만 치는게 아니에요. 때론 안타도, 파울도. 아웃도 당하기도 하죠. 한번의 홈런을 치기 위해서, 수 백번의 안타가 나와야하고. 안타가 나오기 위해서 수 천번의 파울과 수만번의 아웃이 있어야 돼요. 때론 볼넷으로 운좋게 나가는 경우도 있겠죠? 사실 한번의 타석에 나가기 위해서는 고된 훈련과 경험도 있어야해요. 중요한 건, 타석에 서기 전에는 아직 게임이 시작도 안된 것이고. 타석에 섰다면, 아직 게임 중이라는거에요. 지금 OO님은 몇 번의 안타를 쳤고, 몇 번의 파울을 기록했나요? 혹시 아직 게임이 시작되기 전은 아닐까요? OO님이 파울을 해도 되고, 아웃을 당해도 돼요.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중요한 건 홈런을 치기 위해, 이후 많은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파울, 아웃, 안타 이런 일들이반복된다는거에요. 그럴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아?' 라는 고민이 아니라, '앞으로 수 많은 홈런을 치기 위한 기회의 발판' 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매번 홈런을 칠 수 없는 것처럼, 너무 그것에 매몰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지루함을 견디고 나만이 아는 노력에 귀기울여주세요. 그렇다면 언젠가 더 큰 빛을 보실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