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살아남은 자의 회고

by K Jee


'어릴 땐 다 그러면서 크는 거지'

'뭘 그런 걸 가지고 예민하게 구니'

'네가 뭔가 약점 잡힐 짓을 한건 아니니?'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들었던 말이다.


고등학교 배정을 이상하게 받아서, 집 근처에 있는 학교가 아니라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시절 알 수 없는 뺑뺑이 시스템,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제대로 공정하기는 했나 싶다), 우리 중학교에서 그 학교로 배정받은 인원은 겨우 4~5명 정도.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인근 중학교에서 거의 통째로 넘어오다시피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들에게는 이방인, 낯선 존재, 같이 어울리기 싫은 존재.. 뭐 그쯤 되었다.


뭐 그럭저럭 고등학교 3년 대충 다닐 수도 있었는데, 하필 소수의 이방인들이 성적이 꽤나 좋네. 다수의 점령자들에겐 죽을 듯이 꼴 보기 싫은 존재가 되었고, 첫 반배정 고사 이후 첫 모의고사를 지나면서 집단적인 왕따와 괴롭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는 것들 까불고 있네 하고 대범한 척이라도 하겠는데, 그 시절 십 대의 감수성이 사인 함수 버금가는 패턴을 유지하던 때에는 이유 없이 괴롭힘을 받는 게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이긴 했다.


심지어 해외 유학을 알아봤고, 거의 갈 뻔했다.


마지막에 담임한테 '잘 있어라, 나는 간다.'라고 했을 때, 담임이 부모님까지 몇 번을 만나서 말려서 유학은 접었지만 그만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내가 워낙 덩치나 힘으로는 밀리지 않아서 맞고 다닌 적은 없으나, 내 사물함에 있는 책을 소각장에 가져다 버린다거나, 사물함에 쓰레기를 채워 놓는다던가, 교재들을 훔쳐간다던가 하는 일이 워낙 다반사여서, 나중에는 책이 없으면 없는 대로 수업 듣고 그랬던 거 같다.


책이 왜 없냐고 물으면, 글쎄요.. 아침에 와 보니 없어졌네요?라고...


아무튼 이런저런 우여곡절의 3년을 지나고 대학을 오면서 나는 고등학교 때의 모든 인연을 끊어버렸다.


굳이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잘 살거나 말거나 내 알바 아닌 일 같아서...


나는 나만 잘 살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학교 다닐 때 당한 왕따나 집단 괴롭힘의 피해를 평생 안고 간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게 내가 가진 성격이나 천성이 그런 걸 오래 담아 두기보다는 흘려보내는 편이라 빠르게 잊었던 거 같다.


그 덕에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스 라이팅을 할 것 같은 사람이나 그러고 있는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골라내서 피해 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마주치더라도 너는 짖어라 나는 안 들린다.. 이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에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아이들도 많았으니...


요샌 예전보다 더 악랄하고 집요한 방법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난도질을 한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릴 때부터 강하게 제제하고 처벌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현재 너의 행동이 멀지 않은 너의 미래를 송두리째 잡아먹을 수 있다는 걸 확실히 알려 줬으면 좋겠다.


나는 미성년자라 끽해야 훈방이야 하는 애들 앞에서, 무슨 인성 교육인가...


학폭의 피해자였으나, 지난 일은 지난 일로 크게 의미 두지 않는 성격으로 트라우마를 벗어난 생존자...

그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누군가 지금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도와주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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