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이지만 사실 속담은 아닙니다. 새옹지마라는 오래된 사자성어에서 나온 말이니까요.
변방에 사는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을 어느 날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그 말은 다른 멋진 말을 데리고 노인에게 돌아오게 되었죠. 그런데 그 말을 타던 노인의 아들이 어느 날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했지만 절름발이가 된 탓에 아들은 곧이어 닥친 전쟁으로부터 징집을 피할 수가 있었습니다. 즉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수가 많아서 좋은 일도 나쁜 일로 돌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나쁜 일도 좋은 일로 돌아오기도 하는 등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몇 년 전 미국에 출장 갈 일이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직원들이 함께 가는 대규모 출장이었죠. 한동안 코로나로 출장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고, 게다가 미국은 흔히 가는 곳이 아니다 보니, 사람들은 휴가를 더 내기도 하는 등 오랜만의 출장에 많이들 들떠 있었죠. LA를 들러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까, 아니면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뉴욕을 들러 뉴요커 감성을 한번 느껴볼까, 저 역시 몇 주 전부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출장이 가까워질수록 입안 어금니 하나가 은근히 아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치과에 가는 것이 그렇게 내키지도 않았고, 좀 아프다 싶으면 타이레놀 한두 개 먹으면 괜찮아지기도 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치과에 갔다가 이를 뽑기라도 하면 출장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사실 시간이 갈수록 통증은 점점 커져갔지만 저는 속으로 괜찮을 거라며 애써 생각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어느덧 출장 당일이 다가왔습니다. 오전 비행기여서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여야 했었죠.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어금니가 욱신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입속에 타이레놀 두 알을 털어 넣고 여분을 좀 챙겨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내내 좀 불안했지만 이내 통증도 사라지는 듯 했고 곧이어 이미 공항에 도착한 다른 동료들과 반갑게 만날 수 있었죠 . 어딜 갈 거네, 무엇을 할 거네 열심히 수다를 떨며 그들을 따라 저도 체크인을 마쳤고 곧바로 출국장으로 가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탑승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슬오슬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등 뒤로도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고, 아침에 약으로 눌러놨던 어금니 통증이 다시금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진통제를 먹은 지 채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두 알을 입에 털어넣었습니다. 하지만 바램과는 달리 통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은 괜찮냐며 안쓰러워 하며 도움을 주려 했지만 제 귀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탑승구 앞에서 승객을 맞을 준비를 거의 마쳐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6시간이나 내가 이 치통을 참을 수 있을까 걱정도 점점 커져갔었죠. 결국 안타깝게도 저는 출장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 고통을 오랜 시간 동안 참아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동료들이 다 같이 가는 출장이라 나만 빠진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극심했던 치통은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걱정스런 눈빛의 동료들을 뒤로 하고 저는 출국장을 다시 빠져나왔습니다. 그래도 부치는 짐이 없어 다른 승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급하게 치과 예약을 아내에게 부탁했고, 다행히도 당일 예약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바로 치과로 향했습니다. 치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심해지는 통증과 이런저런 생각에 여러모로 많이 불편했지만, 나중에 치과 의사의 얘기를 듣고서는 그래도 잘했다 싶었습니다.
"어휴, 선생님. 큰일 날 뻔하셨어요.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뒷쪽 어금니가 깨졌네요. 이대로 비행기를 타셨으면 엄청 고생하셨을 거예요. 안 타고 바로 병원으로 오신 건 정말 잘하신 거예요."
지금으로서는 발치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의사는 마취를 하며 결국 이를 뽑았고, 그래도 상황 판단을 잘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조금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도로 풀고 쉬고 있으려니 그래도 기분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쯤 열심히 날아가고 있겠구나. 내일 아침이면 다들 도착해서 함께 즐겁게 식사도 하고 또 저녁이면 파티도 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만 빠지는 건 좀 그렇네. 혼자 여기 남아서 이게 뭐람.
그로부터 약 일주일간은 꼼짝없이 재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계속해서 요청하는 동료들의 메시지도, 쌓여가는 이메일도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과는 시차가 정반대이고 지금은 모두가 다 그곳에 있으니 이곳 낮 시간에는 일이 없을 수밖에 없던 거죠.
처음에는 어색하고, 나만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조금 찝찝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새 점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업무 요청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휴가도 아니지만 조용한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괴롭히던 치통이 사라지니 몸 컨디션이 너무 좋았습니다. 느즈막이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여유 있게 일을 시작할수 있었고, 점심이면 아내와 근처 맛집도 찾아다닐 수도 있었죠. 또 밤이면 다음 날 부담 없이 맛있는 안주에 술도 한잔 할 수 있었고요.
출장을 나만 못 갔다는 아쉬움은 어느샌가 사라졌고 좋은 컨디션과 여유로운 일상이 저는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사실 고통을 참고 출장을 강행했다 하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그곳에서 만일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면 그건 또 다른 스트레스였을 테니까요.
이렇듯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야속하게 느껴지던 일이 저처럼 소소한 만족감을 주기도 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비슷한 말로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게 아니다라는 말도 있나 봅니다.
"Sae-ong-ji-ma" (塞翁之馬) is an ancient Chinese idiom meaning "the old man of the frontier and his horse," teaching that fortune and misfortune are unpredictable and interchangeable.
When a border town elder's horse ran away, it returned with another fine horse. His son broke his leg riding it, but this injury later saved him from military conscription during wartime. In this essay, the author shares how missing a long-anticipated business trip to America due to sudden severe tooth pain—initially devastating—unexpectedly transformed into a week of peaceful recovery, quality time with his spouse, and physical relief, perfectly embodying this timeless wis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