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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Mar 31. 2022

3.집사들만 겪는다는 영광의 상처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

직장에서 막 돌아온 나를 가장 반기는 아이는

우리 집 첫째도, 둘째도, 막내도 아니다.


길냥이에서 우리 집 막둥이가 된 8개월 냥이 포도.

포도가 가장 좋아하고 반겨 준다.


멀리서 내 얼굴이 보이면, 야옹, 야옹 하며

바닥을 긁고, 배를 보이며 온갖 애교를 보인다.  


바닥을 긁는 행위는 반갑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어제도 직장에서 돌아오는 나를

우리 집 포도는 (바닥을 박박 긁으며) 격하게 반겨 주었다.

나도 모처럼의 애정 표현을 하고 싶어

포도를 번쩍 들어 꼭 안아 주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나의 품에서 바둥 대던 포도가

품에서 탈출하기 위해 나의 손목을

발로 밟으며 점프했다.

그 과정에서 뒷발 톱으로 나의 손목을
긁게 되었고, 깊은 상처와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랑하는 포도로부터 갑작스레 이런 상처를 얻으니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나에게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서운한 마음은 뭐지?

 

그런데 이 고양이, 언제 그랬냐며 천진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온다.


포도는 주인이 쓰라림으로 힘들어하는 줄도 모르고

천하태평이다

골골 거리며 내 품으로 파고들어 잠이 든다.


집사 품에 안겨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꿈에선 집사를 많이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다가가 안아줘도 도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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