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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Aug 02. 2023

1.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고등학교를 준비하다

대안학교 입학하기


어린 시절, 어떤 것 이든 야무지게

설명해 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 딸은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이야 선생님이 어렵고 힘든 직업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불과 10년 전 만해도

여자라면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이

가장 인기가 있었을 때이니까 말이다.


점점 자라나며 우리 딸은 공부보다는

다른 잡다한 것? 들에 두각을

나타내었다.  


어느 날 아이돌 가수 중 한 명이

기타를 연주 하는 모습을 보고

딸 아이도 며칠이고 밤낮을

기타 연주에 매달렸다.

잘 되지 않을 땐, 유튜브 선생님께

배워 가며, 결국 거의 혼자서 기타를

연주 할 수 있게 되었다.


운동도 곧 잘해서, 태권도도

최근 까지 5년 이상 성실하게 다녔다.

태권도 관장님께선 우리 아이를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셨다.

그러나 본인이 선수 보단

일반인으로 남고 싶어 해서

선수의 길로 들어서진 않았다.


 

피아노도, 드럼도...

한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원하는 곡을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끝을 보려고 했다.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엄마로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한번 시작하면

잘할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는

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닮지 않아 승부 근성이 있는 것 같았다.


중학교에 진학하며 딸은

밴드부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악기를

전문 학원에서 배웠던 선배들이

짱짱하게 버티고 있는 밴드부에

학원도 다니지 않았던 딸은

어깨너머로 배운 드럼으로

오디션을 봐 합격했다.

그러곤, 얼마 가지 않아

선배들을 제치고

일렉 기타 자리를 꿰찼다.


학교 축제 때에는 일렉기타로

솔로 연주도 해 냈다.


물론 축제 전 몇 주간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할 만큼

손이 부르 틀만큼 피나는 연습으로

밤을 새웠던 딸이었다.


나는 딸아이가 음악을 전공하게

될 줄 알았다.

중2 때에는 딸아이가 간곡히 원해

유명한 입시학원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는 음악을

전공하는 듯 싶었다.

그러다가 중3학년 1월부터

다른 과목에 비해 성적이 저조한

영어 과외 수업을 받게 되었다.


영어 선생님은 인근 교대에 재학 중인

4학년 여선생님 이셨는데,

정말 무섭게 가르치셨다.

아이는 과외가 있는 날이면

울면서 과제를 했다.

매일 힘들다면서도

끝까지 해 내는 날이 더 많았다.


아이의 끈기에 나도 조금 놀랐지만

선생님도 놀라셨다고 한다.

아이가 선생님의 과제에 잘 따라주니

선생님은 문법과 독해도

욕심을 내서 가르쳐 주시기

시작했다.

딸아이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 갔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고,

아이는 1학기 기말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영어 선생님이신 학교 담임선생님도

깜짝 놀라 전화를 하실 정도로

점수가 상승 했다.

딸아이는 이 일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1학기를 마치고 나니,

음악을 전공하는 것만이

길은 아니다 싶었다.


딸아이가 모든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건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성이 기본이 되어

음악과 체육에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

그리고 나중에 커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아이에게

학습을 위주로 하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아이와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찾아 주고 싶었다.


우리 부부가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답은

아이만의 색깔을 찾아 줄 수 있고,

창의력과 재능을 키워 줄 수 있는

그런 학교,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부모님이

서로 신뢰하며

1인 삼각 경기처럼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갈 수 있는 학교,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을

설계 하고 살아갈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학교....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기왕이면 기독교 가치관(사랑)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기독교 대안학교로 갔으면 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 학생 만의 강점을 찾아,

더욱 갈고 닦아 빛나게 하고,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베푸는 사람으로

키워 내는 학교를 원했다.


마침 내가 점찍어 두었던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를 미리 체험해 보는

<3박 4일 체험 캠프>를 앞두고 있었다.   

체험 캠프 이기도 했지만,

캠프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선발 캠프 이기도 했다.


체험캠프에 등록을 하고,

둘째(딸)와 막내(아들)

둘 다를 체험 캠프에 보냈다.


아이들만 체험  캠프에 보낸다고

합격 하는 게 아니었다.

체험캠프 마지막 날엔 부모님 면접이 있었다.


부모면접은 학교의 이념을 이해하고,

학교를 신뢰하며 학교의 교육방침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보는 관문이다.

 

이미 학교에 대한 좋은 소문을

많이 들었던 터라

우리 부부는 있는 그대로,

생각하는 그대로 대답하고

면접을 마치고 왔다.


결과는 2주 뒤 발표 되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둘째는 합격,

중학교에 편입하는 막내는 불합격이 되었다.


합격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합격하길 바라는

'학생의 간절함'이 합격의 비결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공동체에 어울릴 수 있는 동글동글한 성격'

이 합격의 비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 둘 다 합격하길 바랐지만,

한 명은 되고 한 명은 합격이 안되어

많이 서운하고 마음이 아팠다.


어렵게 합격하여

고등과정을 시작하는 딸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것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건

딸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수밖에...  

언젠가 막내도 누나가 들어간 학교에

합격하길 간절히 바래 본다.  


이렇게 나는 대안 학교의 학부모가 되었다.


딸의 대안 학교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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