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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Oct 11. 2019

전통주 '구독' '좋아요'

구독 경제체제와 전통주 구독 서비스의 등장

불과 몇 년 전,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만 해도 '공유 경제'에 대해 논의하기 바빴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내 것처럼 잠시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경제 체제라니. 당시엔 공유경제가 실현되더라도 지금만큼 활성화될 거라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에어비엔비부터 카 셰어링, 사무실까지 누구나 동산과 부동산을 편하게 공유하고 구매하는 시장이 조성되었다. 그런데 공유 경제의 미래를 묻기도 전에 새로운 경제 트렌드가 또 등장했다. 이번엔 '구독(Subscribe)'이다. 


사람들은 이제 온라인상에서 내 취향에 맞게 '접속'해서 '구독'한다. 생산/공급자가 실제 상품과 서비스를 구독 시스템으로 판매하기도 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가상의 콘텐츠도 상품이 된다. 광범위하기보다는 특정 전문 분야를 공략해서 그 분야를 집중 큐레이션 한다. 취향까지 고려해 소비자의 귀찮음과 취향을 동시에 저격할 무언가를 제공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커미션을 챙기면서 말이다. 


구독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정기적인 고객 확보 완료




무궁무진한 구독, 정기 배송 시장

현재 한국의 구독 서비스 시장은 마치 대형 마트같다. 익숙한 상품부터 생각지도 못한 분야까지 폭넓고 다양하며 꽤 전문적이다. 반찬이나 꽃은 이제는 익숙한 구독 상품이며 생활 영역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생필품까지 구독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와인, 영양제, 마스크팩, 펫 용품, 양말, 수건, 면도기까지. 자주 쓰고 교체가 필요한 상품들까지 정기 배송으로 구독한다. 이렇게 유형의 제품도 있지만 콘텐츠 구독 시장도 활발하다. <일간이슬아>처럼 한달에 만원만 내면 메일로 문학 작품을 받을 수 있고, <뉴닉>이나 <어피티>같은 뉴스 메일링 서비스도 인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넷플릭스나 왓챠같은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는 너무나 일상화되어 새롭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구독 서비스


그런데 최근 구독 시장에 비보가 전해졌다. 맥주 큐레이션+구독 서비스로 인기였던 <벨루가>가 정기배송 중단 소식을 전해왔다. 벨루가 구독자로서 슬픔을 금치 못하고 서비스 종료 이유를 살펴보니 역시나 세금과 규제가 문제였다. '주류'는 어떤 상품보다 제도와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맥주는 금지되었지만, 와인과 전통주는 구독 서비스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전통주를 정기 배송받는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전통주도 구독과 정기배송이 된다. 아직 주방장은 전통주 구독자가 아니다. 전통주 통신판매가 허용된 이후로 필요한 술은 온라인에서 바로 주문하거나, 양조장을 통해 직접 구입하기에 구독 서비스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대신 주변에 전통주 구독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물었다. 평은 나뉘었다. 선물하기 좋은 포장과 구성, 그리고 매달 새로운 술을 택배로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호평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술 개별 온라인 판매가를 생각하면 정기배송은 조금 비싸게 느껴진다는 혹평도 있었다. 현재 전통주 분야에서 구독으로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두 곳이다. #술담화 #술을읽다



전통주 정기배송 서비스 선발주자 <술담화>

후발주자로 뛰어튼 탄탄한 전통주 플랫폼 <술을읽다>


<술담화>는 최초로 전통주 정기 배송과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39천 원에 술 두병과 간단한 안주, 큐레이션 카드를 배송해준다. 술담화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자체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SNS,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정보 제공, 매달 의미 있는 술 선정까지. 다각도로 전통주 홍보와 정기 배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주 쇼핑몰을 공식 오픈하기도 했다.


 이런 술담화에 대적할 새로운 경쟁자는 주령사와 술다방 등 다양한 전통주 서비스를 시도해온 '술펀'의 정기배송 서비스 <술을읽다>. 술을읽다는 술담화보다 조금 저렴한 33천 원에 선정한 술과 주령사들이 직접 취재한 양조장 이야기, 시음 노트 등이 제공된다. 과연 두 구독 서비스가 전통주 시장 파이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을지, 어떤 반응을 보이며 커질지 궁금해진다.




전통주 중에서도 '지역특산주'(농업인 또는 농업경영체에서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해서 제조한 주류)로 지정된 술들의 인터넷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소비자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는 낯선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며 거리감을 좁히고 접근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영역에 침투하여 새로운 분야를 발견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구독 서비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한정된 시간과 귀찮음에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미리 밥숟가락을 떠 먹여 주는 서비스랄까.


물론 술을 큐레이션을 하는데 전문성 부족이나 배송 시 변질 가능성, 그리고 구독 서비스가 진행될수록 참신함은 떨어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생산자들에게는 효자 서비스일 것이다. 보통 매달 신청을 받고 일괄 배송을 하기 때문에 생산량 조절이나 납품, 수급이 용이하고 이는 양조장 활성화와 전통주 문화 살리기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술을읽다>에서 말하는 것처럼 전통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그림을 그리는데 전통주 정기배송 구독 서비스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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