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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Feb 27. 2020

어떤 타이틀 보다도
좋은 '쌀술'이고 싶어요.

상상하며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좋은 술'이 되길, <구름아 양조장> 

[숨겨져 있던 '양조장' 이야기 vol.5 : 서울 마포 구름아 양조장]


“여기 있는 있는 술을 다 마셔 본 거예요?”


가게에서 주문을 받을 때 종종 받는 귀여운 질문. 한국술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던 사람들은 꽤나 다양한한 술들을 보고 놀라곤 한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하죠'이다. 주방장양조장에서 소개하는 한국술은 좋아하는 술들을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하여 만든 라인업이다. 물론 술의 맛과 향, 지역과 양조장에 따라 선별하기도 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술들은 꼭 들여놓고자 하는 편이다. 한국술 라인업을 직접 선택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매주마다 새롭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한국술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출시되기 전부터 꼭 들여놓고자 눈독 들였던 막걸리가 있었는데 바로 이번 주부터 판매될 #구름아양조장 의 #만남의장소. 양조장의 이름과 술의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술을 만나러 만남의 장소인, 서울 마포의 구름아양조장을 찾았다.



그토록 기다렸던 하얗고 폭신한 눈이 소복소복 조용히 내리던 어느 월요일, 눈 오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은 서울 마포의 고요한 골목에서 장안의 화제로 떠들썩한 구름아양조장을 찾을 수 있었다. 목공 예술가, 영화사, 인테리어 및 디자인 사무실이 아지트같이 숨어있는 이 골목에서 겉모습마저 비밀스러운 <구름아 양조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가 술 만드는 양조장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마치 간판 없는 ‘힙스터 카페’ 같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양조장에 들어서자마자 갖가지 술이 놓인 멋진 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어서 하얀 벽 곳곳에 붙여진 위트 넘치는 스티커와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레트로 팝이 흐르는 공간 안쪽에 위치한 새하얀 양조 공간에는 양조 용기들과 기구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안의 화제인 술을 빚는 양조사 ‘양유미’와 '이두재'씨를 만날 수 있었다.


주방장이 눈발을 뚫고 <구름아 양조장>에 방문한 이유는 양조장 구경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지만, ‘술 픽업’도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 요즘 막걸리에 관심 가진 SNS 유저라면, <만남의 장소>라는 신묘한 라벨의 술 인증샷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인증샷들은 직접 양조장 SNS를 통해 주문을 먼저 하고, 받아 본 후 마시는 설렘 가득한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전통주는 통신판매가 허용되면서 그만큼 접근성도 높아지고 구매 절차도 택배로 받을 수 있을 만큼 간편해졌다. 그런데 구름아양조장의 술은 예외다. 소규모양조장의 탁주이기 때문에 직접 구매해야만 하는데, 어느 양조장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선주문 후픽업 방식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해 새로운 획을 긋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양조장의 2, 3차 배치(Batch:한 번만에 만들어내는 양)는 이십여 분 만에 모든 주문이 마감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술 <사랑의 편지>에 이어 두 번째 술 <만남의 장소>까지, 신선한 구매방식과 희소성으로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더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구름아양조장의 친절한 두 양조사, 유미씨와 두재씨가 내어준 따듯한 보리차와 함께 궁금증 가득했던 양조장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앞으로 꿈꾸는 바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다. (이하 주방장은 '주', 구름아양조장은 '구름'으로 표기했습니다.)


주: 구름아양조장을 찾아오는 구수동 골목골목에 아기자기한 공방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혹시 '구수동'의 '구'자에서 구름아양조장이 되었나요? 

구름: (웃음) 아니요. '구름아'라고 양조장 이름을 만들게 된 이유는 세 가지 이유가 있어요. 탁주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 같아 보이지 않나요? 그리고 구름이 모아져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술이 내려지면 증류주가 되기도 하잖아요. 마지막으로는 구름이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서 시간과 결합되는데 저희 역시 우연한 기회에 모여서 술을 빚게 되었다고 해서 '구름아'로 이름 붙이게 되었어요. 


주: 생각보다 더 철학적인 이유가 있었군요! 구름아양조장의 색깔과 이 동네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창작자들의 동네같이 뭔가가 새로 만들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이 공간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동네 주민분들은 양조장 공간을 궁금해하셨나요?

구름: (양유미)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요. 제가 마포 쪽에 오랫동안 살아와서 이 동네가 어떤지 잘 알고 있기에 선택지 중에 하나였어요. 장소는 산책 하다 이 곳이 비어있길래 발견했죠. 동네분들이 처음에는 카페인 줄 알고 들어오시는데 술 만드는 양조장이라고 하면 재밌어하세요.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술 제작량에 한계가 있어서 한 잔씩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점이죠.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양조량과 판매량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주: 그렇군요. 저희 주방장양조장도 가끔가다 어르신들이 들어오셔서 "여기가 양조장이여? 카페 같네~"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예전 양조장들과 최근에 새로 생기는 양조장의 모습이 달라서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지만, 그래도 '양조장'이기에 맘 편히 들릴 수 있다는 점이 좋구요. 구름아양조장 공간을 꾸려나가며 가장 좋았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구름: 구름아양조장 브랜딩을 하는 데 있어서 큰 키워드가 바로 '관계'였어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게 목표였고 접근성이 오는 공간에 술을 단순히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놀러를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접촉이 있다는 것은 좋은 거예요. 술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양질의 정보를 얻을 때도 많고, 이런 경험들이 제품이 녹아들기도 하구요. 저희는 친구 집에 놀러 오는 느낌으로 구름아양조장을 찾아와 주시는 게 좋아요. 



주: 확실히 구름아양조장의 브랜딩은 포인트가 확실한 것 같아요. 레트로적인 느낌과 오묘한 반가사유상의 라벨 이미지, 그리고 심플함과 직관적인 네이밍까지. 구름아 양조장이라는 브랜딩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시작했나요, 아니면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인가요?

구름: 큰 줄기에서는 염두에 두었지만, 술 이름은 갑자기 영감 받아서 지었어요. 첫술 사랑의 편지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사랑의 편지'를 발견하고 이 술이 고객에게 사랑의 편지를 쓴다는 느낌으로 지었죠. 그 이후에 □□의 □□로 맞추다 보니, '만남의 장소'가 되었구요. 그전에 사실 여러 후보가 많았어요. 저희 술이 초밥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과 초밥이 될 뻔도 했죠. 



“‘만남의 장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에도, 자기 자신을 만나는 혼자만의 시간에도 ‘만남의 장소’가 되어주는 쌀술입니다”

                                                                                                  -구름아양조장 소개中에서-



주: 며칠 전 <만남의 장소>의 2차 3차 배치까지 단시간에 매진되는 등 반응이 대단해요. 1차는 며칠 만에 판매가 끝났고요. 마치 콘서트 티켓팅 같은 열기로 술 구매가 이루어지는데, 이런 뜨거운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나요?  

구름: 예상보다는 빨랐어요. 이번에는 네다섯 시간 안에 준비된 수량 판매 완료되었고요. 


사실 술을 '선주문' 한다는 판매방식도 신선했지만, 단기간에 매진되는 것을 보고 이렇게 한국술에 관심이 많은 구매자들이 어디 숨어있었나 놀라웠다. 업계에서는 한국술이 인기가 없고 판매량이 저조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구름아양조장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들이 빚는 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 아닐까.


주: <만남의 장소>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제가 이 술을 마셔본 소감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술이다"였어요. 전형적으로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신다고 하는데 구름아양조장의 술은 '홀짝홀짝' 마셔야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 톡 건드리는 산미로 시작해 중간 목 넘김, 그리고 입안에 코끝에 남는 향기까지 향수의 탑노트 미들노트처럼 다른 향과 매력으로 느껴졌고요. 지인들과 함께 나눠 마시면서 술맛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아 이 술이 결국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어내는 '만남의 장소'였구나 라고 깨닳아 놀라운 네이밍에 감탄했습니다. 

구름: 맞아요! 저희 술은 어떻게 마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는 걸 추천드려요.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마셨으면 하고요. 최근 정말 많은 술들이 등장하고, 다양해지면서 선택지도 늘고 마니아들도 많아지고 있죠. 어떻게 보면 저희 술을 기다리는 분들은 술을 '웨이팅'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상상하면서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술이랄까요. 그때그때마다 술을 마시는 데 있어서 다른 '변화'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주: 추구하는 술의 맛과 향은 어떤가요? 그리고 구름아양조장의 술들이 한국술 가운데서 어떤 위치에 입지 하길 바라나요? 

구름: 사람들은 보통 드라이한 맛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막걸리에서 드라이한 게 정확히 어떤건지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드라인 한 걸 술에서 구현해보고 싶었어요. 아마 3배치에서 그 맛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저는 양조를 시작하기 전부터 술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근데 양조를 하다 보니 깨달은 게 저 역시도 단 술을 좋아했다는 점이에요. 도수가 높으면 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다 단 술이거든요. 그래서 구름아양조장에서는 쌀 자체의 '쓴맛'을 살려보고 싶어요. 그리고 어떤 위치가 되고 싶다, 어떻게 불려지고 싶다보다 "쌀술"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술에 있어서 명확한 헤게모니를 가지고 싶어요.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가진 술이 되어 구름아양조장의 술이 어디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술"이 되어 이 것 자체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주: <만남의 장소>를 받아보고, 마치 연예인 굿즈나 펀딩 상품을 받은 것처럼 알차서 재미있었어요. 술을 설명해주는 편지와 엽서, 그리고 스티커까지. 특히 주류 포장이 일반 종이 박스가 아닌 '에코백' 재질이라서 재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혹시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픈 굿즈가 있나요?

구름: (이두재) 저희 아직 재고가 남은 유미씨 티셔츠가 있는데... 혹시? (웃음) 티셔츠나 모자도 생각하고요, 문구나 비누같이 선물 받으면 기분 좋은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주: 만남의 장소 전에 약주가 먼저 출시되었죠. 앞서 말해주신 <사랑의 편지>인데요. 이 술은 저도 맛보지 못해서 정말 궁금합니다. 아빠 엄마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혹시 <사랑의 편지>와 <만남의 장소> 중에서 더 애정이 가는 술이 있나요? 

구름: (양유미) 저는 똑같이 좋아요! 각자가 다른 술이기도 하고, 매력이 다르죠. 

(이두재) 음... 저는 사랑의 편지예요. 첫 술이기도 하고 처음 생각했던 맛과는 달라서 인데요. 아마 다음 사랑의 편지가 나온다면 조금 더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주: 최종 목표라기보다 구름아양조장에겐 '꿈'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구름아양조장의 꿈은 무엇인가요? 

구름: 사실 저희도 앞날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는데 이건 확실해요. 좋은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되는 것. 처음 구름아양조장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많이 팔 생각부터 했던 게 아니라, 오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딩을 시작했어요. 처음을 잘 다져놓으면 점점 커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되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ps. 구름아양조장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gurumabrewery)에서 직접 그린 인스타툰 '양조장이야기'를 꼭 보시길.

(출처) 구름아양조장 인스타그램 @gurumabrewery 양조장이야기



*양조장 방문 및 인터뷰는 주방장이 선정하며, 특정 양조장의 지원을 받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This article is not sponso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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