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Having a Long Tongue"
"천하의 아귀가 혓바닥이 이렇게 길어?" 영화 타짜에 나온 유명한 대사입니다. 모든 것을 건 한판 승부를 앞에 두고 대결 상대 아귀가 얼른 수락하지 않고 이런저런 말을 늘어 놓자 주인공 고니가 그를 놀리며 도발하는 장면이죠. 이렇듯 어떤 사건을 이야기할 때 장황하게 말을 많이 하거나 변명을 길게 늘어놓을 때,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혓바닥이 길다"며 핀잔을 주곤 합니다.
싱가포르로 이사온 이후, 아이들에게 가장 큰 벽은 역시 언어였습니다. 싱가포르는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만큼 두 외국어에 대해 아이들이 느끼는 이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래도 영어는 한국에서도 학원을 다니며 접했던 언어여서 큰 불평 없이 받아들였지만, 중국어는 그것과는 아주 다른 문제였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언어를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큰 스트레스였을 것입니다.
공립학교로 전학을 간 둘째는 입학하기 전부터 중국어 과목을 빼기 위해 이런저런 레터며 서류며 온갖 노력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막내 역시 "영어도 힘들어 죽겠는데, 중국어를 왜 영어로 배워야 하냐"며 항상 입이 저만큼 튀어나와 불평하기 일쑤였죠. 엄마 아빠 입장에서도 중국어 수업은 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그저 학교 숙제가 있었는지, 잊지 않고 잘 해 가는지 챙기는 정도만 할수 있을 뿐이었죠.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학교를 마치고 온 막내에게 오늘 수업들은 어땠냐며 이런저런 질문을 했습니다. 초등학생이라 한국에서처럼 알림장 같은 것이 있어서 그걸 보면서 아이의 숙제를 챙기곤 했죠.
그런데 유독 중국어 과목만 물어보면 녀석은 이상한 핑계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이건 안 해도 되는 숙제라고 했다거나, 선생님이 하고 싶은 사람만 하라고 했다거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을 댔습니다.
저도 아내도 중국어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더 이상 캐묻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만 잔뜩 늘어놓는 녀석이 못마땅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뭐라 다른 도리가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부부는 학교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중국어 교과 선생님이었고 제가 선생님과 직접 통화를 했었죠. 내용인즉슨 막내가 자꾸 숙제도 해오지 않고, 심지어 오늘은 다 했는데 집에 두고 왔다는 등 거짓말도 자주 하는 것 같다며 집에서 부모님이 좀 살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애써 감추고 집에 들어오는 녀석을 방으로 불러 하나하나 물어봅니다.
"성찬아? 혹시 중국어 시간에 무슨 문제 있었니?"
"아니 왜?"
"너 숙제는 안 까먹고 꼬박꼬박 해 가니?"
"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왜 그러냐고?"
"아빠가 오늘 학교 중국어 선생님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니가 숙제를 계속 안 해오고 심지어는 하고 집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도 한다고 하시네?"
갑자기 얼굴빛이 달라진 녀석은 우물쭈물대기 시작합니다. 정말로 숙제를 했는데 두고 온 거라고 변명하더니, 그러면 지금 가져와 보라고 하니 쭈뼛거리며 뒤적거리기만 계속합니다. "지금 솔직히 얘기하면 용서해주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중국어 수업이 너무 싫었고 어차피 엄마 아빠는 중국어는 전혀 모르니 대충 이렇게 하면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럴듯하게 변명만 늘어놓던 녀석의 속내가 드디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한동안 훈계 끝에 녀석에게 다시는 거짓말을 안 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낼 수 있었죠.
당황한 순간에 혓바닥이 길어지는 건 아이만이 아닙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저도 말이 길어지곤 합니다.
집안일 중에는 제가 주로 담당하는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들과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 청소라든지, 사다리를 펴고 올라가서 해야 하는 실링 팬 청소 같은 것들이 제가 담당하는 일들이죠. 당연히 화장실도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야 하고, 실링 팬 역시 먼지가 많이 달라붙다 보니 자주 청소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여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루고 미루다 아내에게 등 떠밀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보, 이번 주말에는 팬 청소 좀 하자."
"응? 벌써 청소할 때가 됐나? 엊그저께 한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청소한 지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저기 먼지 쌓인 것 좀 봐."
"그래 알았어요. 주말에 합시다."
주말이 되어 아내는 다시 한 번 상기를 시켜 주지만, 토요일은 마트에서 장도 봐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니 일요일에 하자며 또다시 미룹니다. 일요일 오전이 되어서는, 몸이 찌뿌둥하니 늦잠을 자야 하니 오후에 하자고 하고, 정작 오후가 되어서는 지금 청소 시작하면 집안에 먼지가 날리니 애들 나가고 없을 때 다음 주쯤 다시 하자고 합니다.
억지스러운 이유를 만들어내며 어떻게든 귀찮은 청소를 미뤄보려고 용을 쓰는 모습에, 아내는 한숨을 쉬며 결국 아들녀석을 불러내 청소를 하곤 합니다. 또 그럴 때는 스스로 괜히 민망해져서는, 눈을 흘기는 아내를 못 본 척하고 또다시 몇 마디 거들게 되죠.
"이야~ 우리 막내 아들이 다 커서 엄마 청소를 돕네!"
"이제 아빠가 힘들게 안 해도 되겠다. 앞으로는 아들이 엄마를 도우면 되겠네!"
"장하다 우리 아들~"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를 감추고 싶거나 진짜 속마음을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때 많은 이유들을 스스로 만들어내곤 합니다. 그럴듯한 이유들로 상황을 잘 모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뻔한 속내가 오히려 더 쉽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난감한 상황에 맞딱드리곤 하죠. 결국 아들은 아버지에게 호되게 꾸중을 들었고, 남편은 아내의 따가운 눈빛을 견뎌야 했습니다. 고니에게 횡설수설하던 아귀 역시 결국 오함마로 손목을 잃었구요.
"Having a Long Tongue"
This Korean idiom describes someone who talks excessively when making excuses or trying to avoid responsibility—literally meaning "having a long tongue."
The essay explores this universal human tendency through two personal anecdotes: the author's youngest son lying about Chinese homework assignments after moving to Singapore, and the author's own elaborate excuses to avoid household chores like cleaning the ceiling fan. Both episodes reveal how people instinctively create lengthy justifications when caught in uncomfortable situations.
The idiom, popularized by the Korean film "Tazza," suggests that the more we talk our way out of something, the more obvious our true intentions become. Through these relatable family moments, the essay reflects on the irony that honesty is often simpler than elaborate dece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