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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Mar 02. 2023

시어머니가 주신 귀한 선물

시댁에 다녀온 남편이 무심하게 신문지 뭉치를 내민다

신문지는 여러 겹 쌓여 있었고

중간중간 비닐로 쌓여 있기도 했다.

정성스레 풀어보니 그곳에 오만 원짜리

묶음이 들어 있었다.

세어보니 이백만원 이었다.


" 이거... 어머니가 당신 가지래"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80 중후반의 노인이

불편한 다리로 보행기를 밀고 다니시며 

시골 밭일을 하며 모으신 돈이다.


자녀들이 용돈을 드린 것을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이다.

그 귀한 돈을 모아

나에게 주셨다.






얼마 전  큰 아이가 자신의 치열이 고르지 않다며

치아 교정을 해 달라고 했다.

치열이 고르지 않은 것을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교정이라는 게

 두 푼이 드는 게 아니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사춘기 아이 셋  키우면서

수백 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마련해 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런데...

큰 아이가 교정을 꼭 하고 싶은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크게 웃어 보지도 못하고,

친구들 앞에서 크게 입 벌려

이야기해 본 적도,

노래를 불러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못생긴 이가 남들에게

보일까 봐....

자신감도 떨어지고,

남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 되어갔다고 했다.

그래서,

꼭 교정이 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그렇게 까지 힘들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의 간절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내가 빚을 내서라도 꼭 해주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결혼 후 이십 년을 거의 이삼일에 한번 꼴로

시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안쓰럽기도,

외국에 계시는 친정 부모님이 보고 싶어 서라

친정 부모님 대신

시어머니께 전화를 자주 드렸다.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아이 이야기가 나왔었다.


 아이가 이번에 치아 교정을 하게 되었다고

지나가듯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시어머니 께서 그걸 마음 깊이

생각해 두고 계셨나 보다.


용돈과 본인이 번 돈을 모아

나에게 주신 것이다.


꼬깃꼬깃 신문지에

정성 스래 여러 겹 싼 지폐들이

하나하나 소중했다.


이걸 모으려고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이걸 아끼려고 얼마나 추운 방에서,

난방비를 아끼고,

비닐하우스에서, 떨리는 손으로 밭을 매고

호미질을 했을까나.


내가 모으는 이백만 원과

어머니가 모으신 이백만 원은

그 가치가 달랐다.


나보다 열 배는 더 고생을 하셔야

얻을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런 돈을 내가

어찌 쓸 수 있을까...


귀하고 귀한 

어머니의 피땀인 돈을...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이

큰 아이를 위한 사랑의 마음이었으니

큰 아이 교정 치료에

고마운 마음으로

보태야겠다.


그리고, 그 고마운 마음 만큼

더 어머니께 자주 찾아 뵙고

맛있는 것도 사다 드려야지.

시어머니께서도

그걸 더 원하실 것 같다.


새해에 아주 값진 선물을 받았다.

감동적인 이 선물 덕에

나도, 우리 큰아이도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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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선물, #밭 일, # 비닐 하우스,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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