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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Jul 18. 2019

"왜 우린 소주만 마셔야 해?"

그 질문에서 시작된 <한강주조>의 새로운 작품, '나루 생막걸리'

[숨겨져 있던 '양조장' 이야기 vol.1 : 한강주조 '나루 생막걸리']



1. 목넘김 좋은 새로운 막걸리의 탄생


새로운 막걸리가 나왔다는 소식은 언제나 기다려지는 소식이다. 그것도 새로운 양조장에서 갓 나온 첫 막걸리라면 더. '나루 생막걸리' 시음회에 참여하기 전, <한강주조> 양조장에 대해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고 있었다. 새로운 양조장이 차려지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드디어 그들의 결실이 나왔다 하여 한걸음에 달려갔다. 6월 말에 열린 나루 생막걸리 시음회는 한강주조가 양조장 꿈을 실현시킨 시발점이었던 가양주연구소에서 열렸다. 


가양주연구소에서 열렸던 <한강주조>의 나루 생막걸리 시음회 현장 ⓒ주방장



주방장도 가양주연구소를 거쳐왔기 때문에 동문들의 새로운 양조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이 컸다. 시음회에 도착하니 영화 시사회 현장같은 배너 커튼과 페어링 할 핑거푸드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사실 제일 궁금했던 건 <한강주조> 멤버들이었다. 네 명의 남자들이 차린 막걸리 회사라는 소문에 걸맞게 시음회 현장은 젊은 기운과 감각들이 돋보였다. 양조장 소개와 나루 생막걸리의 브랜드 스토리, 서울 경복궁 쌀로만 빚은 삼양주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어서 마셔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루 생막걸리를 저온 시음으로 시작해 원주를 마셔보고 직접 준비하신 음식과 곁들였다. 



나루 생막걸리 소개 사진 ⓒ한강주조 제공



이건 멈출 수 없는 막걸리다. 


보통 막걸리는 배부르기도 하고 물리기 쉽다곤 하는데, 나루는 질리지 않는 가벼운 목넘김이 매력적이었다. 종합 시음 평가를 해보자면 다른 긴 말이 필요 없다. 정말 맛있게 잘 만든 막걸리다. 단순하게 '맛있다'는 표현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막걸리는 삼양주에 가벼운 단 맛과 바닐라 향, 과일향 그리고 부드러운 텍스쳐까지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쌀과 누룩 물 세 가지로만 빚은 수준 높은 삼양주다. 만약 나루생을 어디서 마시게 된다면, 큰 잔에 꼭 마셔보길 권한다. 특히 큰 와인잔에 담아 그 향을 오롯이 느껴보면 정말 달큰한 바나나향이 코 끝에 머무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네 명의 남자들이 막걸리와 사랑에 빠졌을 때"


나루 생막걸리를 탄생시킨 <한강주조> 네 명의 멤버들과 더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바쁜 시음회 현장인지라 양조장에서 직접 만나기로 약속했다. 시음회 일주일 후, 주방장은 성수동 골목으로 향했다. 예전에 큰 공장지대였다는 성수동은 골목골목마다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손때가 묻어있는 흔적들 사이에서 동네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카페나 감각적인 공간들도 눈에 띄었다. 지도가 알려주는 데로 길을 쫓아가 2층에 위치한 <한강주조> 양조장에 도착했다.


"아휴 어서 오세요!"


시음회에서 처음 뵌 고성용 대표가 환하게 반겼다. 갓 시작한 양조장답게 포장박스들이 가득했지만 업무공간과 양조장이 확실히 분리되어 있었다. 보통 양조장이라 하면 다들 초가집에 항아리 같은 투박한 장소나  큰 스테인리스 발효조가 있는 창고형 공장을 떠올리곤 한다. 주방장이 그동안 방문한 양조장들은 큰 공장식 양조장도 있지만, 이런 소규모 양조장도 많았다. 오히려 양조장 모든 구석마다 주인들의 손길이 닿은 소규모 양조장들을 더 좋아한다. 굳이 소규모라는 타이틀을 붙여 양조장에 평가를 내리고 싶진 않다. 그저 맛있는 술이 나오는 곳이 좋은 양조장이다. 맛있는 삼양주가 탄생한 이야기를 어서 들어보고 싶었다. 


<한강주조> 대표님과 한 시간 동안 나눈 맛깔스러운 대화를 브런치에서 나누고자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주방장의 말은 '주', <한강주조> 대표의 말은 '한'으로 줄여서 표기했다. 






무더웠던 6월 28일 <한강주조> 사무실에서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 인터뷰.


주: 지난 시음회 때, 막걸리 너무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나루 생막걸리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한: 대부분 비슷한 피드백을 주셨어요.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다, 단 맛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물리는 단맛은 아니다, 끝에서 오는 시트러스 피니시가 좋아서 잘 넘어간다, 아 그런데 양이 좀 많다는 평가도 있었네요.


주: 특이한 점이 '나루 생막걸리'는 무려 삼양주라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삼양주로 생각하셨나요?


한: 원래는 이양주로 시작해서 당도도 있고, 텍스처와 목 넘김도 좋은 물 맛없는 막걸리를 만들려고 했어요. 물론 감미료나 첨가를 따로 하지 않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원주를 제성(도수를 맞추려 물을 타는 것)하게 되면 원래 원했던 맛이 나올 수 없어요.. 여러 시도를 거쳐서 '차라리 당을 올려 삼양주를 해보자'한 결과 지금 나루생이 삼양주가 되었죠. 사실 저희도 이양주를 하면 좋죠.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 대중이 좋아할 맛을 만들어보자 싶어서 가양주 기반으로 한 삼양주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혹시 한 잔 드시겠어요? 


(나루 생막걸리를 냉장고에서 한 병 꺼내 따라 마셨다. 역시 맛있다.)


<한강주조> 양조장을 이끄는 네 명 ⓒ주방장 


주: <한강주조> 양조장 이야기도 궁금해요. 저도 소규모 양조장을 계획하고 있는지라 관심이 많아요. 혹시 네 분이서 양조장을 생각하고 실천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한: 저희 네 명은 술로 의기투합한 사이예요. 어느 날 술을 먹다가 "왜 우리는 맨날 소주만 마셔야 해?"라는 고민에서 관심이 막걸리로 넘어갔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막걸리는 주질관리도 잘 되지 않고 저희가 딱 원하는 막걸리 맛이 없었어요. 바닐라 향만 강조한 막걸리가 대부분이었는데 저는 달더라도 피니시가 깔끔한 술을 좋아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내고 요즘 대중들이 어떤 맛을 좋아할지를 찾아보자 했는데, 그 두 지점이 만나는 종착지가 지금 이런 나루 생이에요. 양조장을 만들자고 계획한 건 작년 1월이고, 계속 테스트하고 본격적으로 이 장소를 구해서 시작하게 된 건 6개월 걸렸네요.


주: 네 분이 마음 맞기도 힘든데, 양조장까지 만드시다니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럽네요. 원래 네 분은 이쪽 업계에 계셨나요? 단기간에 브랜드 스토리까지 탄탄한 양조장을 만들어내는 감각이 남다르시던데. 


한: 저(대표)는 브랜드 마케터로 회사생활을 하다가 여기 성수에서 카페를 오랫동안 운영했어요. 수질관리를 책임지는 친구는 자동차 디자이너였고, 또 다른 친구는 패션 쪽에 있었고요. 영업이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도 해요. 확실히 마케팅이나 디자인 담당자는 내부에 있어야 브랜드에 대한 느낌을 확실히 이해하고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자기 역할을 하면서 양조장이 빠른 시간에 현실화되었죠. 실제로 주질 관리를 하는 정실장이라는 친구가 맛에 굉장히 엄격해서 저희는 이 정도만 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 맛이 나올 때까지 연구해요. (웃음)


주: 성수동 깊숙이까지 처음 와봤어요. 장소를 여기 성수동으로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 저희는 브랜드 컨셉을 잡고 생각했던 게 가양주 기반의 맛 표현을 세련되게 뽑아내는 게 핵심가치라고 봤어요. 그래서 무조건 서울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무조건 성수동. 성수동이 서울의 큰 공업지대면서 공장도 많고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힙한 사람들이 와서 카페나 파티도 많아지고 핫플레이스가 되었어요. 을지로는 작은 느낌의 핫플레이스라면 성수동은 조금 더 큰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이 동네에서 가게를 오래 해서 제일 잘 아는 동네라는 점이죠. 이 동네의 느낌을 참 좋아하거든요.


막걸리 맛을 연구하는 <한강주조> 연구실 ⓒ주방장


주: 소규모 양조장이지만, 양조장 준비 과정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봐도 웬만한 공장보다 더 잘 갖춰져 있는 것 같아요. 양조장 시설을 준비하시면서 염두하신 점이 있나요? 


한: 처음에 솔직히 말하면 저희도 항아리 놓고 가양주 방식대로 하고 싶었죠. 그런데 돈을 벌어야 하는 상업 양조기 때문에 항아리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조금은 더 수월하게 일하고, 앞으로 술 개발하는데도 중요하기 때문에 시설에 신경을 썼어요. 그리고 사람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사람을 혹사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물론 옆에 양조장에서 혹사당하고 있긴 하지만 (웃음) 그래도 아직 기계 욕심은 있어요. 병만 넣으면 자동으로 롤링해서 병입 되는 그 기계 아시죠? 욕심이 가장 많이 납니다. 그것만 되어도 일이 정말 줄거든요.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아! 자동 박스 테이핑 기계와 직배송 가능한 냉장차까지.... 열심히 해야겠네요.


(원주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한 잔 더 따라 마신다. 역시 양조장 인터뷰는 술이 함께해서 좋다.)


주: 원주도 너무 맛있네요. 혹시 '나루 생막걸리' 다음에 다른 라인도 생각하시는 게 있나요?


한: 고도수의 탁주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다음엔 약주가 될 것 같고요. 아시다시피 증류주는 아직 시설 때문에 못하고 있지만, 술의 끝은 증류주잖아요. 최종 끝은 증류주이기 때문에 자리가 잡히면 그때부터는 증류주도 생산하려고 해요.


주: 확실히 최근에 전통주 분야가 젊어지는 것 같아요. <한강주조> 같은 신생 소규모 양조장도 많이 생기고 한국 술집들도 많이 보이고요.


한: 맞아요. 그 전에도 막걸리 붐은 있었는데, 저는 이제 확실히 더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전통주를 자기들끼리만 아는 것보다 더 넓히고 다양해져서 이종 간의 교류도 많았으면 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고민해봐야겠지만 막걸리와 어울리는 분야의 행사와 콜라보를 해봐도 좋겠네요. 서핑이나 그런...

그래도 저는 저희 술이 뒷골목 대포나 깔끔하진 않지만 큰 막걸리 회사가 꽉 잡고 있는 그런 곳에서 "너희 술 정말 좋다"라는 소리를 가장 듣고 싶어요. 


주: 어른들이 칭찬하는 막걸리면 확실히 맛과 대중성까지 다 잡았겠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앞으로 <한강주조> 대표로서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한: 우선은 저희가 자리를 잘 잡는 게 목표고요. 그리고 하나 더 있다면, 이 근처에 작게 저희 술을 소개할 수 있는 밥집이나 막걸리가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찾아가는 양조장처럼 술을 직접 빚거나 그러진 않지만 놀면서 막걸리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네요. 그리고 막걸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어요. 시장이 더 커지는 거죠.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한강주조>의 술맛과 그 이야기는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시장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말처럼, 술 본연에 집중하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소규모 양조장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주방장은 맛있는 술을 만드는 전국 양조장의 진지한 이야기를 계속 전하고 싶다. 



*소규모 양조장 방문 및 인터뷰는 주방장이 선정하며 특정 양조장의 지원을 받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This article is not sponso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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