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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Mar 31. 2022

1.포도가 포도인 이유

우리 집 포도를 소개합니다.

비 오는 수요일 저녁,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디선가 아기 고양이의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냐옹, 냐옹.....


'엄마 고양이는 어디 갔을까?'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길가 옆 누군가가 내놓은 신발장 밑에서 울고 있었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를 찾아보았지만

소리가 조그맣게 들리는 것 말곤 보이지 않았다.


내가 고양이를 찾는 걸 알았는지, 동네 아주머니께서

"그 고양이는 엄마가 버리고 가 버렸어. 건강한 새끼만 데리고..."

사연을 들어보니, 얼마 전 엄마 고양이가

약한 이 아기 고양이만 남겨둔 채 다른 건강한 고양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 버렸다는 것이다.


이 대로 놔두면 이 고양이는 곧 죽을 거라고, 자신은 키울 형편이 안되니

형편이 되면 이 아이를 데려가 키우면 좋겠다고 했다.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고양이 키우기.....

이렇게 나는 갑작스럽게 집사가 되었다.

선물처럼 우리 집에 온 고양이 "포도"이다.


얼떨결에 고양이 보호자가 된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엄마 고양이가 떠난 지 하루가 지났다는 말에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을 고양이가 안쓰러워 얼른 데려가고 싶었다.

주위에 고양이를 담아갈 무언가를 찾다가, 누군가 재활용 박스를 쌓아 둔 상자를 발견했다.

포도 박스에 아기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담아 집까지 걸어오는 길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발버둥 치며 뛰쳐나가려는 아기 고양이가 안쓰러웠고, 한시라도 빨리 이 아가에게

무언가 먹을 것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집에 도착했다.

갑자기 엄마가 들고 나타난 아기 고양이를 본 우리 집 아이들은 고양이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도 그럴 것이, 평소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자며 노래를 불렀지만

전혀 꿈쩍도 하지 않던 엄마가

스스로 아기 고양이를 들고 들어 오다니!!!


아이들은 신나서 고양이가 들어있던 상자에 무릎담요를 깔아주며 이름을 뭘로 정할지 고민한다.

조심 스래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켜 주고,

동물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베이비용 사료를 사 가지고 왔다.

포도 상자가 좋은지 포도 상자를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포도상자를 너무도 좋아하는 아기 고양이에게

"포도"라는 이름을 붙여주자고 한다.

그렇게 우리 집 아기냥 "포도"의 이름은 "포도"가 되었다.


"포도야, 아직은 서툰 엄마지만.... 많이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줄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아기 고양이, #길냥이, #고양이 입양,

#구조냥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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