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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Oct 09. 2023

혼자 하는 산행



쉬는 날, 나 혼자 산행을 나가게 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었다.


시작은 글벗 작가님께서 가족과 함께

산행을 다녀왔다는 글을 읽고

'나도 한번 나가 볼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같이 사는 짝꿍은 인도로 해외 출장을 가고,

첫째와 둘째는 어제 기숙사 학교로 돌아갔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 준비를 위해

조금 일찍 들어간 모양이다.

막내만 집에 있어, 물어보았다.


 "막내야, 우리 같이 산행 갈래?"

돌아온 대답은 "저 학원 숙제 해야 해요"

딱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몇 번을 다시 물어도 같은 대답뿐,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도 중학교 다닐 땐 엄마가 같이

가자는 곳에 가기 싫었던 것 같다.


서운함을 뒤로하고, 혼자라도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화와 모자를

챙겨 집을 나왔다.


 '빈 둥지 증후군 이란 게 이런 거였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 막내까지 독립해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홀로 청승맞게 산에 오르려니

쓸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혼자 산에 오르는 것을 즐겨하진 않는다.


하지만 막상 등산을 시작하니

넉넉한 인심의 가을이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혼자라서 심심하지 않도록, 예쁘고 특별한

선물들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나처럼 여자 혼자 온 사람은 없었다.

거의 다 가족들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면

더욱 씩씩하게 걸었다.

하나도 외롭지 않다는 듯 얼굴엔

미소도 띄고 말이다.



오늘 다람쥐도 보았다.


이제 몇 년 후면 자녀들이

모두 나를 떠나

'빈 둥지'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가족들로 복작 거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빈 둥지'를

이젠 조금씩 준비해야겠지?


잠깐 쉬려고 앉은 바위 위에

낙엽이 하나씩 떨어진다.

시원한 가을바람에 상쾌함을 느낀다.


내 인생도 계절에 비유하면  

'가을' 쯤 왔을까?

이리저리 떨어지는 낙엽에 마음이 급해진다.


열매 없는 인생이 될까 봐,

이룬 것이 없는 인생으로 남을까 봐...










#가을, #낙엽, #산행, #빈둥지, #빈둥지 증후군,#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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