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급해서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다가도, 정작 더 이상 열심히 할 이유가 딱히 없어졌을 때 사람들은 흔히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며 말을 하곤 합니다.
솔직히 저 스스로에게도 이런 면이 있는 게 느껴지는 걸 보면, 사람이면 누구나 다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죠. 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에게 느꼈던 조금 서운했던 마음들도 약간은 누그러지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니, 두 번째 직장으로 막 이직 후 영업대표 업무를 시작했던 때로 기억됩니다. 모든 세일즈 오피스가 그렇듯이 영업대표들은 회사를 대표해 고객을 만나고 계약을 성사시켜 수익을 가져오는 사람들입니다. 속된 말로 끝발이 좀 있는 사람들이죠. 당시 저는 영업대표로 갓 회사에 입사해 다른 직원들과도 모나지 않게 지내며 나름 적당히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영업대표들의 가장 큰 특권 중 하나는 바로 법인카드입니다. 물론 다른 직원들도 법인카드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고객을 만나는 영업들이 좀 더 수월하게 비용 처리를 할 수가 있었죠. 관행적으로 내부 직원들과의 식사나 가벼운 술자리들도 종종 영업들이 함께 해 법인카드로 결제를 해주기도 했었고, 다른 직원들이 야근하고 있거나 제안서 쓰느라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고 있으면, 간식이나 야식 등도 영업대표들이 조달하기도 했죠.
언젠가 지원 팀의 한 후배 직원이 제 고객사에서 발생한 장애를 지원하느라 퇴근은 커녕 저녁도 못 먹고 고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늘 착하고 예의 있게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에 눈길이 가던 직원이기도 했죠. 고맙기도 하고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게 안쓰러워 이왕 이렇게 된 거 일 마치면 정말 근사한 저녁을 한번 사주고 싶었습니다.
"○○ 대리님, 거의 마무리되셨으면 오늘 저랑 저녁 같이 하시죠."
불고기 백반이나 제육볶음 같은 저녁을 생각했던 후배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 식사를 주문하니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이렇게 비싼 거 먹어도 되냐고 되려 놀라 되묻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먹어요. 회사 위해 일한 사람한테 회사 돈 쓰는 게 뭐 어때서요. 많이 먹어요!"
이후로도 종종 후배 직원을 따로 챙겨주었고, 이 친구 역시 언제나 그래왔듯이 저를 더욱 잘 따랐고, 제 일이라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곤 했습니다.
시간이 몇 년 흘렀습니다. 어느덧 저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고, 한 고객사에 영업 기회가 있어 여러 방면으로 컨택 접점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로부터 익숙한 이름의 고객 명함을 받게 됩니다. 어? 반가운 마음이 들어 저장된 핸드폰 번호를 찾아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때 나를 따르던 그 후배 직원이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제가 회사를 떠난 후 그 후배도 뒤이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다 들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고객사의 담당자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해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 대리님! 잘 지냈어요? 나 ○○○예요!"
"네? 누구⋯시죠?"
"아, 전에 같이 근무했던 ○○○이요. 기억 안 나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당연히 반색할 줄 알았던 그의 반응은 생각보다 건조했고 저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로 매우 사무적으로 대화를 이어갔고, 저 역시 영업적으로 물어볼 것만 몇 개 물어보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에게 갖고 있던 감정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름 노력해 온 인간관계가 허울뿐이었다는 생각에 많이 착잡했었죠. 사람 마음이라는 게 입장에 따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겠다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친구 탓할 일만도 아닙니다. 다름이 아니라 내 마음은 더 간사스럽게 변하더란 말입니다.
일을 잠시 쉬고 있던 때였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열심히 다음 직장을 찾고 있던 때였죠. 그래서 이 회사 저 회사 인터뷰를 보러 다니던 시기였습니다.
코엑스 근처의 한 회사에 인터뷰가 잡혀 버스를 타고 테헤란로를 따라 삼성역까지 가고 있었습니다. 차창 옆으로는 빌딩들이 늘어서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열띤 토론을 하는 이들도 보였고, 심지어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조차 무언가 심각하게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역시 일할 곳이 있는 사람들이라 뭔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반면 백수 신세였던 저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들처럼 당장 만날 고객도 없었고, 진지하게 고민할 업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오늘 있는 면접 잘 보고, 저녁에는 또 소주 한잔에 잠을 청하면 그날 하루가 끝이 나는, 한심하게만 느껴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죠. 거리의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 왠지 한 명이라도 아는 얼굴이 보일까 봐, 비슷한 얼굴이 보이면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의례히 물어보는 "요즘 뭐 해?" 라는 물음에 당당히 대답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중 마침내 한 회사의 오퍼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퍼레터에 사인을 하고 출근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죠. 그야말로 마음 편히 놀아도 되는 공식적인 기간인 셈입니다. 그 무렵 우연히 같은 곳을 다시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테헤란로 주변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번에는 매우 안쓰러워 보입니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지 연신 줄담배를 피는 사람들 역시 스트레스로 마음 고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속으로도 꿀릴 게 없는지 이제는 고개를 들어 아는 사람 없는지 먼저 찾고 있습니다.
사람 마음 참 이렇게 간사하니 그 후배에게 서운해할 것도 없습니다. 형편 따라 언제나 180도 변할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내 마음, 네 마음, 우리들 마음이라 그럽니다.
"Different Going In, Different Coming Out"
This Korean proverb describes how people's attitudes change dramatically depending on their circumstances—much like the urgency one feels before and after using the bathroom.
The essay explores this universal human tendency through two contrasting experiences: the author's disillusionment when a former junior colleague turned cold after their roles reversed, and their own emotional transformation during a job search period.
When employed and confident, the author pitied struggling workers on Seoul's Teheran-ro; yet weeks earlier, while unemployed, those same people seemed enviable and intimidating.
Through honest self-reflection, the essay reveals that fickleness isn't a character flaw in others but an inherent part of human nature—our hearts shift 180 degrees with changing for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