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중년들은 오늘도 고민을 놓지 못합니다. 나중에 뭐해먹고 살지? 정년은 다가오고 벌어 놓은 것은 슬슬 떨어져 가고, 여전히 가족들은 아직 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제2의 인생을 위해 차곡차곡 준비해 결국 성공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 반면, 시간만 버리고 돈만 날린, 차라리 시작하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그런 분들도 많이 봅니다. 전 재산을 투자해 치킨 프랜차이즈를 개업했는데 파리만 날린다든지, 대박 아이템이라는 솔깃한 사업 이야기에 홀랑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약 1년 전, 한 SNS를 매우 열심히 하던 때였습니다. 얼마 만에 몇억을 벌었다는, 매일같이 올라오는 그들의 화려한 포스팅들은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됬었죠. 게다가 그즈음 회사 생활도 매너리즘에 빠져 의욕이 점점 없어져 가던 시기였거든요. 같은 일을 5년, 10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AI 시대에 그들처럼 멋지고 평생 할 수 있는 나만의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 남들도 저렇게 다 하는데 나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잘하는 게 무얼까?
몇 년 전 미국에서 세일즈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미 시니어였기 때문에 사실 이런 교육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싶었죠. 그냥 회사에서 공짜로 보내 주니 미국 여행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참여했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제 예상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영업을 처음 시작할 때 고참으로부터, 팀장님으로부터 배웠던 정리되지 않던 지식들이 아닌, 체계적으로 정리된 방법론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각각의 내용들은 대부분 익숙한 것들이었지만, 그것들을 연결 지어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세일즈라는 직업에 대해 또 다른 계기를 만들어 준 사건이 되었죠.
그래, 그걸 해 보자.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니 다른 세일즈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AI도 보편화되어, 내 경험과 AI의 도움을 활용하면 유익한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웹사이트를 기획했고, 어떤 주제로 콘텐츠를 업로드할지 고민했습니다. 도메인을 구매했고, 콘텐츠를 올릴 클라우드 스토리지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계획대로 AI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 자료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그때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았던 것처럼 멋지게 완성될 것 같았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나만의 사업으로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오히려 회사 일은 뒷전에 둘 정도로 몰두했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느라 늦은 밤까지 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그 뜨거웠던 열정은 생각만큼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거죠. 내 경험을 기반으로 자료를 만들겠다고 각오했지만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점점 바닥이 나고, 그럴수록 AI에게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AI는 신통방통했습니다. 그럴듯해 보이고, 무엇이든 요청하면 뚝딱 내어놓는 것이 참 만족스러웠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바닥나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순간부터 자료의 품질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번 읽어보아도 어색하고, 장황했으며, 겉도는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별 뾰족한 수가 없었던 저는 AI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품질은 더욱 나빠져 가는 악순환이 하루하루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밤이 늦은지도 모르고 매달렸던 프로젝트는 어느새 지루하고 하기 싫은 일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은 사라져갔고, 그저 AI에게 몇 줄 요청하는게 제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만 조금 손봐주는게 제가 하는 일의 전부였습니다. 슬슬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하던 작업은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으로 점차 줄어들었고, 언제부터인가는 아예 손을 놓고 말게 되었죠.
멈춘 작업장에 먼지가 쌓여 가듯 제 웹사이트에는 더 이상 새로운 컨텐츠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크고 작은 배너 광고들만 넘쳐 나고 있었고 야심차게 만들었던 회사 이메일 역시 비밀번호를 잊어버릴 만큼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매달 사용료 청구 문자만이 업데이트 되는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1년여쯤 지났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었죠. AI가 찍어내 듯 만들어낸 자료들은 다시 읽어봐도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고 이마저도 업데이트를 안 해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사이트가 되어 버린 거였습니다. 게다가 매달 청구되는 사용료는 스스로를 더욱 한심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결국 전 이 의미 없는 프로젝트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이트에 올라온 AI가 만든 자료들을 모두 삭제했고, 도메인도, 클라우드도, 이메일도 결국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아쉬울 줄 알았던 마음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너무 편안했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시작할 일이 아니었던 것을 이렇게라도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해 졌습니다. 그래도 배운게 하나쯤은 있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래야 저의 무모한 도전과 투자가 조금은 덜 창피할것 같으니까요.
The Korean proverb 안 하느니만 못하다 (An hanunimi mot hada) means "It would have been better not to have done it at all" — a rueful acknowledgment that some efforts leave you worse off than if you'd never started. In this essay, the author recounts a venture born of restlessness and mid-career anxiety: building a sales-education website, fueled by ambition and AI tools. What began as an exciting second-act dream quietly collapsed under the weight of shallow content and fading motivation — leaving behind only a ghost website, monthly billing reminders, and the quiet relief of finally shutting it all 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