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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유 Mar 08. 2024

어릴 적 친구가 진짜 친구일까?

한 지붕 15 가족

내겐 오랜 세명의 친구들이 있다.
햇수로만 30년!


같은 동네서 자라 서로의 부모님들끼리도 아는 가까운 친구들.


스무 살 이후 17년이 흐르면서, 한 때는 가까웠지만   지금은 멀어진 친구도 있지만.

이 친구들만은 오랜 인고의 시간을 버텨냈다.


소위 '불O 친구'라고 하는 친구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서로 욕을 섞어대며 막말은 해도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끈끈함’이 배어있는 관계.


코로나로 근 3년 만에 이들과 오랜만에 뭉쳤다.

예전엔 4명이었던 모임이 시간이 흘러 총 네 가족      15명으로 늘어났다.



그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친구 S다.

S는 아이 넷의 아빠다. 어릴 적부터 '아저씨'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던 그는 실제 결혼도 가장 빨리 했다.

삼 남매로 자란 S는 어릴 적부터 아이 셋은 낳을 거라선언을 하고 다녔다. 지금 보면 자신의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M은 얼마 전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빠져 사는 친구다. 결혼은 제일 늦게 했지만 나이도 어리고 예쁜 신부를 얻었다. 이번에 만났을 때 주말 출근 때문에 그의 아내가 같이 동행하지 못했지만.. 아내 얘기와 칭찬을 주야장천 하는 바람에 그녀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M은 어릴 적부터 표현에 거침이 없던 친구다. 주변에 보면 할 말 다하고, 솔직하게 모든 걸 표현하는 친구 하나 정도는 있지 않나? 그 친구가 바로 M이다.


Y는 아이 둘의 아빠다.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함께 했던 그는 왠지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친구'다.

유명대학을 나온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의 길 대신 '농장 사업'의 길을 개척했다. 처음에는 그의 아버지와 시작했지만, 지금은 온전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가 그의 아내와 여러 가지 사업아이템을 고민하며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친구다.


3년 만에 친구들을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처음엔...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술 한잔 거느리며 옛 추억 얘기와 함께 그간 살아온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바뀐 게 있다면 예전에 먹던 소주는 발렌타인이 되었고. 대화 소재에 더 이상 '여자' 얘기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아이를 재우고 빨리 가지고 싶었던 우리들끼리의 수다가 시작된 이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몹시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을 만나기 바로 전날, 대학 친구 J와는 술도 먹지 않고도 4시간을 신나게 떠들었다.


근데 오랜만에 만난 찐 친구 3명과는 대화한 지 5분 만에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친구들 셋은 신나게 얘기했지만 난 줄곧 대화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대화를 들으면서도 "왜 이런 얘기를 계속해야 될까? 시간이 너무 아까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내 모습에 일종의 죄책감도 들기도 했다. 꾸역꾸역 졸음을 참아내며 새벽 2시가 넘을 때까지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흥미로웠던 얘기는 Y가 자신의 사업을 키워나가는 과정과 강의를 시작했다는 얘기뿐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을 주도한 건 '나'였다. 

온전한 '나'를 알아가는 여정에서 친구관계도 한 번 되돌아보고 싶었다.

친구들을 만나며 옛이야기도 나누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근황도 얘기하며 그간 소원해졌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 친구들이 소중하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그냥' 생각나면 언제든 전화할 수 있고,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달려갈 수 있는 그런 친구!


하지만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확실히 깨달았다.

중고등학생시절에는 가치관이 맞지 않아도, 생각이 맞지 않아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엔 그랬다) 그때 만들어진 친구는 성향이 잘 맞는다기보다는 환경이 만들어준 공이 컸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관계에 그다지 애쓰지 않아도 계속 연락하게 되는 사람들만 지금의 '친구'들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난 인간관계가 그리 폭넓지는 않다. 대신 속 터놓고 모든 걸 얘기할 수 있는 깊은 친구 몇몇이 있을 뿐.


오랜 친구가 진짜 친구다? 나의 관점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친구임에는 틀림없다.

그 소중함을 알기에 지루함과 피곤함을 견뎌내면서도 새벽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른 일곱, 아직도 나는 관계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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