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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Nov 04. 2023

드디어 막내가 공부라는 걸 한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나의 교육관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아이들은

크게 공부에 뜻을 둔 아이가 없었다.

아이들은  놀고, 잘 먹고, 잘 컸다.


그래도 다행히 첫째와 둘째는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니

스스로 공부를 알아서 해 주어 감사했다. 

뛰어나게 잘하는 건 아니어도

성실하게 열심히 했다.


그런데 막내는 좀 달랐다.

공부엔 무관심,

게임엔 진심이었으며, 

글씨는 자유를 찾아 날아다녔다.

심지어 시험 기간에도 게임과 유*브는

한결같이 애용했다.

같은 배에서 나왔건만 공부 스타일이나

라이프 스타일은 형, 누나와 많이 달랐다.


그러던 막내가 요즘 좀 달라졌다.

최근 몇 달 전에 영어 학원에 보냈는데

학원 선생님이 아주 무서운 분이셨다.

(막내야, 엄만 정말 그런 줄 모르고

보냈단다.)

선생님은 기초가 하나도 없는

막내를  위해 매일 많은 양의 과제를 

주셨다. 매일 50개씩 단어 외우기와

다수의 문장 외우기  등의 과제로 

놀 시간이 없어졌다.


아이는 너무도 달라진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매일 징징대며

학원에 안 다니겠다고 했다.

과제 양이 많아 매일 밤늦게 까지 했고,

그래도 못한 날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어이 과제를 끝내 갔다.


선생님께서 얼마나 무서운지

그런 학원에 보낸 엄마를 매일 원망했다.  

그래도 엄마가 꿈쩍도 안 하자

막내가 중간고사만 끝나면

학원에 안 다니겠다며

엄마에게 선전포고를 다.


사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안쓰럽고 짠 했다.

매일 잠도 못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이해도 되지 않는 문제집을 풀며,

문장들을 외우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이러다가 영어를 끔찍이도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생겼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하던 내 속에도

사실 공부를 좀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엄마의 간절함을 담아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수밖에... 

아이가 포기 하지 않고 이 난관을

이겨나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중간고사가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젠 단어 대신 영어 교과서 통째로

외우기가 시작되었다.

아직 단어들도 잘 모르고, 문법은 더욱 모르는

막내에겐 참으로 가혹한 과제였다.

막내는 매일 밤늦게 까지 문법 문제집을 풀고,

새벽엔 시험 범위의 교과서를 외웠다.


드디어 중간고사

막내는 매번 무슨 뜻인지 몰라 찍었던 영어를, 

이번 시험에선  무슨 뜻인지 이해하며 풀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1학기 때보다도 40점이나 올랐다.


아이기 입버릇처럼 중간고사가 끝나면

학원을 그만 다닌다고 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자 약간 긴장이 되었다. 


'정말 그만둔다고 하면 어쩌지?'


막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들, 영어학원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엄마, 많이 힘들지만 그냥

다녀볼까 해요. 이번 시험에서 성적도

많이 올랐고, 영어 학원을 안 다닐 수도 없고..."


내 입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이제 막내에게도 그때가 왔구나.'


첫째와 둘째 처럼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때가

막내에게도 온 것이다.


그렇게 이젠  막내도

스스로 공부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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