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by 윤본
스크린샷 2025-12-08 오후 8.40.23.png Old habits die hard


어릴 때 몸에 밴 습관은 늙어 죽을 때까지 고치기 힘들다는 속담입니다. 특히 어릴 적 좋지 않은 버릇이나 행동이 나이 들어서도 고쳐지지 않을 때 주로 말하곤 하죠.


실제로 외국의 한 연구팀은 1960년대부터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수십 년간 추적 조사했습니다. 그들의 어린 시절 성격과 행동 특성을 기록해두었다가 성인이 된 후 다시 비교해 본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린 시절의 모습과 습관이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스며든 습관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 보면 유독 어머니는 밥을 먹을 때 제게 잔소리를 많이 하셨습니다. 다름 아닌 깔끔하지 못한 식사 모습 때문이었죠. 누나나 여동생과는 달리 저는 보통 손가락을 다 써가며 음식 양념을 덕지덕지 묻혀가며 먹곤 했는데, 깔끔한 어머니 눈에는 마음에 들 리가 없었습니다. 누이들도 싫어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퇴근하실 때 가끔 통닭이나 야식을 사 오시는 날이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앉은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어김없이 다섯 손가락에 덕지덕지 양념을 묻혀가며 지저분하게 음식을 먹곤 했던 저는 항상 가족들의 잔소리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음식에 집중하곤 했었죠.



그로부터 수십 년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본가에 내려가면 언제나 그렇듯이 어머니께서는 맛있게 음식을 차려주십니다. 그때 메뉴가 아마 닭볶음탕이었을 겁니다. 한결같이 온 손가락에 빨간 양념을 묻혀가며 식사를 하는 제게 그날도 어머니의 잔소리 폭풍이 쏟아졌죠.



"니 나이가 몇이냐? 아직도 그렇게 지저분하게 음식을 먹으면 어떡하니."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 그냥 맛있게 먹고 깨끗이 닦으면 되지."


"으이구, 너희 아이들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냐?"



해주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그렇다며 능청스럽게 넘기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아내의 맞장구가 저를 살짝 당황하게 했습니다.



"그러니까요 어머니. 오빠는 항상 저렇게 밥을 먹어요. 저는 아무 말 안 했지만, 어머니 말씀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아이들까지 합세해 깔깔대며 저를 놀리고, 그렇게 식사 시간은 즐겁게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 이후로 다른 사람의 시선이 슬슬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쌈이나 닭요리 등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제법 신경을 써 조심을 하곤 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손가락에 음식이 묻어 냅킨을 찾는 모습이 여전히 종종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십 년간 제게 잔소리를 해오신 어머니께 어떨 때는 되려 제가 잔소리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한 어조로 말이죠.


바로 다름 아닌 어머니의 잘못된 교통 의식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를 종종 무단횡단하십니다. 그래서 저한테 자주 싫은 소리를 듣곤 하시죠. 게다가 여기선 다들 이렇게 건너 다닌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도 하십니다.



아이들이 아마 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로 기억합니다. 할머니는 아이 손을 잡고 동네 곳곳을 다니시곤 했는데, 그 하얗고 토실한 녀석이 얼마나 예뻤겠어요. 본가에 내려올 때마다 어머니는 아이 손을 잡고 늘 밖으로 다니셨죠.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집 근처에서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까무러치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횡단보도도 없는 2차선 도로를 아이 손을 잡고 그냥 막 건너시는 게 아니겠어요? 차가 무섭게 달리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너무 위험해 보였고, 더구나 딸아이까지 옆에 있기도 했어서 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평소에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무단횡단을 하다 중앙선에 멈춰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말입니다.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죠. 그런데 다름 아닌 내 어머니가 이러고 있다니, 게다가 딸애까지 위험한 상황이 아니겠어요? 어머니를 불러 세워 바로 말씀을 드릴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한참 멀리 계셔서 하는 수 없이 늦은 저녁에 따로 시간을 내 말씀을 드렸습니다.



"엄마, 아까 보니까 길건너 그 빵집 가실 때 무단횡단을 막 하시던데, 그러지 마세요. 너무 위험하잖아요."


"걱정 마라. 여기서 내가 30년이 넘게 살았어. 다 안 위험한 거 아니까 그렇게 가는 거야."


"아니, 그런 건 그냥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 법이 그렇다니까요."


"아이고, 내 걱정 말고 너나 안전하게 운전하고 그렇게 살아."



워낙 자기 생각이 강하신 분이라 수긍하지 않으실 것도 충분히 알았지만, 어머니와의 대화는 참 많이 불편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며칠 흐른 어느 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기 위해 차를 운전해 초등학교 옆을 지나는 길이었습니다. 언제나 그 시간이면 제복을 입은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등교를 도와주고 계셨고, 올망졸망한 아이들은 한 손을 머리 위로 들며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었죠.



길을 건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저는 갑자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곧 팔순을 앞두고 계십니다. 계산을 해보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때가 한국전쟁이 막 끝난 즈음이었을 것입니다. 저나 제 아이들이 받아온 교육과는 너무도 달랐던, 횡단보도나 신호등은 커녕 마을에 도로도 깔리지 않았던 황량한 어린 시절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그 순간 불편했던 어머니의 행동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어머니는 내가 다 알아서 하니 너는 네 걱정이나 하라며 제 잔소리를 귀찮아 하십니다 그래도 저는 굴하지 않고, 위험하니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라고 뵐 때마다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아이들이 인상 찌푸리며 잔소리를 계속 하는 것처럼요.


"으~아빠, 제발 두손가락으로 깔끔하게 먹으면 안돼?"




"Old habits die hard"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literally translates to "a habit from age three lasts until eighty."


This Korean proverb reflects the belief that childhood behaviors become deeply ingrained and persist throughout life. The essay humorously explores this through two parallel stories: the author's lifelong messy eating habits that frustrate his family, and his mother's dangerous jaywalking that worries him.


A moment of realization arrives when he remembers his mother grew up in post-war Korea, where traffic rules simply didn't exist. Through this intergenerational exchange of nagging, the author discovers empathy—understanding that what we criticize in others often reflects the same stubbornness we carry ourselves.

keyword
작가의 이전글76. 눈뜨고 코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