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후 2개월

변화의 시작

by 제이유

4월 말 퇴사 통보 후, 약 3개월이 지났다.

6.1일부로 새로운 직장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직장 생활 12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와보니 팀에서 막내다.

국내 대기업의 고령화를 몸소 체감 중이다.


통신업에서 금융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사무실의 공기부터 '보수적'이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자율좌석 근무석에서 노트북으로 일했던 공간이, 지정 좌석에 데스크톱 업무 공간으로 변했다.

한 쪽 벽면에는 '매출 OO조 달성'라는 플랜카드가 위용을 자랑하듯 사내 분위기를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


이직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 간의 일을 돌아보려 한다.

다행히 업무는 맘에 든다. 기존 회사에서 느꼈던 업무에서의 갈증이 단 번에 풀렸다.

경영진도 중요하게 여기는 신규 사업 업무라 내부적인 지원과 관심도도 크고, 그간 해왔던 직무이기에 업무 연속성도 가져갈 수 있다.


단, 기존 회사와는 차이가 있다면 회사에서의 나의 포지셔닝이다.

이전에는 중간관리자이자 시니어급이라 방향성을 정하고, 후배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기도 독려하기도 했다.

지금은 막내(?)인 까닭에 선배분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우선 지켜보고 있다. 분명 다른 의견이 있고, 방향성이 있지만..

일단 들어보고 찬찬히 관찰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조직 융화에 방점을 찍고 업무에 적응 중이다.


비슷한 시기 1달 전 이직한 3살 가량 나이가 많은 동료 K가 '경력직은 기세'라며 너무 조직원의 말들을 들어주기 보단 자기 주장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의 얘기를 듣고 내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여 볼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사람은 사람마다 속도가 있고, 자신만의 업무 스타일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온전히 끌고 나가기엔 내부 인프라도 없고, 에너지도 그만큼 할애할 수도 없다.


아무튼 이런 고민을 하던 사이, 1달 간 경력직 연수가 시작됐다.

적응도 바쁜 시기에 1달 간이나 연수를 보내다니, 이 회사가 무슨 생각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 서른이 훌쩍 넘고, 마흔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연수원가서 사람들과 1달 동안 쿵짝쿵짝하며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연수 3주가 지난 지금,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동기들과 무척이나 가까워졌다.

서른은 서른 세살의 동생이었고, 서른 세살은 마흔 살의 동생이었다. 형, 동생 관계가 자연스럽게 생기며 알코올 없이 보드게임만으로 서로 끈끈해지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이직 후 가장 크게 바뀐게 있다면 재테크에 대한 관점이다. 전 회사에서도 정년까지는 다닐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회사를 옮겨보니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란 생각에 위기감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예전엔 아무렇게 샀던 와인 1병, 배달음식 1번을 이제는 결정할 때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걸 먹는게 진짜 좋은 걸까?", 좋으면 됐지라는 소비 관념에 검열이 시작된다.

부동산, 아이들 교육, 노후 준비 관점에서 와이프와도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하게 된다.

연수 기간에도 틈틈이 부동산, 재테크 서적을 읽으며 현 시점에서 해야할 우선순위를 정리해 본다.


결국은 루틴이 제일 중요하다. 러닝, 독서... 그리고 노화관리.

매일 아침 출근 전 공복상태로 3km~5km 정도는 달리려고 노력한다. 요것도 이젠 10km나 하프 정도의 대회를 목표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독서도 요즘은 부동산, 재테크 쪽으로 편중 되어 있지만 어쨌든 주에 한 권정도는 읽으며 간접 경험을 늘려가고 있다.

그 가운데 컨트롤 안되는게 머리숱이다. 최근엔 탈모약도 처방해서 먹고 있다. 정수리 부분이 예전에 비해 모발이 얇아지고 밝은 조명 아래에선 휑함이 여실이 느껴진다. 애들 다 커서 결혼할 때까지는 계속 먹어줘야겠다... (하아)


분명 어렸을 땐 30대 후반이 되거나 40대가 되면.. 편하게 살 것 같았는데.

살아가면서 고민은 하나씩 더 늘어간다.

아이러니하게, 늘어가는 고민에도 사랑스런 아이들을 보면 행복감은 그 이상으로 커진다.


이직 후 2개월. 먼 미래를 생각하고 고민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오늘을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내 보기로 다짐 한다.

'현재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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