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의 사랑, 돈가스집 사장님, 하숙집 아주머니,
그리고 친구들과 학교 선/후배들 덕분에
사람들이 점점 좋아지고,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워
대학 2학년 때는 과대표도 맡게 되었다.
과대표를 하면서 아는 사람도 많아졌고,
이성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오는데,
멀리서 한 여학생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가까이 온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김미정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계속 지켜봤는데, 선배님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저와 자주 만날 수 있을까요?”
내가 먼저 고백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먼저 관심을 표현해 주어 놀랍고 기뻤다.
“내가 좋아? 나도 네가 마음에 들어.
우리 좀 더 가깝게 지내보자.”
사랑이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다.
미정이는 긴 생머리와
큰 눈, 왼쪽 아래로 들어간 보조개가 매력적인,
예쁘고 귀여운 스타일의 학생이었다.
내가 학창 시절 좋아했던 이성 친구와 닮은 점도 많아
학교에서 자주 눈길이 갔던 학생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성이 나를 좋아해 준다는 사실에
행복했고, 자연스럽게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정이는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1월생이라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1학년 새내기였다.
“선배님, 식사하셨어요? 저 배고픈데 밥 사주세요.”
만남을 허락한 뒤, 미정이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지만,
미정이는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나를 이끌었다.
“저 배고파요, 빨리 가요.”
“어, 알았어.”
우리는 도서관 앞에서 학교 정문 쪽으로 함께 뛰었다.
정문 근처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었고,
미정이는 빨간 간판에 ‘원조 떡볶이집’이라고
적힌 가게를 가리켰다.
“선배님, 저는 떡볶이를 좋아해요. 여기 가요.”
미정이 손에 이끌려 가게에 들어갔다.
벽에는 연인들이 남긴 사랑의 메시지와 낙서로 가득했다.
테이블은 4인용 8개 정도였고,
학교 앞이라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우연히 한쪽 끝자리에 자리가 있어 앉았다.
미정이는 볼펜을 꺼내 벽에 빈 곳을 찾아
‘기욱이는 미정이 꺼!’라고 적었다.
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고, 미정이는 크게 웃었다.
우리는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미정이는
“선배님은 어디 살아요? 취미는 뭐예요?
형제는 어떻게 돼요? 고향은 어디예요?”등
궁금한 점을 쉴 새 없이 물어봤다.
마지막 질문에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선배님은 왜 이렇게 잘 생겼어요? 왜 이제 나타났어요?”
나를 잘 생겼다고 말해준 사람은 미정이가 처음이었다.
미정이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이성에게 이렇게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얼굴에 떡볶이 국물이 묻은 줄도 모르고 열심히 먹으며,
질문하는 미정이의 모습이
순수하고 깨끗한 도화지처럼 느껴졌다.
떡볶이를 다 먹은 뒤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미정이는 내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신나 보였고, 웃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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