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람 Nov 25. 2023

찬바람 불 때면 생각나는  엄마표 호박죽

호박죽 만들기에 도전하다

어렸을 때부터 빵, 떡, 죽을 좋아했던 나는 특히 호박죽을 좋아했다.

늦가을, 노랗다 못해 주황빛이 도는 잘 익은 늙은 호박 하나면 온 가족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호박죽이 한솥 만들어졌다.

우리 가족은 새알심 넣은 호박죽 보다 팥을 넣은 호박죽을 더 좋아했다.

호박죽을 끓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솥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천천히 나무주걱으로 저어 주라며 그 주걱을 내손에 맡기셨다.  그리고 엄마는 겉절이를 만드셨는데, 호박죽은 겉절이나 신김치, 그 어떤 것과도 잘 어울렸다.

호박죽을 타지 않게 천천히 젓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었다. 팔도 아팠고, 잠시만 방심해도 바닥이 타거나 눌기 십상이었다. 엄마가 그 막중한 임무를 나에게 맡기신 것은 첫째라서, 듬직해서 라기 보단, 세 딸 중 가장 튼튼한 팔을 가진 딸이 나여서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천천히 무념무상으로 한참을 저어 주고 나면 달콤한 팥알이 둥둥 떠 있는 맛있는 호박죽이 된다. 호박죽은 뜨거울 때도 맛있지만, 식어도 맛있다.

호박죽을 크게 한 수저 떠서 김장 김치 쭉 찢어 올려 먹는 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겨울철 별미였다. 아, 맞다. 시원한 동치미랑 먹어도 정말 맛있다.

         



우리 부모님은 이십여 년 전, 오십 대 후반에 다른 나라로 이주하셨다. 남은 생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셨다. 지금도 그 꿈을 다 이루지 못해, 그곳에 사시며 일 이년 마다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오시긴 하지만, 오래 함께 할 순 없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오늘은 유난히 예전에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호박죽이 그리운 날이었다.

마침 시댁에서 보내주신 늙은 호박도 한 덩이 있었다.

엄마께서 만들어 주시던 호박죽을 기억을 더듬어 가며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





 준비물: 호박 2kg, 멥쌀(종이컵 2컵), 팥 1컵, 소금 2스푼, 설탕 3스푼, 생강청 2스푼.     

1. 먼저 큰 호박을 잘라 호박씨를 긁어내고, 찜기에 조각내어 쪄 낸다.

2. 흰쌀 2컵을 씻어 물에 30분 이상 불려 둔다.

3. 팥은 깨끗이 씻어 소금 한 꼬집 넣고, 적당히 익을 때까지 물을 많이 붓고 익힌다.

4. 불려둔 쌀 2컵을 물 3컵 정도와 함께 믹서기에 갈아준다.

5. 찜기에 쪄낸 호박을 껍질과 분리해 준다.

6. 쪄서 껍질 벗겨놓은 호박을 믹서기에 갈아 놓았던 쌀과 함께 섞어 놓는다.

7.6을 중불에서 천천히 저어 가며 익힌다. 취향에 따라 물을 넣어 농도를 조절한다.

8. 죽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익힌 팥을 넣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한다.

9. 끓기 시작한 후에도 바닥이 눌지 않도록 20분 이상 저어 가며 뭉근하게 끓여 준다.

(생강청은 취향에 따라 넣어도 되고, 생략해도 좋다. )

10. 맛있는 김치와 함께 차려 내면 끝.            


비주얼은 얼추 엄마표 호박죽이 되었지만, 맛은 옛날에 엄마손으로 만들어 주신 호박죽이 훨씬 더 맛있었다.

엄마만의 비법이 있었던 걸까. 엄마 손이 유난히 요리를 잘하셨던 걸까.

찬 바람이 불 땐 유독 생각나는 엄마표 요리들.

오늘따라 멀리 계신 엄마가 더욱 그립고 생각난다.

엄마께서 한국에 오시면 내 손으로 만든 호박죽을  한번 대접해 드리고 싶다.


          


맛있는 김치와 함께 먹으면 꿀맛 이다.










#엄마, #엄마 요리, #요리, #호박죽, #찬바람, #호박, #팥, #김치, #단호박죽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막내가 공부라는 걸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