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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Nov 19. 2019

술냄새 나는 Vlog #우리술대축제

<2019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주방장도 다녀왔습니다! 

"어디가?"

"술 마시러 가."

"어디로?"

"양재!"

"양재까지 술을 마시러 간다고?"


꽤나 쌀쌀해진 지난주 주말. 전기장판 틀어놓고 이불속에서 넷플릭스 보며 귤 까먹고 싶은 유혹을 견뎌내고 양재로 향했습니다. 대전에서 서울 양재까지 술 마시러 간다니 다들 의아해했지만,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답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큰 한국술 축제! #2019_대한민국_우리술_대축제 이기 때문이죠. 갈 때마다 보물 같은 술을 발견하기도 하고, 몇 바퀴 돌고 나면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 양 손 가득 술을 구매할 수 있기에 두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항상 무겁게 술병을 들고 돌아가며 '내년엔 꼭 캐리어 챙겨 와야지'라고 다짐하는 우리술 대축제에 주방장도 다녀왔습니다. 올해 축제는 특히나 한국술 동창회 같으면서 만남의 장이었는데 그 현장을 주방장 발길이 닿았던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입구엔 멋들어진 식품 명인과 술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명인의 타이틀과 그에 걸맞은 술들이 그 품격을 나타내 줍니다. 우리술의 자부심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고, 유구한 역사과 맛과 향을 지켜내며, 한국술의 명맥을 손수 잇는 명인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어요. 영예의 대상, 대통령상은 바로 장희도가의 <세종대왕 약주>에게 돌아갔습니다. 쟁쟁했던 올해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세종대왕어주 약주를 마시러 장희도가 부스로 향합니다. 




#세종대왕어주 약주 ㅣ 농업회사법인 장희도가(주)

올해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술이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황금빛 노란색을 띤 것처럼 보였어요. 역시 유명해지면 때깔부터 달라 보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대상 수상작이라는 소식에 장희도가 부스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시음부터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눈치작전을 펼치며 수많은 인파를 뚫고 간신히 한 잔을 받아 대상의 기운을 느껴봤습니다. 전체적으로 신선한 느낌이며 은은하게 감도는 과일의 향과 쌀에서 나는 단 맛 그리고 산미가 잘 어우러져 부드러운 목 넘김을 자랑합니다. 앞으로 유명해질 일만 남은 세종대왕어주 약주입니다. 



#석로주 ㅣ 석이원주조

유럽에는 트러플이 있다면 우리에겐 석이버섯이 있습니다. 석이버섯 특유의 향이 세 번에 걸쳐 빚어지는 과정을 통해 오롯이 이 한 병에 담겨 술로 탄생하니 트러플 오일이 부럽지 않네요. 대전에 위치한 석이원주조는 동향이라 애정이 가는 양조장이기도 한데 이날 행사장을 들어가자마자 바로 입구에 계셔서 정말 반가웠어요. 17도의 석로주는 달지 않고 마실 수록 끌리는 감칠맛이 더 매력적입니다. 



#장성만리 & 해월 ㅣ 해월도가

장성만리라는 술 이름에 이 양조장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힌트가 담겨있어요. 전남 장성에 위치한 양조장 <해월도가>의 술을 시음해봤습니다. 이름부터 아름다운 술 해월은 적당한 드라이함이 느껴져 따로 음식을 곁들일 필요 없이 단독으로 즐겨도 좋을 술이었고요. 처음 마셔봤는데 다른 말이 필요 없이 미소가 지어지는 좋은 술입니다. 다음으로 따라주신 장성만리 약주는 가볍지 않은 단 맛이 복합적인 여운을 남기지만 신선하다는 느낌도 동시에 들었어요. 그리고 끝판왕, 51도까지 끌어올린 장성만리 소주는 저절로 박수가 나오는 맛입니다. 고도주임에도 불구하고 구수하면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아, 역시 증류주구나'라고 감탄하게 만듭니다. 화끈한 장성만리와 함께라면 다가오는 겨울이 절대 춥지 않겠네요!



#삼양춘 ㅣ 송도향전통주조

삼양춘은 우리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마셔보거나 들어봤을 술이죠. 평소 맛있다는 추천과 입소문으로 유명한 삼양춘을 마시러 송도향전통주조 부스를 찾았습니다. 단순하지만 절제미가 느껴지는 유리병에 담긴 삼양춘 탁주는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질감에, 입 안에서 느껴지는 독특함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삼약춘 약주는 신선한 과일향에 적절한 단맛은 견고한 구조감이 느껴졌어요. 이런 맛이라면 겨울비 내리는 우중충한 날 우울해할 누군가의 기분을 풀어주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요. 출시 예정인 청주도 정말 기대됩니다. 



#청주 신선주 ㅣ 농업회사법인(주)신선

기하학적이면서 고대 문자 같기도 한 재밌는 라벨이 눈길을 끄는 술. 청주 신선주입니다. 직접 디자인 하셨다는 라벨을 말씀해 주실 때는 자부심이 느껴졌어요! 신선주 약주는 섬세한 단맛에 은근히 입맛에 긴장감을 주는 산미의 절묘한 균형감이 결국 한 잔을 불러일으킵니다. 초반에 다른 약주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데 그게 바로 신선주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또 다른 소주는 깔끔하게 떨어지면서 42도의 도수가 목을 따듯하면서도 온화하게 만들어줍니다. 



#모월 ㅣ 협동조합 모월

우리술 축제는 새로운 양조장의 술은 처음 마셔볼 수 있고, 양조장 관계자 분들과 인사나누기 참 좋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먼저 접하고 궁금했었던 모월 부스를 찾았습니다. 사람을 품은 술이라는 의미의 모월은 약주와 증류주로 각기 다른 도수를 자랑합니다. 유려한 병처럼 차분하면서도 잔잔하게 느껴지는 구수함은 41도를 보다 부드럽게 느끼게 하고요. 모월 '연' 13도 약주는 은은하게 감도는 단 맛에 신선한 산미가 매력적인 약주로 없던 입맛도 되살아나게 할 수 있는 술이네요. 



#청명주 ㅣ 중원당

지난 축제에서 발견한 술, 중원당의 청명주입니다. 청명주 부스엔 술 원료들이 병에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어요. 이름처럼 청명함을 자랑하는 술, 청명주는 약주가 탁주 이상으로 신선하고 활기찬 매력을 자랑하며 끝에 찾아오는 감칠맛이 여운까지 남깁니다. 탁주는 달콤하면서도 입안을 감아주는 부드러운 감촉이 인상적입니다. 캐리어를 끌고 갔다면 청명주를 몇 병 더 사 왔을 텐데, 내년엔 꼭 큰 가방을 가져가야겠어요!



#지란지교 ㅣ 농업회사법인 (유)친구들의 술 

작년엔 청명주를 발견했다면, 올해 주방장이 발견한 술은 지란지교가 될 것 같습니다. 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이라는 뜻의 지란지교는 친구들의 술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탁주와 약주입니다. 좋은 술은 하나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는가요? 정말 부담 없이 자신을 내려놓고 술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술입니다. 적당한 단맛도 있지만, 깊이가 있는 감칠맛에 정말 베이스가 탄탄한 탁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균형을 잘 잡으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지란지교 탁주는 마시자마자 같이 간 친구와 서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맛있다'를 연발했습니다. 탁주에 감탄하고 곧바로 시음해본 약주는 우아한 쌀의 향과 적당한 단맛을 가졌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벗'이었던 친구 사이를 보다 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술입니다:) 그만큼 맛있다는 의미죠!



#걍즐겨 & 뉴트로 ㅣ D.O.K Brewery 디오케이 브루어리

한국 막걸리계의 뉴페이스, D.O.K Brewery 부스를 찾았습니다. 바로 옆에 시음을 하시던 분은 '이게 막걸리라고요?'라고 물으시던데, 네 탁주 맞습니다. #걍즐겨 #뉴트로 를 처음 접했던 주방장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죠. 보틀부터 술 색깔, 부스 분위기까지 신선함과 젊음이 뿜뿜 뿜어져 나오던 디오케이 브루어리의 #걍즐겨는 히비스커스의 산뜻한 산미뿐 아니라 은은하게 감도는 차분한 석류의 향을 지녔어요. 차갑게 칠링 해서 마시니 지난번 시음했을 때와는 또 다른 상쾌함이 느껴져서 놀랐습니다. 후발주자 #뉴트로도 시트러스 향들을 시작으로 기분을 돋우어 주고 홍차의 향으로 마무리되어 어느 자리든 가볍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네요.



#도깨비술 ㅣ 도깨비양조장

이번 축제에서 장희도가만큼이나 인기가 폭발했던 부스, 또 다른 뉴페이스 도깨비양조장의 도깨비술입니다. 귀여운 도깨비처럼 생긴 단지에 담긴 도깨비술은 7도, 9도, 11도로 세 단계의 도수를 자랑하는 탁주입니다. 매운맛에도 스코빌 처럼 단계가 있듯이 도수에도 단계를 두니 같은 술이라도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7도는 단맛과 신선함의 조화가 길고 끝이 특히 부드럽게 끝나구요. 9도는 단정한 맛이라 어느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아쉬울 것이 없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이번 축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인기상까지 받은 11도는 비교적 무게감이 있어 길게 지속되는 쌀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조화를 이루어 인기가 납득이 갑니다. 도깨비도 한 잔 마셔보면 방망이 내려놓고 다음 잔 채울 도깨비 양조장의 도깨비술입니다. 



#토끼구름 & 황감찰 ㅣ 운곡도가

주방장의 마음을 또 빼앗은 술, 토끼구름과 황감찰을 만드는 울산의 양조장 <운곡도가>를 방문했습니다. 운곡도가도 인스타로만 소식을 접하다가 직접 만나 뵈니 너무 반가웠는데요. 부스를 꽉 채운 시음 인파를 뚫고 황감찰을 먼저 마셔봤습니다. 균형이 잘 잡힌 탁주로 이름처럼 입안을 채우는 감칠맛이 매력적인 술이었고, 바로 이어서 마셔본 토!끼!구!름! 제가 왜 강조했는지 아시겠죠?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고 맛있는 술이기 때문이죠. 뽀오얀 색을 자랑하는 이 술은 이름처럼 토끼가 노니는 폭신한 구름 같은 맛을 자랑하는 탁주입니다. 술잔을 이리저리 굴려보니 바닥에 가라앉은 잔여물도 보이고 걸쭉한 질감이 입안에 재미를 선사합니다. 당도, 산미, 질감과 밀도까지 보기와는 다르게 꽉 찬 탁주 토끼구름은 울산 운곡도가를 꼭 방문하고 싶게 만들었어요. 



#나루생막걸리 ㅣ 한강주조

어느 술 축제에 가더라도 요즘 가장 관심을 받는 파란 막걸리,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입니다. 한강주조 인터뷰 이후 오랜만에 대표님과 짧게 이야기도 나누고, 궁금했었던 11도 나루생도 마셔봤어요. 확실히 싱그러운 낮은 도수보다 묵직하면서도 알코올 향이 탁주의 매력을 배가 시켜주더라구요. 신선하고도 고급스러운 단맛에 견고한 구조감을 자랑했습니다. 나루생 6도는 이제 마셔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혀를 착 감싸는 기분 좋은 단맛에 은은한 과일의 향이 여운을 남기고 특히 음식과 함께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술입니다. 막걸리 업계에 젊은 기운을 수혈하고 있는 한강주조! 항상 그다음이 기대가 되는 양조장입니다.  




이렇게 소개한 술 외에도 내로라하는 유명한 양조장의 한국술들이 대거 참여했던 이번 축제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풍성했던 자리였어요. 역시 이불 걷어차고 술 마시러 나오기 잘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해집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서 소비자는 한국의 다양한 술을 처음 접하고, 맛있다는 것을 알아서 다음에 또 찾고 자주 즐겨주어야 양조장에서는 또 다른 술을 만들어낼 수 있겠죠! 일회성 시음처럼 한국술을 경험하는 자리도 참 중요하지만 직접적인 수요나 실질적인 구매가 더 늘어나고 한국술 업계가 견고해지고 튼튼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술기운도 적당히 오르고 기분 좋았던 축제였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던 건 부스 중앙에 있었던 안주 부스들 조리 연기와 음식 냄새였어요. 작년과 비교하여 올해는 환기가 잘 되지 않았고 부스가 행사장 가운데 있어서 연기가 사방으로 다 퍼져 시음에 방해가 되곤 했어요. 기침하시는 관람객 분들도 눈에 띄었구요. 물론 곁들일 음식도 중요하지만 다음번엔 쾌적한 환경에서 시음도 하고 편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며, 내년 우리술 대축제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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