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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Nov 06. 2019

맑은 제주의 낭만을 한바당 담은 술

<술도가 제주바당 양조장>에서 나눈 술과 낭만 이야기

[숨겨져 있던 '양조장' 이야기 vol.4 : 제주 술도가 제주바당]


남쪽에서 따듯한 10월을 보내고 있는 바람에 가을이 와있는지 늦게 알아챘다.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숨 가쁘게 공부한 2주가 지나고 잠시 숨을 고르자, 제주에도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꼈다. 제주의 가을도 느끼지 못한 채 육지로 돌아가기엔 아쉬웠고, 가보고 싶었던 제주의 양조장을 지나칠 수 없어 일상으로의 복귀를 조금 미뤘다. 오랜만의 숨겨져 있던 양조장 이야기도 들어보고, 한창 올레길을 걷던 추억을 살려보고자 제주 동쪽의 조용한 작은 마을, 종달리를 찾았다. 그리고 올레꾼들이 간간히 지나는 종달리 마을 길목에서 <술도가 제주바당>을 만나게 된다.  


새소리만 들리던 조용한 오전, 양조장 문을 두드리자 한창 술을 짜고 계셨던 제주바당 이사님이 깜짝 놀라셨다. 하필이면 제일 힘들고 바쁜 시기에 찾아가서 죄송스러웠지만, 여기까지 들러주어 고맙다며 반겨주셨고, 이어서 제주바당의 시음 술들을 들고 나오셨다. 역시 양조장 인터뷰는 시간과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신선하고 맛있는 술"이 함께 하는 최고의 인터뷰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 5길 27 ⓒ주방장



"삼춘, 안녕하셨어요?"


날이 좋아 마당에서 인터뷰하는 중간중간 찾아오는 어르신들을 이사님이 반갑게 맞이하셨다. 제주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제주바당의 동네 이웃들이었다. 이사님이 서귀포로 교육받으러 간 2주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해 육지로 도망간 줄 알았는데 돌아온 것 같아 들리셨다고 한다. 어르신께서는 감을 한 손 가득 들고 오셨는데, 새로운 손님도 있다며 무작정 집으로 끌고 가셔서 양손 가득 귤도 챙겨주셨다. 아아 제주 인심이란! 그렇게 한아름 과일을 들고 돌아왔는데, 또 옆집의 아흔 넘은 할아버지께서 앉아계셔서 대화가 이어지고, 집에 가서 차도 한 잔 얻어 마시고... 를 두 번 더 반복했다. (사실 이런 연유로 인터뷰가 길어지기도 했다.) 



바당: 아니, 날 이렇게 인터뷰 한다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허허. 그래도 아는건 다 대답해줄게요. ⓒ주방장


동네 어른들께서 이렇게 종종 양조장에 놀러 오신다고 하셨다. 제법 많은 양조장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나 정이 넘치는 곳이 또 있었던가 싶다. 돌담은 있지만 대문이 없이 개방되어 지나가던 이 모두 맘 편히 들릴 수 있는 그곳, <술도가 제주바당>이다. 오전에 시작했지만 술냄새 나는 이야기와 양조장 구경으로 인터뷰는 밤이 되어서 끝났다. 그만큼 술에 대해 서로 나누고픈 이야기도 많았고, 양조하며 생긴 고민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술과 낭만에 대한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정리하였고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이하 주방장의 말은 '주', <술도가 제주바당> 임정한 이사님의 말은 '바당'으로 줄여서 표기했다. 






주: 제가 알고 기억하던 종달리가 아니에요. 뭔가가 많이 생기고 아기자기해졌네요. 제주바당이 있는 종달리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주방장은 인터뷰 전 종달리를 한 바퀴 돌아봤다. 삼 년 전쯤에 걸었던 차분하고 고요했던 종달리에 독립 서점이나 카페, 밥집, 게스트하우스들이 생기면서 생기가 더해졌다.)

바당: 양조장이 올레길 길목 어귀에 있으니 젊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여기 소심한 책방이 어디예요? 카페가 어디예요? 하고 자주 물어요. 대답해주면서 아 여기가 거기였구나 알아차려요. 그렇게 조용하던 종달리였는데 이런 유명한 곳들이 생기니 마을 분위기도 젊어지고, 올레길 걷다가도 시음하러 자주 들러주어 좋고요.



주: 한국술을 빚기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같이 교육받아서 알지만, 여간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바당: 입맛에 딱 맞고 마음에 드는 술이 없어서 직접 빚다 보니 한국술을 시작하게 됐네요. 양조장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위스키나 서양 주류를 자주 접했는데 맛이 없다고 느껴져서 술을 처음으로 빚게 되었고... 직접 빚어보기 시작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술에 매진했죠.



주: 제주를 선택하시고 종달리까지 오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바당: 동생(제주바당 사장)의 양조장 일을 잠시 도우려 내려왔다가 정착하게 됐습니다. 제주에 온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현재는 사정이 있으신 사장님을 대신해 이사님이 제주바당의 술맛을 담당하고 계신다.)


궁금했던 제주바당의 증류기와 발효중인 술들 ⓒ주방장


주: 일반적인 타 양조장처럼 <제주바당 양조장>이 아니라, “술도가”를 앞에 붙이신 이유가 있나요? 

바당: 술도가나 양조장이랑 같은 의미지만, 뭔가 술도가가 장인의 느낌도 나고 더 마음에 들었어요. 



주: 한바당 탁주와 약주를 출시하실 때만 해도, 지금처럼 탁/약주 도수가 다양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도수 높은 탁주와 약주를 생각하게 되셨나요?

바당: 다양한 나라의 술을 마셔보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크게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러던 찰나에 전통주를 접하게 되었고, 엄청난 세계를 알게 된 거죠. 그런데 이 탁/약주도 도수가 낮아져 버리면 본연의 맛과 향기가 사라져 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레 좋아하는 맛을 추구하다 보니 지금처럼의 높은 도수의 탁주와 약주를 만들게 됐습니다. 맛있죠?


탁/약주부터 증류주까지. 다채로운 제주낭만의 술 라인업 ⓒ주방장


주: 정말 맛있어요... 이건 정말 궁금한 건데, 개인적으로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곡을 정말 좋아합니다. 혹시... <제주낭만>이라는 술 이름은 최백호 씨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바당: 맞아요 허허. 백도라지가 들어간 이 술 이름은 그 노래에서 따온 낭만이에요. 낭만이라는 단어가 주는 완숙한 느낌과 여유로움이 좋아서 그렇게 붙였습니다. 



주: 작년 우리술대축제에서 제주바당의 시음회에서 <키위술>과 <제주낭만>을 처음 맛보고 반했어요. 인원 제한을 두고 소중한 시음을 진행하셔서 그런가 뇌리에 깊게 박혀있습니다. 이런 맛있는 증류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 우리가 빚는 탁주와 약주가 이렇게 맛있는데, 이 술을 증류하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증류기를 들이고 하나하나 도전해보다 보니 키위, 메밀, 백도라지까지 증류하게 됐죠. 



주: 저는 <메밀이슬>이 참 맛있다고 생각해요. 메밀 증류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바당: 우리나라 메밀 최대 생산지가 어디라고 생각해요? 강원도 봉평? 아니에요. 여기 제주예요. 제주가 전국 최대 메밀 산지예요. 안 그래도 지금 딱 하얗게 메밀꽃 필 철인데 이런 좋은 땅에서 난 메밀이 들어간 증류주이니 맛이 없을 수 없죠. 



주: 최근 키위 증류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는데, 키위나 백도라지 이외에 다음에 도전해보고픈 또 다른 재료가 있으신가요?

바당: 단호박이 들어가 술을 빚어볼까 합니다. 혹시 '팟지'라고 아나요? 손상돼서 상품가치가 없어 팔지는 못하지만, 맛은 그대로인 단호박 팟지들이 제주에 많아요. 이걸 가지고 술을 빚어보면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저도.


증류주 삼총사. 주방장과 이사님의 pick은 <제주낭만> ⓒ주방장


주: 기대됩니다! 제주바당의 증류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바당: 지난번 어느 업체에서 칵테일파티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술로 여러 시도를 해봤어요. 그런데 그래도 제일 맛있었던 건... 그냥 마시는 거였어요. 사실 굳이 뭘 타고 섞고 하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게 제일 좋아요. 그래도 그중에 제일 나았던 건 얼음을 넣고 온더락으로 마시는 방법입니다. 



주: 제주바당이 생각하는 우리 한국술의 매력은 뭔가요? 

바당: 한국술은 제일 깔끔하고 맛있는 술입니다. 물이 좋은 땅에서 나는 쌀로 빚는 게 우리 술이죠. 또 우리나라 술은 캐스크 저장을 굳이 안 해도 숙성만 잘 시켜도 맛있잖아요. 이렇게 태초부터 좋은 술을 증류까지 하면...정말 맛있죠.



뽀글뽀글 소리가 양조장 안을 가득 메운다. ⓒ주방장



"여기 술 마셔볼 수 있나요?"


인터뷰 중 갑자기 올레꾼 분들이 양조장 문을 두드리셨다. 누구든 올레길을 걷다가 시음을 원하면 바로 술 한 잔을 따라주신다고 한다. 올레꾼들이 걷다가 들르는 양조장이라니, 참 낭만적인 양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하며 길을 걷다 보면 술 한잔이 그렇게 마시고 싶을 때가 있는데, <술도가 제주바당>은 그런 갈증을 풀어주는 곳이다. 제대로 빚은 탁주와 약주를 처음 맛보신 분들은 제각각 다양한 반응들을 내놓으셨다. 이렇게 좋은 술이 있는데 지금까지 초록병의 소주만 마신 게 후회가 된다고도, 중국의 고량주보다 향도 맛도 뛰어나다고도 하셨다. 그분들에게도 새로운 한국술의 세계가 열렸을 것이다. 


주방장에게 이 곳은 술 익는 냄새도 나지만, 사람 냄새 가득한 양조장이었다. 마을 사람들과도 여행객과도 함께 어우러져 종달리라는 마을에서 맛있는 술을 만들어 내는 이 곳. 맑은 제주의 낭만을 한 바당 담고 있는 <술도가 제주바당>이다. 




*양조장 방문 및 인터뷰는 주방장이 선정하며, 특정 양조장의 지원을 받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This article is not sponso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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