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오랜 시간 반복하면 누구나 능숙해진다는 뜻으로, '많이 행하다 보면 결국 익숙해진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우리 속담입니다.
어릴 적부터 유독 식탐도 많았고 끼니 외 군것질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저는 평생을 통통한 체형으로 살았습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면 항상 비만이라며 늘 운동을 꼭 하라는 잔소리로 의사선생님과의 문진을 마무리하곤 했죠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뛰려고 하면 10분도 안 되어 숨을 헐떡이며 내려오곤 했던 저질 체력이었습니다. 어쩌다 하더라도 핸드폰 영상을 틀어놓고 살살 걷다가 내려오곤 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나도 좀 제대로 운동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왠지 살도 부쩍 붙는 것 같고 많지 않은 근육도 조금씩 빠지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나 봅니다. 힘들기만 한 웨이트는 선뜻 내키지가 않아 러닝머신에서 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운동이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여전히 숨차고 힘들고 재미를 느낄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고비를 참아내며 끈기 있게 달리기 몇 회를 해냈고, 어느 순간 눈에 띄는 변화가 찾아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0분만 해도 지겨워서 내려가곤 했던 몸이, 언제부터인가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터벌 러닝이니, 막판 스퍼트니, 존 투 러닝이니,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여러 가지 러닝 방식들을 실제로 적용해볼 정도로 러닝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체중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것도 아니었지만 한 달 가까이 꾸준히 하다 보니 체력이 상당히 나아진 것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얼마 못 가 비 오듯 쏟아지던 땀도 이제 30분 정도의 달리기는 이마에 조금 땀방울이 맺힐 뿐 대체로 쾌적하게 달릴 수 있게 되기도 했죠.
5km 정도를 30분 정도에 달리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덧 좀 더 욕심이 나더군요. 자연스럽게 10km를 한 번 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한 시간에 걸쳐 10km를 완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주 3-4회 정도 10km 달리기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체력이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식단도 같이 병행하다 보니 체중도 좀 줄어 더 만족스럽기까지 합니다.
얼마 전부터는 한술 더 떠서 20km 달리기를 도전 중에 있습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10km 달리기를 하고 금요일은 20km 달리기를 하는 루틴을 2주째 도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역시 처음 도전했을 때는 죽을 만큼 힘들더니 느낌상 2번째부터는 조금 수월한 듯이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보다 익숙해지려면 전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반복이 가져오는 놀라운 힘은 비단 운동 체력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돌이켜보니 내 표현이나 성격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둘째가 엄마 아빠와 마주앉아 수다를 쏟아 내고 있습니다. 밝은 얼굴로 그애만이 가진 특유의 에너지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신이 나서 떠들어 대고 엄마 아빠는 그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무척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이를 보고 있으면 "아이고 우리 채은이 예뻐 죽겠네! 오늘은 뭘 했길래 이렇게 예쁘냐?"라는 오글거리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죠.
그날 밤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문득 저녁 때 둘째와의 대화가 생각나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나는 왜 예쁘다는, 그리고 사랑한다는 그런 말이 둘째한테는 술술 나올까?"
"..."
"아니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닌데 말야. 지금 당신한테 그런 말 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어색하고 불편하거든."
"..."
"큰애나 막내도 상상해보면,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상당히 어색하고 그런데, 유독 둘째는 너무 자연스럽네. 흠... 왜 그럴까? 참 이상하네."
옆에 누워 가만히 듣던 아내는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정답을 내놓습니다.
"자주 하니까 그런 거겠지. 당신은 둘째가 어릴 때부터 늘 예쁘다 예쁘다 끌어안고 살았잖아. 사실 큰애나 막내는 그보다는 좀 덜한 것도 사실이고. 평생 동안 하던 말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나오는 거겠지."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했습니다. 아내 말대로 사실이 그러했으니까요.
큰아이나 막내도 둘째와 다름없이 지극 정성과 사랑으로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표현에 있어서는 둘째보다는 인색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큰아이에게는 첫째이다 보니 아무래도 동생들보다는 조금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기대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사랑한다' '예쁘다'와 같은 입에 발린 소리보다는 항상 바르게 행동하고 주변을 살피게 하는 말들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막내 역시 아들녀석이다 보니 몸으로 투닥거리며 놀아줄 때가 많았었지, 서로 사근거리는 말을 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두 아이들에게 살짝 미안해지기도 하더군요.
언제나 머리만 닿으면 꿈나라로 직행하는 아내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금세 잠이 들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세월을 돌이켜보게 된 저는 늦은 시간까지 이 생각 저 생각에 뒤척이며 쉽게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러닝머신에서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20km를 뛰고 나면 발바닥이 불이 날 듯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분만 더, 1km만 더 뛸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기도 합니다.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풀코스 마라톤에도 도전해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이번일을 계기로 아내에게도 또 다른 아이들에게도 좀 더 다정하게 말을 해 보려고 나름의 노력도 해볼 생각입니다. '사랑해' '예쁘다'는 여전히 오글거려 한다 해도 지금보다는 더 부드럽고 다정한 말들을 꾸준히 연습해야 겠지요.
이처럼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멋지게 마라톤을 완주하는 제 모습도, (엄청 오래 걸리겠지만) 가족 모두에게 '사랑해' '예뻐'를 매우 자연스럽게 남발하는 스윗한 아빠의 모습 또한 머지않아 볼수 있지 않을까요?
Even a Blind Person Never Misses Their Way Home"
This Korean proverb teaches that through repetition and practice, anyone can master even the most difficult tasks.
The author shares a deeply personal journey of transformation through running—from struggling to complete 10 minutes on a treadmill to conquering 20-kilometer runs. More profoundly, the essay explores how repetition shapes not just physical endurance, but emotional expression within family relationships. Through a touching conversation with his wife, the author discovers why words of love flow naturally with his second daughter but feel awkward with other family members.
The story weaves together themes of persistence, self-discovery, and the gradual building of habits that transform both body and heart, ultimately suggesting that continuous practice can lead to mastery in all aspects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