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이 아버님이셨어요? OO이가 너무 재미있어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요. 원래 그렇게 집에서도 개그가 넘치나요?"
집 근처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딸아이들이 종종 다니는 곳인데, 머리를 잘 한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처음 들른 곳입니다. 그렇잖아도 수다스럽게 말을 걸어오던 미용사는 딸들 소개로 왔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허허 하며 실없이 웃어넘겼지만, 속으로는 깜짝 놀랐습니다. 집에서의 큰아이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었죠. 학교 스트레스도 많을 때였고, 저와도 냉랭했던 시간들이 꽤 길어서, 사실 그당시 집에서 큰애의 깔깔대는 웃음을 보는 일이 극히 드물었거든요.
가족들에게도 보통 툭툭거리기 일쑤여서 그걸로 저한테 핀잔도 많이 들었던 터라, 미용사의 이야기가 참 어색하게 느껴지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둘째에게 물었던 말도 생각이 납니다. 언니가 저렇게 투덜투덜 대는데, 교회에서도 저러냐고, 혹시 친구 하나도 없는 거 아니냐고, 나름 심각하게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로서 적잖이 걱정이 되었으니까요.
다행이도, 밖에서는 절대 저러지 않는다면서, 에너지도 넘치고 재미있는 농담도 잘해서 주변에 사람들도 많고 나름 인싸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밖에서는 안 그런다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죠.
사실 제게는 숨기고 싶은게 하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욱하는 성질이 그것입니다. 세상에 안 그런 사람 없다고,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이 정도가 다를 뿐 다 그런 면은 가지고 있을 거라고 변명하지만, 그런 것들이 제게는 남달리 좀 많이 있습니다.
연애할 때도, 결혼 생활을 할 때도 아내가 늘 달고 살았던 말이 바로 "오빠는 욱하는 걸 고쳐야 한다"는 말이었을 정도죠. 그러다 보니 별일 아닌 일로도 오해가 생겨 쉽게 다툼이 되고, 결국 나중에는 언제나 제가 사과를 하는 민망한 상황들이 종종 생기곤 했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아빠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서운한 기색을 보이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어머니께서는 아내에게 "네가 저놈이랑 살아 주는 게 고생이다"라고 농을 하실 정도로, 저의 급발진하는 성격은 정말 온 가족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래도 밖에서는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착실하다며, 좋은 사람이라며 말해 주는 이들도 많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때도 항상 매너 있게 웃음 띤 얼굴로 좋은 인상을 남기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도 많았고, 저를 찾는 이들도 제법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잘 관리될 것만 같았던 저의 성질머리가 하나둘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여보? 왜 싸우고 그래?"
원격으로 한국에 있는 팀들과 회의를 마치고 방에서 나오는 저를 보며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을 건넵니다. 언제부터인가 화가 많아진 것 같다며, 조금 진정하라는 말과 함께요.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에 있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를 돕는 한국의 파트너들과 많은 일을 함께 합니다. 사실 거의 모든 궃은 일을 그분들이 하시죠.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생각과 다르게 삐걱거리는 일을 만나면, 내 맘 같지 않아 싫은 소리가 터져 나올 때가 있습니다. 답답해지고, 속에서는 열이 나고, 상대방의 말이 도무지 좋게 들리지가 않습니다. 처음에는 돌려 말하다가도 점점 쌓이다 보면, 결국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내고 마는 거죠. 한국에 있을 때부터 몇 년을 함께해 온 익숙한 사람들인데, 그 익숙함을 핑계로 제 성질을 못이겨 밖으로 내뱉어 버리는 겁니다.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 후회를 하고, 또 사과를 하는 민망한 순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에게까지 화를 퍼부은 적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업의 파트너였지만, 어쩌다 보니 메일과 전화 통화로만 연락을 하게 된, 딱히 만날 일은 없었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통화를 할 때마다 유독 말이 많았던 그는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게다가 함게 하는 많은 일들이 처음 계획한 것과 다르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으로는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사업 파트너이기에 언제나 공손하고 예의 있게 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고객이 문의한 내용을 제게 요청해 온 일이 있었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그는 매우 급하다며 재촉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저는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아야 했어서 서둘러 담당자를 찾아 전달을 했습니다. 처음 요청받은 지 30분쯤 지났을까, 그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냐며 저를 재차 재촉했습니다.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조금 기다려 달라, 최대한 빨리 챙겨보겠다 회신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30분마다, 매 시간마다 계속해서 닥달을 해 왔고, 참다못해 결국 터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몇 분 후, 그는 제게 그냥 이 일에서 빠지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사실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사단을 내고도 사과도 안하다니, 그 뻔뻔함이 너무 부끄러웠죠.
이 속담은 집안에서 드러난 나쁜 습관과 본성은 밖에서도 언젠가는 새어 나온다는 뜻입니다. 돌이켜 보니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저의 단점들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새어 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안에서부터 돌아봐야겠습니다.
he Korean proverb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 "a bowl that leaks inside will leak outside too" — teaches that flaws hidden at home will eventually surface in public. The author begins with a surprise at a hair salon: a stylist raves about his eldest daughter's warmth and humor, a side of her he rarely sees at home, where she is often moody and irritable. This irony leads him to honest reflection about his own flaw — a volatile temper he has long believed he could manage outside. Through clashes with business partners, he realizes the bowl has been leaking all a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