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남의 떡이 커보인다

The Grass Is Always Greener

by 윤본

팔로워 몇만 명, 일촌 몇만 명, 이제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인생 공간 SNS. 사람들은 그 공간에 생활들을 기록하며 다른 이들과 또 함께 부비며 살아갑니다. 고급 수입차, 명품 가방, 비싼 레스토랑에 다녀와 근사한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고, 잘생긴 얼굴과 멋지게 가꾼 몸매를 자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본인의 인맥을 슬그머니 드러내는 사람들이며 하다못해 좋은 대학 들어간 자식 자랑까지, 온갖 좋은 것들로 도배되어 있는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세상입니다.


SNS에는 보기 좋은 것만 가득합니다. 나에게 힘이 되는 좋은 글,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 그리고 멋진 사람들만 있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잘 개발해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멋지게 써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현실에서 쉽게 마주하는 아픔이나 고민 그리고 슬픔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부모, 형제가 그리고 친구들이 가진 고민과 아픔, 술잔을 앞에 두고서야 들을 수 있는 그 비밀스럽고 창피한 감정들은 SNS에서는 보기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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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로만 가득 찬 SNS를 보며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감탄하고 동경합니다. 친구 가족이 다녀온 여행지를 몰래 기록 하고선, 나도 반드시 아이들과 가봐야지 다짐합니다. 군살이 하나도 없는 선배의 포스팅을 보면 나도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운동 영상 등을 찾아 봅니다. 멋져 보입니다. 부럽기만 합니다. 매일같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웃음꽃이 피는 가족들과 살며 직장에서는 임원 승진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매우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느껴집니다.


SNS에서 로그아웃을 한 내 삶을 한번 봅니다. 함박 웃음을 지으며 필터로 잔주름을 지운 아내의 SNS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올 때면 오늘도 언제나 늘어진 낡은 셔츠에 땀 흘리며 가족들 삼시 세끼를 준비하는 피곤한 아내만 있을 뿐입니다. SNS에 진심인 아이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예쁘고 하늘하늘한 원피스가 아닌 우중충한 잠옷을 걸치고 머리는 며칠째 잘 감지도 않아 반들반들합니다. 진한 화장을 지운 얼굴은 울긋불긋 여드름 자국이 잔뜩이고 사진 찍을 때와는 다른 무표정하고 관심 없는 표정이 대부분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한 사진을 SNS에 올릴 때는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잘 나올 때까지 여러 번 표정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현실에서는 늦게 귀가하는 딸을 앉혀놓고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하거나 미적미적 공부를 미루는 아들 녀석에게 역정을 내는 꼰대 같은 아버지일 뿐입니다.


우리는 다른 이가 가진 떡을 매우 부러워합니다. 심지어 나에게 같은 것이 있는데도 말이죠. 어떤 때는 그것을 바라다 못해 내가 가진 것을 남이 부러워 해 주기까지 바랍니다. 저 역시 이러한 SNS의 세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한 미국의 한 SNS 회사입니다. 직장인들의 SNS로 매우 유명한 이 플랫폼은 당연히도 제 직장 생활의 중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이 플랫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직원이 되고 나니 이제는 더 많이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것도 매우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여야 할 것 같았으며, 팔로워 수도 남보다는 많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플랫폼에는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미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모두가 놀라울 정도로 성공한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에, 임원에, 해외 명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올리는 글들은 때로는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언가 깊이 있고 통찰력이 담긴 글들로 느껴졌습니다. 1인 사업을 하는 누군가는 몇 개월 만에 몇천만 원을 벌었다며 본인의 노하우를 공유했고, 30대 젊은이는 직접 책을 쓰고 강의까지 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며 저는 '주눅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 이력도 살펴보면 그럴듯 했습니다. 적당한 대학교를 나와 외국계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지사장까지 경험하고 현재는 싱가포르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저에게도 커피챗을 요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능력이 부러워 저도 그들처럼 인플루언서가 되어 보고자 했습니다. 회사 서비스를 홍보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유명 사이트의 글을 요약해 올리며, 마치 업계 전문가인 것처럼 정기적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도 했고, 종종 제 글에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매일 모르는 이들에게 팔로잉을 하고 일촌 신청을 했습니다. 어느새 제 일촌은 늘어났고, 제가 올린 어설프기만 한 포스팅은 수만 번 노출되었습니다. 저도 점점 제가 선망했던 이들처럼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SNS를 로그아웃하면 저는 실적 압박에 허덕이는 한 평범한 세일즈 직원일 뿐이었습니다. SNS에서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전문가로 보였지만, 그 밖에서는 저 역시 업무 목표 달성을 위해 고객에게 콜을 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헤매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었죠.

처음에는 이런 현실과의 괴리가 느껴졌습니다. 멋진 삶을 사는 것만 같은 친구들과 전문지식을 뽐내는 인플루언서들이 부러웠습니다. '왜 내 연봉은 이것밖에 안 될까?', '어떻게 저런 사람들처럼 살 수 있을까?' 하며 속상해 하기도 했죠. SNS 활동을 한동안 한 후에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차이에 더 큰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 여행 사진 뒤에 있는 무거운 식탁의 침묵, 늘어나는 팔로워들 사이에서 느끼는 공허함, 그리고 실적이 나오지 않는 현실 직장생활 사이에서 저는 더욱 괴리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남의 떡이 더 커 보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질투하거나 제가 가진 것을 과소 평가하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의 성공과 행복에 여전히 '좋아요'를 누르지만,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부러워 하지는 않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려고 노력합니다. 완벽하게 진심이 아니더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여전히 제가 배우는 업무 팁들을 SNS에 올리고, 그것에 감사해하는 팔로워들의 반응을 즐깁니다. 하지만 이제는 SNS 속 삶과 현실의 경계를 분명히 합니다. 그것이 이 디지털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임을 조금은 깨닳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세상은 다양한 SNS 플랫폼의 삶들을 어쩔수 없이 살아가게 합니다. 그 안에서 비즈니스도 하고 관계도 맺고 소통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를 맹목적으로 부러워할 필요도, 자신이 그러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서로의 좋은 순간을 축하하고, 웃고, '좋아요'를 누르면 되는 세상인 것입니다. 그 밖에는 누구나 보이지 않는 고달픈 삶의 다른 단면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오늘도 저는 환히 웃는 아들 사진을 SNS에 올립니다. 내가 가진 자랑거리로 그안에서 위안을 얻고 친구들에게 '좋아요'를 받습니다. 그러나 요즘 말수가 부쩍 줄어든 사춘기 아들과의 데면데면한 현실 또한 소중한 내 삶의 또 다른 모습임을 웃으며 받아들입니다.:)



This essay, titled "The Grass Is Always Greener," explores the disconnect between carefully curated social media personas and the reality of everyday life. The author reflects on how people's online presence often showcases only their best moments, creating an illusion of perfection that can lead others to feel inadequate or envious by comparison.

The essay begins by describing how social media platforms have become an inseparable part of modern life, filled with images of luxury cars, designer bags, exotic vacations, and professional achievements. The author observes that while these platforms highlight life's joyful moments and successes, they rarely display the struggles, worries, and ordinary challenges that everyone faces in their daily lives.


Drawing from personal experience, the author shares their journey working at a major social media company, where they felt compelled to create a professional online persona similar to the influencers they admired. Despite building a substantial following and receiving positive engagement on their posts, the author reveals the stark contrast between their polished online image and their reality as an ordinary sales employee struggling with performance targets and everyday challenges.


The essay then delves into the author's family life, contrasting the perfectly posed family photos shared online with the reality of tired spouses, moody teenagers, and routine family tensions. This juxtaposition highlights how even those closest to us present idealized versions of themselves and their relationships on social media.


Through these experiences, the author comes to understand that everyone maintains a gap between their online personas and offline realities. Rather than feeling envious or inadequate, the author learns to appreciate both their own life and others' successes with a more balanced perspective. The essay concludes with the realization that social media is simply another space where people exist, and that genuine happiness comes from accepting both the curated moments worthy of sharing and the imperfect realities that remain hidden behind the 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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